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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 대의제 민주주의

대표의 개념

장영수, 헌법학, 156면.
대표(representation)란 일정한 매개작용을 통하여 현존하지 않는 것이 실제 존재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본인이 직접 일을 처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에는 대표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대표관계는 본인이 직접 모든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에 다른 사람(대표자)이 그를 대신하여 일을 처리하고, 그 일 처리의 효과는 본인(대표되는 자)에게 귀속되는 관계인 것이다.
이러한 대표관계는 사법상의 대리와 구별되어야 한다. 대표와 대리는 양자가 모두 일정한 매개 작용을 통하여 특정인의 행위에 대한 법적 효과가 타인에게 귀속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법상의 대리에 있어서는 본인이 대리인을 계속하여 지시·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와 구별된다. 헌법적인 대표 관계에 있어서는 사법관계에서와 같은 법적 지시·통제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표관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대표되는 자와 대표하는 자 사이에 밀접한 신뢰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따라서 민주적 대표관계에 있어서도 대표되는 자인 국민과 국가권력의 담당자 사이에 어떻게 신뢰관계가 형성되고 유지되어야 하는지가 중요한 문제로 등장한다.
대의제의 기본적 의의는 무엇보다 실제로 활동 가능한 국가권력을 구성하는 데 있다. 현대 국가에 있어서는 국민의 수가 많고, 또 그 이해관계도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국민의 의사에 의한 전면적인 직접적 통치(직접민주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까닭에 활동력 있는 소수로 대표자를 구성하고 그들의 활동을 통해 국가질서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원리상 대표는 몇 명 정도를 뽑는 것이 적당한가?>

국민과 대표자의 관계

장영수, 헌법학, 159면.
<국민의사 우월성>
대의제에서 대표자의 의사는 국민의 수권에 그 정당성의 근거를 두고 있으며, 따라서 기본적으로 국민의 의사가 대표자의 의사보다 우월한 것이다. 이러한 국민 의사의 우월성은 한편으로는 국민에 의한 대표기관 선출 및 대표기관의 활동에 대한 통제를 통하여 구체화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 의사의 표현인 헌법에 의해 대표기관의 활동 범위에 한계를 그어주는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국민 의사가 무엇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으므로, 국민 의사의 우월성이 결정적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민주적 선거>
선거는 국민과 대표자를 연결시키는 가장 중요한 매개과정이다. 대표자의 행위의 효과가 국민에게 귀속될 수 있는 기본적인 근거는 그들이 국민의 의사에 의해 선출됨으로써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자유위임>
일단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는 구체적인 정치적 문제에 대한 판단과 결정에 있어서 국민의사에 의한 직접적 구속을 받지 않는다. 즉 자유위임(무기속위임)의 원칙이 인정되고 있다. 국민에 의한 직접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하고 또 비능률적이기 때문에 선택된 대의제에서 국민에 의한 지시나 통제를 인정한다는 것은 자기 모순이 될 것이다.
<국민에 의한 통제>
비록 자유위임이 원칙이지만 대표자의 모든 활동은 국민의 영향력 밖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선거는 누가 국가권력을 담당할 정당성을 갖는가를 결정해 주지만, 그것이 국가권력의 자의적인 행사까지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대의제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와 마찬가지로 현행 헌법도 국민소환과 같은 직접적인 통제의 수단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판적 여론에 의한 통제를 받기도 하며, 임기 종료 시 선거에 의한 통제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물론 문제가 발생한 때와 선거가 치러지는 때 사이의 시차, 무차별적 진영논리 등 때문에 선거를 통한 평가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한계도 있다.

<국민의 의사가 우월하다는 말과 자유위임의 원칙은 모순되는 것 아닌가?>

대표의 유형

버나드 마넹, 선거는 민주적인가, 146면.
뉴욕 비준 회의에서 해밀턴의 호적수였던 스미스는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우리가 대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의 마음 속에 자연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대표는 그들이 대표하는 사람들과 닮아야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바로 국민의 진정한 사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는 그들의 처지와 그들의 필요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들의 고통을 함께 느껴야 하고, 그들의 진정한 이익을 추구하고자 해야 한다.”
만약 이렇게 되지 않으면 대표는 가장 부유하고 중요한 계급의 이익만을 대표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법적으로는 정의된 특권이 아니라 부, 지위 또는 심지어 재능에 의해 주어진 사회적 우월성을 가진 사람이 대표로 선출될 것이고, 이러한 다양한 우월성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소위 “자연 귀족”을 형성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입장을 묘사적(descriptive) 대표 개념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는 큰 의회를 구성하는 것이 좋으며, 다양한 계층 출신의 대표자가 선출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미국연방헌법을 만든 헌법의 아버지들은 이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선출된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보다 공공선을 위해 봉사한다면, 이것은 유권자와의 유사성 때문이 아니라, 정기적인 선거로 인해 국민에 대한 책임성을 유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묘사적 대표를 주장한 사람들은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서는 대표와 국민이 같거나 닮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반하여, 제임스 매디슨과 같은 사람은 대표는 국민과 다를 것이며, 사실상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유사성이 아니라 반복되는 선거가 국민 이익의 최고 보호자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들은 자연 귀족정이 과거 신분적 귀족정과는 차이가 있으며, 선거를 통해 만들어지는 자연 귀족정에 반대할 근거가 없다고 생각했다.

<국회의원은 평범한 국민과 닮은 보통 사람이 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일반 국민보다 뛰어난 엘리트가 하는 것이 좋을까?>

읽기 자료

자유 위임의 원칙의 의미는 무엇인가?
자유위임원칙은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적 요소이다.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한 헌법 제7조 제1항,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 제45조 및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라고 규정한 제46조 제2항을 종합하여 볼 때, 헌법은 국회의원을 자유위임원칙 하에 두었다고 할 것이다(헌재 1994. 4. 28. 92헌마153 참조).
자유위임원칙 하에서 국회의원은 일단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후에는 개별 유권자 혹은 집단으로서의 국민의 의사를 그대로 대리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양심에 기초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국가 전체이익을 추구하여야 한다.
국회의장이 정당과 협의하여 국회의원 소속 상임위원회를 임의로 정하는 것은 자유위임 원칙에 반할까?
의사절차와 내부조직을 정할 때에도 국회의원의 자유위임에 기한 권한을 충분히 보장하여야 하는 것이나, 국회 내 다수형성의 가능성을 높이고 의사결정의 능률성을 확보하는 것 역시 중대한 헌법적 요청이므로 자유위임원칙이 언제나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자유위임원칙이 개별 국회의원이 국회 내부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직무를 담당하는 것까지 보장하는 원리는 아니다.
통치구조의 구성원리는 자기목적적인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과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를 보장하고 실현하기 위한 수단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위임원칙 역시 무제한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국회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범위 내에서 불가피하게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