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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 용어와 조문, 교과서, 자기관리

법률용어

나는 여러분이 법학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많은 부분이 법률용어를 숙지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법률용어란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한 합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법률용어라고 하면 일상생활에서의 사용과 다른 법학에서만 사용하는 독특한 용어를 말할 때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선의와 악의다.
그런데 정말 답답한 것은 대체로 평범한 한자어에 속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한자를 사용하지 않는 세대라 의미를 모르거나 의미를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善意 자신의 행위가 법률관계의 발생, 소멸 및 그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모르는 일.
惡意 법률관계의 발생ㆍ소멸ㆍ효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사정을 알고 있는 것.
법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면 법률용어 숙지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피하거나 돌아갈 요령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반드시 극복, 정복해야 한다. 영어를 모르고 영문학을 공부할 수 없고, 컴퓨터 언어를 모르고 프로그래밍을 공부할 수 없는 것처럼, 법률용어를 모르고 법학을 공부할 수는 없다.
법률용어는 한글로 쓰여 있고, 대충 알 것 같다는 착각을 불러온다. 그래서 집중적으로 공부할 필요는 느끼지 못하고, 공부할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차라리 처음 배우는 외국어라고 생각함이 속 편한 마음가짐으로 보인다.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교과서 귀퉁이에 의미를 찾아 적어보고, 그것을 한데 모아 단어장으로 정리하는 습관을 지녀보면 어떨까? 단어장으로 정리한 단어를 가지고 자체적으로 쪽지 시험을 보는 방법, 아니면 공부 모임을 꾸려 서로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모두 귀찮은 작업이다. 그런데 인간의 기억은 스펀지가 아니라 고어텍스에 가깝다. 어지간해서는 스며들지 않는다. 집중하고 반복하는 노력이 있어야 조금씩 기억하는 양이 많아진다.
다행한 일은 그래도 우리말이라는 사실이다. 외국어 단어 외우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하다. 더 다행한 일은 외와야 할 갯수가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법학과 저학년에 알쏭달쏭한 단어를 챙겨서 공부해 두면, 고학년에는 법률용어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날이 온다. 조금만 더 집중력, 에너지, 시간을 투자해 보자. 여러분의 법학 실력을 획기적으로 올리는 가장 가성비 있는 공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주관적, 객관적이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교과서

지난 학기 어떤 학생의 짜증 섞인 하소연이 기억난다. 교수님이 제시한 방침에 따라 나름 시간을 들여 열심히 교과서를 공부했다고 한다. 그런데 머리에 남는 것은 없고, 볼 때마다 새로웠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만의 잠정적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이 책은 원래 이해할 수 없도록 쓰인 책이야.” “책이 잘못된 거야.”
일단 좌절은 절대 하지 않기를 바란다. 교과서에는 다양한 조문, 이론, 판례가 담겨 있다. 여기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처음부터 술술 읽어내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쩌면 교과서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지금 제대로 공부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공부를 해야 어려움도 느끼는 것이니 말이다.
교과서를 제대로 읽고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밑줄 긋기 전략, 보조 콘텐츠 활용 전략, 단권화 전략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에 대해서는 차차 시간이 나는 대로 설명하겠다. 오늘은 그 전에 교과서를 앞에 두고 갖추어야 하는 마음가짐 세 가지에 대해서만 간단히 이야기하겠다.
첫 번째, 교과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는 것이 원칙이다. 전체를 다 공부하지 않고 법적 문제를 다루는 사람은 전체를 다 공부하지 않고 수술 칼을 잡는 외과 의사와 같다. 법학 공부가 이러한 속성을 가지므로 그것의 기본 공략집인 교과서도 제일 앞에 머리말부터 제일 끝에 책 가격 표시까지 꼼꼼하게 읽는 것이 원칙이다.
두 번째, 교과서는 완벽하게 공부할 때까지 오랫동안 반복해서 봐야 하는 책이다. 기말고사가 끝나도, 학교를 졸업해도, 심지어 변호사 시험 같은 자격시험을 통과해도 완벽하게 머릿속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공부가 끝난 것이 아니다. 물론 완벽은 불가능하다. 다만 완벽을 추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세 번째, 교과서는 오랫동안 반복해서 읽을 책이므로 최대한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책을 깨끗이 사용하라고 밑줄 하나 긋지 않고, 교과서 읽을 때마다 손을 씻으라는 말은 아니다. 어느 정도는 손때를 묻히고, 무엇이 요점인지, 내가 기억하는 부분과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즉각적으로 알아볼 수 있게 표시하면서 책을 활용해야 한다. 다만 무질서하게 형광펜으로 줄을 긋거나 책이 커피에 젖거나 찢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도록 하라는 말이다.

<교과서를 읽을 때 밑줄 긋기를 어떻게 하는가?>

존버와 중꺽마의 한계

학생들에게 ‘공부 잘되니?’라고 물어보면 10명 중 8명은 그저 그렇다고 답한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보면 ‘그냥 열심히 해야죠.’라고 답한다. 이 말 속에 여러 의미가 담겨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존버’와 ‘중꺾마’를 외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식으로 공부에 임하면 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
1만 시간의 법칙을 들어보았을까? 어떤 일이건, 무작정 1만 시간 노력하면 거의 전문가의 수준에 이른다는 법칙이다. 그러나 무작정 1만 시간을 버틴다고 발전하지는 않는다. 아니 ‘무작정’이라는 마음으로는 1만 시간을 버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교육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은 실력향상의 핵심은 ‘열심히’가 아닌 ‘다르게 하기’에 있으며, ‘다르게 하기’의 핵심은 ‘목적의식 있는 연습’이라고 말한다. 목적의식 있는 연습이란 일정한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하는 구체적 목표를 갖고, 그 시간 안에서 집중적으로 연습하며, 그 시간이 지난 후 피드백이 있어야 하고, 그 피드백을 토대로 더 나은 반복을 향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핵심은 긴 시간을 통째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시간으로 나누어 반복하는 데에 있다. 잘게 나누어 반복하지 않고 이른바 ‘벼락치기’ 한 것은 오랫동안 나의 몸과 머리에 남지 않는다. 그리고 반복할 때마다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조금씩 교정해야 한다. 또 그렇게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고 나 스스로 에너지를 얻어야 완주할 수 있다.
그런데 목적 있는 ‘연습’이라고 말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런 방법은 운동이나 악기 연습 방법에 가까우며, 깊은 이해와 사유가 요구되는 법학 공부에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공부 방법과 운동이나 악기 연습 방법은 다른 것 같지만 놀랍도록 닮았다. 운동이나 악기 연습이 근육을 발달시키는 것처럼, 공부는 뇌 안에 법학 지식이 오고가는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이다.

<운동이나 악기를 연습하여 이전보다 월등히 발전한 경험이 있는가?>

읽기 자료

경남도민일보 2026.01.15
최근 창원지방법원 한 판결이 작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피고인이 집행유예 선처를 받고도 뜻을 몰라 헤맸다는 소식에 법조계 순화어 사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창원지방법원 형사4부(김인택 부장판사, 강웅·원보람 판사)는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ㄱ 씨에게 벌금 25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ㄱ 씨 혐의는 지난해 5월 김해 한 아파트 우편함에 꽂힌 21대 대통령 선거공보물을 꺼내 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선거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며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ㄱ 씨가 폐지로 판매할 생각으로 선거공보물을 꺼내 갔을 뿐 선거 공정성을 해칠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선고 당일 ㄱ 씨는 ‘집행유예’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재판부는 여러 차례 선고 취지를 설명해야 했다.
형법 제62조(집행유예의 요건) ①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다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형을 병과할 경우에는 그 형의 일부에 대하여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형법학자인 한 법학전문대학원 ㄴ 교수는 15일 전화 통화에서 “재판 선고는 시민의 이름으로 내리는 것인데, 그렇다면 일반인이 이해할 정도로 설명을 해줘야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여전히 어려운 법률 용어가 주로 사용되는데 법조문을 개정하는 등 순화해야 죄형법정주의 정신에도 걸맞다”고 말했다. 죄형법정주의는 어떤 행위가 범죄고 어떤 처벌을 내릴지 미리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이 처벌 행위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 용어는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식 표현이 섞여있어 비전문가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일상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와 거리가 있어서다. 사법부도 ‘알기 쉬운 법률 용어’ 필요성을 인식하는 모양새지만, 여전히 법정에서는 어려운 법률 용어가 주로 쓰인다. 가령, 다른 이의 자격이나 이름을 거짓으로 훔쳐 쓴다는 뜻으로 쓰이는 ‘모용’은 ‘자격모용 공문서 등 작성죄’ 같은 법률 용어로만 쓰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로 쓰는 ‘불의타’라는 용어는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에 등재되지 않은 단어다. ‘불의의 타격’이라는 뜻으로 판결문에도 쓰이던 법률 용어다. 윤 전 대통령은 최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선고 연기를 요구하며 또 ‘불의타’라는 용어를 썼다.
ㄴ 교수는 “어려운 법률 용어를 나름 많이 순화했지만 100년 전 문체를 여전히 쓰는 등 여전하다”며 “윤 전 대통령 발언도 그런 법조계 문제점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출처 : 경남도민일보(https://www.idomin.com)

읽기 자료

헨리 뢰디거 외,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13면.
벼락치기는 공부에 도움이 될까?
어떤 유형의 학습자든 단연 선호하는 학습 전략은 교재를 반복해서 읽기, 그리고 기술이나 새로운 지식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기라는 전략이다.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가장 생산성이 떨어지는 전략이다. 반복해서 읽고 몰아서 연습하는 방식을 사용하면 실력이 늘었다는 느낌이 커진다. 하지만 완벽하게 익히거나 오래 기억하고자 한다면 이런 전략은 대개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시험을 보는 것은 공부에 도움이 될까?
기억 속에서 사실이나 개념, 사건을 떠올리는 인출 연습은 반복해서 읽는 복습보다 더 효율적인 학습전략이다. 쉬운 예로 플래시 카드를 생각하면 된다. 인출 혹은 회상은 기억을 강화하고 망각을 막아준다. 교재를 읽거나 강의를 들은 후 아주 간단한 시험 한 번만 보아도 교재를 반복해서 읽거나 필기한 내용을 복습할 때보다 효과적으로 학습하고 기억할 수 있다.
시간 간격을 두고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 간격을 두고 복습하기는 학습할 때 망각이 일어날 만한 시간 간격을 두거나, 두 가지 이상의 주제를 번갈아 배우는 방법이다. 이런 경우 배운 내용을 기억해내는데 힘이 들고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노력을 들이면 배운 내용이 오래 남고 나중에 적절한 상황에서 그 지식을 풍부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지식을 얻기 전에 해법을 만들어 보는 것은 공부에 도움이 될까?
해법을 배우기 전에 문제를 풀기 위해 애쓰면 그 과정에서 실수를 좀 하더라도 결국 그 지식을 더욱 잘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