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Duplicate

14-3 위헌정당해산

위헌정당해산제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민주주의는 다원주의를 전제하므로 원칙적으로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이든 허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당이 다원주의, 나아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목적으로 활동하면 어떻게 어떻게 될까. 이 경우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다원주의와 민주주의에 따라 허용된 정당이 다원주의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모순 말이다. 실제로 과거 독일 나치의 사례는 이 점을 잘 보여준다.
헌법 제8조 제4항은 바로 이러한 취지에서 만들어진 조문이다. 정당에 의한 민주주의의 파괴, 나아가 헌법의 파괴를 막기 위한 ‘위헌정당해산제도’가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위헌정당해산제도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가 제소하여 헌법재판소의 재판을 통해 그 정당을 해산하는 것이다. 위헌적 정당이 헌법을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을 막는다는 점에서 ‘헌법보호’의 수단이라고 이해되고 있다.
위헌정당해산심판의 청구권자는 정부이며, 정부가 청구하는 경우 반드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법무부 장관이 정부의 대표자로서 실제 소송수행을 한다. 위헌정당해산심판의 청구는 정부의 재량행위로 해석된다. 위헌정당해산심판의 피청구인은 정당이다. 여기에서 정당은 원칙적으로 정당법에서 정하는 요건을 갖추고 등록을 마친 정당을 말한다. 해석상 정당의 부분 조직, 창당준비위원회 등도 피청구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위헌정당해산심판의 심리는 원칙적으로 공개된 구두변론에 의한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정당의 해산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 청구를 인용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된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함을 확인해야 합니다. 위헌정당해산제도가 남용될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지엽적인 정보에 근거하여 정당의 목적을 판단하거나, 일부 당원 또는 일부 추종자들의 돌발행동에 근거하여 정당의 활동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민주적 기본질서란 민주주의를 민주주의이게끔 만드는, 민주주의가 포기할 수 없는 최소한의 요소를 의미한다고 본다. 예컨대 국민주권, 민주적 선거제도, 복수정당제도 등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포함된다고 하겠다.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가 이유 있을 때 전체 재판관 9명 중 6인 이상의 찬성으로 위헌정당해산 결정을 한다. 해산된 정당의 잔여재산은 국고에 귀속하고, 해산된 정당의 대표자와 간부는 해산된 정당의 강령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정당을 창당하지 못하며, 해산된 정당의 명칭과 같은 명칭은 정당의 명칭으로 다시 사용할 수 없다.
해산된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자격이 상실되는지 아닌지에 대하여 논란이 있었으나,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결정에서 국회의원 자격 상실을 결정한 바 있다.

<어떤 정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 정당일까?>

위헌정당해산을 바라보는 엇갈린 관점

위헌정당해산제도로 인해 정당이 언제나 불이익을 받게 되리라 생각하는 것은 한 면만 보는 것이다. 다른 단체와는 다르게 정당을 해산하려면 헌법재판소에 의한 엄격한 절차를 통해야 함을 규정한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정당의 존립을 강력하게 보호하는 ‘정당의 특권’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권력자가 이 제도를 악용하여 자신에게 반대하는 정당, 마음에 들지 않는 정당을 함부로 해산하는 상황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이 경우에는 정당이 아니라 권력자가 헌법의 다원주의 그리고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 된다. 위헌정당해산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헌법 제8조 제4항은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4년 12월 6일,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 결정이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내려졌다. 이와 함께 헌법재판소는 “정당 해산이 헌법을 수호한다는 방어적 민주주의 관점에서 비롯된 만큼 해당 정당의 국회의원의 대표성도 인정할 수 없다.”라며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 상실도 결정했다.
이 결정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측에서는 폭력을 통한 체제 전복 시도의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정당의 활동 역시 헌정질서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냉엄한 남북 분단의 상황에서 북한에 동조하는 것처럼 보였던 통합진보당의 해산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 결정이 생각과 주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소수자를 배척한 것이라고 본다. 정당 해산은 최후의 수단으로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데, 이 결정을 정당화할 논리와 명분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말한다. 정당의 강제해산으로 민주주의 체제의 중요 요소인 정당의 자유, 정치적 결사의 자유는 심각하게 제한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금은 통합진보당이 쫓겨나지만, 다음은 누가 당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고 말한다.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한 국제사회 일각에서도 이번 결정이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라고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의견 모두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남북한이 대치한 상황에서 민주주의 질서를 수호해야 한다는 특수성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거꾸로 민주적 기본질서란 다수뿐 아니라 소수를 배려하고, 다원적 가치를 포용하는 것을 대전제로 하며, 따라서 나와 다른 세계관을 포용해야 한다는 반대 측의 의견도 타당하다. 이 사건은 양쪽의 의견이 충돌하는 정확한 경계 지점에서 일어난 것일지 모른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통합진보당 문제의 해결을 굳이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해산 결정으로 해야 했는가 하는 점이다. 정당 해산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정당에 대해 마지막으로 취할 수 있는 극단적 조치이다. 따라서 헌법 질서에 반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세력은 국민이 선거나 여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거르고 도태시키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해결 방법이다.
일각에서는 통합진보당의 선전과 선동이 독버섯처럼 퍼져나가 우리 국민을 모두 감염시켜 버릴지 모른다는 걱정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위헌정당해산과 같은 극약처방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보호할 수밖에 없었다고 할지 모른다. 요컨대 국민에 대한 불신이다. 그러나 이것은 적절하지 않은 생각이다. 국민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려운 정치질서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100년 후 또는 그 이후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위헌정당해산이 나타나면 정부는 반드시 위헌정당해산 청구를 헌법재판소에 해야 할까?>

읽기 자료

정당해산심판은 정당에게 불리한 제도일까?
정당해산제도는 정당에 대하여 일반 결사와 달리 엄격한 요건과 절차에 의해서만 해산되도록 한다는 정당보호라는 의미와, 정당이 정당 활동의 자유라는 미명으로 헌법을 공격하여 파괴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헌법보호라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정당해산제도는 정당 존립의 특권을 보장함(정당의 보호)과 동시에, 정당 활동의 자유에 관한 한계를 설정한다(헌법의 보호)는 이중적 성격을 가진다.
헌재 2014. 2. 27. 2014헌마7, 판례집 26-1상, 310, 315
위헌정당해산의 기준이 되는 민주적 기본질서는 무엇을 의미할까?
헌법 제8조 제4항이 의미하는 ‘민주적 기본질서’는, 개인의 자율적 이성을 신뢰하고 모든 정치적 견해들이 각각 상대적 진리성과 합리성을 지닌다고 전제하는 다원적 세계관에 입각한 것으로서, 모든 폭력적·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를 존중하면서도 소수를 배려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과 자유·평등을 기본원리로 하여 구성되고 운영되는 정치적 질서를 말하며, 구체적으로는 국민주권의 원리,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제도, 복수정당제도 등이 현행 헌법상 주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이 민주적 기본질서의 외연이 확장될수록 정당해산결정의 가능성은 확대되고 이와 동시에 정당활동의 자유는 축소될 것이므로, 헌법 제8조 제4항의 민주적 기본질서는 최대한 엄격하고 협소한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헌재 2014. 12. 19. 2013헌다1, 판례집 26-2하, 1, 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