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
장영수, 헌법학, 148면.
근대 주권국가의 탄생 내지 주권 이론의 탄생은 중세 봉건 질서의 붕괴와 근대적 정치질서의 형성이라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중세 말의 혼란과 무질서, 내란과 내전, 테러 등은 많은 정치 사상가들로 하여금 새로운 안정된 질서를 수립할 수 있는 방법을 추구하도록 만들었다. 이것은 낡은 권위(즉 중세를 지탱하던 권위였지만 이제는 이미 타락하고 약화된 교황과 황제의 권위)를 다시 강화함으로써 이루어지기는 힘들다고 생각되었다.
이에 따라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권위, 즉 왕권을 절대화함으로써 새로운 안정적 질서를 형성하려는 목적에서 주권 이론이 창조되었다. 결국 주권 이론은 교황이나 황제가 아닌 왕에게 안정된 사회적 질서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내란과 내전의 혼란상태를 종식시키고, 안정된 질서를 회복시키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주권이란 대외적으로 (교황과 황제의 권위로부터) 독립되어 있고, 대내적으로 (봉건영주 및 제후 등의 권위를 누르고 새로운 안정된 질서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최고의 위치에 있는 권력으로 이해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만들어진 근대적 주권이론은 군주의 권위를 절대화함으로써 사회적 질서와 평화를 회복시키고자 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근대적 주권국가, 그것도 절대군주제 국가의 형성에 강력한 이론적 뒷받침을 제공하였다.
참고로 근대초 프랑스의 정치적 혼란을 배경으로 군주주권론을 체계화하였고, 그럼으로써 근대적 주권 이론을 국가학 및 헌법학의 핵심테마로 만들어낸 최초의 사상가는 장 보댕이다.
<중세 말에 등장한 주권 개념과 오늘날 국민주권에서 주권 개념은 같은 말일까?>
국민주권
장영수, 헌법학, 151면.
그러나 이와 같이 군주의 주권을 극단화시킴으로 인하여 주권은 질서이 회복과 평화의 유지라는 본래의 의도에 반하여 현존하는 사회질서에 대해 위협적인, 심지어 파괴적인 힘으로 작용하게 된다. 즉 군주의 자의적 권력 행사로 현존하는 법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질서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고전적인 군주주권론의 딜레마가 있다.
이러한 딜레마로부터의 탈출은 주권 이론의 새로운 해석을 통하여 시도되었다. 이미 주권개념은 국가의 징표로서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주권개념 자체의 배격은 현실적으로 어려웠고, 결국 주권의 성격과 주권의 소재를 달리 해석함으로써, 즉 “군주=주권자=국가”라는 등식을 파괴함으로써 군주주권 이론이 갖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군주주권론에서 국민주권론으로 이행되어 가는 이론적 발전의 정점은 루소의 사회계약론에서 찾을 수 있다. 루소에 따르면 주권자는 사회계약의 당사자인 국민이다. 그러나 국민이 아무 권리 없이 복종만 강요당한다면, 그들은 더 이상 주권자인 국민으로서의 성격을 갖지 못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사회상태는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루소가 이해하는 주권은 “일반의지”의 행사이므로 양도될 수도 없고, 분할될 수도 없는 것이다.
또한 일반의지는 언제나 올바르고 공공의 이익을 지향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의지의 행사인 주권은 – 아무리 절대적이고 신성하고 불가침이라 하더라도 – 일반적 약속의 한계를 넘지 않으며, 넘을 수 없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개인의 자유와 재산에 대한 부당한 침해가 주권에 의해 행해질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제1조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루소의 국민주권 이론에 따르면 입법, 행정, 사법부 중 가장 중요한 권력은 무엇이 될까?>
국민주권의 한계
장영수, 헌법학, 153면.
그 동안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 내지 본질적 징표로서 널리 인정되던 국민주권은 역사적으로 볼 때, 군주주권에 대항하는 항의적·투쟁적 이데올로기로서 기능해 왔을 뿐, 구체적으로 국가 질서를 형성하는 원리로 작용하지 못했다. 이것은 군주주권과의 비교를 통해 보다 분명하게 확인될 수 있다.
군주주권이 인정될 경우 군주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결정 권력을 보유하게 되고, 따라서 군주 개인의 의사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국가 질서의 형성이 가능해진다. 이때 군주는 최종적 결정권자로서 주권자라고 불릴 수 있다. 그러나 국민주권이 관철된 경우에도 주권자로서의 국민은 구체적 행동체로서의 개개인 또는 그들 중의 일정 범위의 집합이 아니라 추상적·이념적 통일체인 전체로서의 국민이다. 따라서 국민주권이 국민에게 실제로 의미하는 바는 군주주권이 군주에게 의미하는 것과는 상이한 차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오늘날 국민주권이 더 이상 아무런 실질적 의미도 갖지 못하는 장식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근대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에 있어서 국민주권이 민주주의와 동일시되고 또 국민주권이 관철·보편화되는 과정이 민주주의의 실현 과정과 동일시될 수 있었던 것은 양자가 동일한 이념에 의해 이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주권 이론은 인간의 이성에 기초하는 모든 개인의 인격적 평등을 전제로 하였으며, 개인의 최대한의 자율성의 보장에 그 정당성의 근거를 두고 있었던 것이다.
국민주권이 관철됨으로써 구체적인 국가 질서가 곧바로 민주적인 것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민주권은 국가 질서의 정당성에 대한 근거 내지 기준으로 작용하며, 국가 질서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비록 국민주권만으로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주권을 부정하는 민주주의가 있을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국민주권을 함부로 동원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읽기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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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권이 헌법에서 차지하는 지위는 어떠한가?
“우리 헌법의 전문과 본문의 전체에 담겨 있는 최고 이념은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에 입각한 입헌민주헌법의 본질적 기본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기타 헌법상의 제원칙도 여기에서 연유되는 것이므로 이는 헌법전을 비롯한 모든 법령해석의 기준이 되고, 입법형성권 행사의 한계와 정책결정의 방향을 제시하며, 나아가 모든 국가기관과 국민이 존중하고 지켜가야 하는 최고의 가치규범이다.” 헌재 1989. 9. 8. 88헌가6, 판례집 1, 199,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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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권은 어떻게 실현되는가?
“헌법상의 국민주권론을 추상적으로 보면 전체국민이 이념적으로 주권의 근원이라는 전제 아래 형식적인 이론으로 만족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보면 구체적인 주권의 행사는 투표권 행사인 선거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실질적 국민주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유권자들이 자기들의 권익과 전체국민의 이익을 위해 적절하게 주권을 행할 수 있도록 민주적인 선거제도가 마련되어야 하고, 국민 각자의 참정권을 합리적이고 합헌적으로 보장하는 선거법을 제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헌재 1989. 9. 8. 88헌가6, 판례집 1, 199,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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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치참여 기회를 확장하자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어떤 근거를 댈 수 있을까?
“민주정치는 주권자인 국민이 되도록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기회가 폭넓게 보장될 것을 요구한다. 이는 국민주권의 원리로부터 나오는 당연한 요청이다. 특히 대의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오늘날의 민주정치 아래에서의 선거는 국민의 참여가 필수적이고,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자유로이 결정하고 표명하여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민주사회를 구성하고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주권행사 내지 참정권 행사의 의미를 지니는 선거과정에의 참여행위는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행하여질 수 있도록 최대한 보장하여야 한다.
헌재 1994. 7. 29. 93헌가4등, 판례집 6-2, 1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