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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 헌법의 개정

1987년 헌법개정

1987년 새해 벽두부터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박종철 고문 치사사건 이후 국민의 강렬한 저항과 분노는 극한에 이른다. 이에 밀려 여당인 민정당의 노태우 대표위원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인다는 이른바 6.29 선언을 한다.
6.29 선언 약 한 달 후인 7월 24일 이른바 8인 정치회담이 구성된다. 그리고 이 8인 정치회담이 7월 31일부터 9월 16일까지 87년 헌법 대부분을 결정한다. 8인 정치회담은 비공개의 막후 협상이었고, 별도의 개헌을 위한 공식기구는 국회의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줄여서 개헌특위였다. 하지만 개헌특위는 기껏해야 조문 정리 정도만을 담당하는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전락했다.
왜 개헌특위가 아닌 비공개 8인 정치회담이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일까? 회의를 공개하면 지지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의식적인 강경 발언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보다는 논리와 실리에 충실하게 집중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개방적인 자세를 취함으로써 쉽게 설득당할 수도 있으며 필요하다면 자기 의견을 쉽게 바꿀 수 있게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 달 남짓 아주 짧은 기간 동안 8인 정치회담은 개헌 협상을 완성했다. 그리고 1987년 10월 27일,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제9차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로 확정되었다.
그러나 그만큼 많은 부작용도 남기게 되었다. 막후 비밀 협상에 의한 개헌은 87년 민주화 열기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소수 정치 보스들의 집권 전략과 통치 편의성을 반영하기에 유리한 틀이었다. 87년 헌법은 구체제 정치 엘리트들의 정치 게임의 결과였으며, 대통령직선제라는 최소한만을 얻어냈을 뿐 실질적 민주화를 위한 의제를 모호하게 정의하거나 의도적으로 회피한 정치협약이라는 것이 학자들의 평가다.
또 하나의 커다란 큰 문제는 8인 정치회담에서 나눈 이야기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87년 헌법에 대한 헌정사적 논의 자체가 한계를 안게 되었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87년 헌법은 법률제정자의 입법 취지가 무엇인지 알기가 어려운 것이다.

<다음에 헌법을 개정한다면 초안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을까?>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249면 참조
1987년 민주화는 권위주의 체제를 종식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었지만, 그 결과가 반드시 진보적 정치 질서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민주화 이후 형성된 정치 질서는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방향으로 굳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당시의 민주주의 이행이 사회 전반에 축적되어 있던 다양한 요구와 개혁 과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정치 엘리트들 사이의 타협을 중심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민주화는 정치 경쟁의 절차, 즉 선거와 정당 경쟁의 형식적 측면을 정비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사회 구조나 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렇게 형성된 보수적 정당 체제는 이후에도 큰 변화 없이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정치적 대표 체제 아래에서 한국 사회의 상태가 내용적으로나 질적으로 개선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가 사회적 갈등과 요구를 조정하고 해결하는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은 점차 누적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민주주의의 이러한 보수화가 과거 군부나 권위주의 세력이 직접 집권하던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보수 야당의 적자로 여겨졌던 김영삼과 김대중을 중심으로 한 정치 세력이 집권했던 시기에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두 정치 세력 모두 집권 말기에 이르러 강한 대중적 비판과 실망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권위주의 체제에서 파생된 정당과 보수 야당이 중심이 되어 형성된 초기 한국 정치 질서, 즉 냉전적 반공주의에 기반한 보수 편향적 양당 체제 자체가 비판과 부정의 대상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기존의 정당 질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정당 체제가 등장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자연스러운 귀결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정치 현실에서는 여전히 기존 정치 세력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보수적 민주주의의 틀을 넘어서는 개혁적이거나 진보적인 대안이 등장할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수적 민주화는 정당 체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 대표 체제가 사회의 다양한 요구와 변화를 경쟁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나아가 그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정치 자체가 시민들의 분노와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늘날 정치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불만은 단순한 제도 개선만으로는 해소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지만, 이러한 불만을 위기로 인식하고 책임 있게 대응하려는 정치적 주체는 아직 분명하게 등장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성공한 대통령을 가질 수 있을까?>

헌법개정 절차

헌법의 개정이란 이전의 헌법과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의식적⋅적극적인 작업을 통해 헌법의 조문을 바꾸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전 헌법과 동일성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헌법개정은 더는 개정이 아닙니다. 차라리 새로운 헌법의 제정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또 헌법의 조문을 의식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헌법의 해석이 바뀌어 그 실질적 의미가 변화하는 현상도 있습니다. 이것을 헌법의 변천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는 헌법 조항의 의미는 바뀌지만, 헌법 자체가 바뀌는 것이 아니므로 헌법개정은 아닙니다. 보통은 헌법의 해석과 그로 인한 변천을 통해 헌법이 변화에 적응하도록 하는데, 그것이 한계에 다다른 경우, 그러니까 조문을 바꾸는 것이 불가피하면 헌법개정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제10장 헌법개정
제128조
①헌법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또는 의 발의로 제안된다.
②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
제129조
제안된 헌법개정안은 대통령이 일 이상의 기간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
제130조
①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하며, 국회의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②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③헌법개정안이 제2항의 찬성을 얻은 때에는 헌법개정은 확정되며, 대통령은 즉시 이를 공포하여야 한다.

읽기 자료

헌재 2013. 3. 21. 2010헌바132등, 판례집 25-1, 180
국민에게는 헌법 개정을 주장할 권리가 있는가?
헌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고 다른 내용의 헌법을 모색하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이 보유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서, 가장 강력하게 보호되어야 할 권리 중의 권리에 해당한다. 무릇 집권세력의 정책과 도덕성, 혹은 정당성에 대하여 정치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자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헌법개정을 주장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허용되는가?
주권자이자 헌법개정권력자인 국민은 당연히 유신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개정을 주장하거나 청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긴급조치 제1호, 제2호는 헌법개정을 주장하는 등의 일체의 행위를, 유신헌법에 반대하고 그 전복을 기도하며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장함으로써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하는 범죄행위로 판단하여 제정된 것이므로,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비추어 볼 때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기본권제한에 있어서 준수되어야 할 방법의 적절성도 갖추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