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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 법치주의

법치주의의 의미

성낙인, 헌법학, 261면.
법치주의란 인간에 대한 불신을 근거로 자의적·폭력적 지배를 배제하고 국민의 의사에 따라 제정된 법에 의한 ‘이성적 지배’를 요구하는 통치원리이다. 즉 법치주의가 요구하는 “법에 의한 지배”에서 법이란 국민적 정당성에 기초한 헌법과 그 헌법에 합치적인 법률에 의한 지배를 말한다.
법치주의는 비록 헌법에 명시된 원리는 아니지만, 헌법을 관류하는 기본 원리라는 데에는 이의가 없다. 법치주의의 발전과 그에 따른 내용은 각국에서 발전된 특유의 법문화와 전통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법의 지배(Rule of Law) 원리는 영국에서 발전하였으며, 특히 다이시의 이론을 통해 정립되었다. 영국에서 법의 지배는 주권이 국왕으로부터 의회로 넘어가는 영국식 민주주의의 발전과정에서 정립된 원리이다. 즉 영국에서 법의 지배는 절대권력에 대한 보통법의 절대적 우위를 전제로 한다. 이에 따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절차법상 특별법원이 아닌 일반법원을 통한 쟁송절차를 관습헌법에 기초하여 정립한 원리이다.
법의 지배원리는 미국에 도입되어 미국헌법의 기본원리로 정립되었다. 영국과 달리 성문헌법으로 출발한 미국에서 법의 지배는 헌법의 우월성에 기초하여 입법권에 대한 헌법의 우위가 위헌법률심사제를 통하여 보장된다.
독일에서는 법의 지배 또는 법치주의보다는 오히려 법치국가로 표현된다. 원래 법치주의는 국가권력작용이 국가생활에서 구현되는 방법으로서, 오토 마이어가 주장한 공권력(행정) 작용에 있어서 법률우위의 원칙으로 나타난다. 이는 결과적으로 법률에 의한 지배원리 내지 형식적 법치주의로 평가되었다.

<자유주의와 법치주의는 어떤 관계인가?>

실질적 법치주의

장영수, 헌법학, 191면.
형식적 법치국가 이해를 비판하고 국가활동의 단순한 형식적 합법률성만이 아니라 국가 질서의 내용적 정당성까지도 묻는 실질적 법치국가를 구성하려는 노력은 입헌군주제가 붕괴되고 독일 최초의 민주공화국으로 수립된 바이마르 공화국 하에서 법실증주의 헌법학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정당성과 합법성은 서로 밀접하지만 동일한 개념은 아니다. 합법성은 어떤 행위나 제도가 이미 정해진 법 규칙과 절차에 부합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개념이다. 법에 정해진 절차를 거치고 법 조문에 위반되지 않으면 그 행위나 결정은 합법적이라고 평가된다. 반면 정당성은 그 법이나 결정이 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묻는 개념으로, 시민들이 그것을 옳고 타당하다고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지를 문제 삼는다. 법에 따라 만들어진 결정이라 하더라도 시민 다수가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막스 베버는 합법성은 권력이 작동하는 형식에 해당하고, 정당성은 사람들이 그 권력을 자발적으로 따르게 만드는 믿음의 근거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민주사회에서는 법에 맞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그 법과 결정이 공정하고 설득 가능한지까지 함께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마르의 새로운 법치국가 이해에 있어서 특기할 만한 발전을 보인 것은 종래의 형식적 민주주의 이해, 형식적 법치주의 이해를 비판하면서 독일에서 그동안 상실되었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내적인 결합을 회복시키려는 노력을 한 헤르만 헬러의 법치국가 사상이다. 그는 민주적 통일체로서의 국가를 형성함에 있어서 한편으로는 사회적 동질성의 요청을 인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 내적 갈등의 병존을 인정하고, 실질적 자유와 실질적 평등의 관념 하에 전통적인 자유주의의 형식적 요청과 새로이 주장되는 사회주의의 내용적 요청을 결합시키려 노력함으로써 사회적 법치국가를 주장하였다.
비록 이러한 헬러의 주장이 당시 지배적인 경향을 바꾸어 놓을 수는 없었지만 나치 통치의 경험에 의해 형식적 법치주의의 한계가 분명하게 인식되고 제3제국의 붕괴와 더불어 인간의 존엄과 인격성의 불가침에 기초하는 새로운 민주적 법치국가 질서의 구성이 요청되었을 때 헬러의 이론은 새로운 이정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형식적 법치주의와 실질적 법치주의는 무엇이 다른가?>

법치주의의 파생 원리

성낙인, 헌법학, 261면.
신뢰 보호의 원칙
신뢰 보호의 원칙은 법적 규율이나 제도가 장래에도 지속되리라는 합리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이에 적응하여 개인의 법적 지위를 형성해 왔을 때는 국가가 그와 같은 국민의 신뢰를 되도록 보호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신뢰 보호의 원칙은 “사회환경이나 경제여건의 변화에 따른 정책적인 필요에 의하여 공권력 행사의 내용은 신축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고, 그 바뀐 공권력 행사에 의하여 발생된 새로운 법질서와 기존의 법질서와의 사이에는 어느 정도 이해관계의 상충이 불가피하므로, 국민들이 국가의 공권력 행사에 관하여 가지는 모든 기대 내지 신뢰가 절대적인 권리로서 보호되지는 아니한다.”
소급입법의 금지
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관련하여 헌법 제13조는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다.
진정소급입법은 이미 과거에 완성된 사실이나 법률관계를 규율 대상으로 하여 사후에 그 전과 다른 법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입법을 말한다. 진정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며,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부진정소급입법이란 과거에 이미 개시되었지만, 아직 완결되지 아니하고 진행 중인 사실이나 법률관계에 새로이 개입하여 그 법적 지위를 사후에 침해하는 입법을 말한다. 부진정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소급효를 요구하는 공익상의 사유와 신뢰보호의 요청 사이의 교량(較量) 과정에서 신뢰보호의 관점이 입법자의 형성권에 제한을 가하게 된다.

<부진정소급입법은 소급입법인가?>

읽기 자료

조세법률주의와 실질적 법치주의의 관계는?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였는데 위 두 개의 규정은 조세행정에 있어서의 법치주의(조세법률주의)를 선언하는 규정이다.
조세행정에 있어서의 법치주의 적용은 조세징수로부터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법적 생활의 안전을 도모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서, 과세요건법정주의와 과세요건명확주의를 그 핵심적 내용으로 하는 것이지만 오늘날의 법치주의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써 정해야 한다는 형식적 법치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법률의 목적과 내용 또한 기본권보장의 헌법이념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실질적 법치주의를 의미하며 헌법 제38조, 제59조가 선언하는 조세법률주의도 이러한 실질적 법치주의를 뜻하는 것이므로 비록 과세요건이 법률로 명확히 정해진 것일지라도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고 조세법의 목적이나 내용이 기본권보장의 헌법이념과 이를 뒷받침하는 헌법상의 제원칙에 합치되지 아니하면 아니된다(헌재 1998. 2. 27. 95헌바5, 판례집 10-1, 49).
신뢰보호의 원칙의 의미는?
헌법상의 신뢰보호원칙은 법치국가의 원칙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으로서 이 원칙에 의하면, 새로운 입법으로 말미암아 기존의 법질서에 대한 당사자의 합리적이고도 정당한 신뢰가 무너져 당사자가 큰 손해를 입는 경우에 새로운 입법이 목적으로 하는 공익이 당사자가 입는 손해를 정당화할 수 없다면 그러한 새 입법은 허용될 수 없는 것이지만 과연 새로운 입법이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배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침해받은 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정도, 신뢰의 손상 정도, 신뢰침해의 방법 등을 새 입법이 목적으로 하는 공익과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야 한다(헌재 2001. 2. 22. 98헌바19, 판례집 13-1, 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