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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독일과 예멘의 통일

독일의 흡수통일

박정배, 통일대비 독일과 예멘의 통일 헌법체제에 관한 법적 고찰, 143면.
독일통일 후 민주적 행정 체제가 이식되기 전까지 동독은 행정이 국가권력의 속성을 가지는 사회주의적 관료주의 행정체제를 유지하였다. 한편, 체제 붕괴 직전에는 내부 상황의 악화로 인해 동독 행정체제가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동독의 마지막 수상 로타르 드메지어는 서독의 행정지원을 가능케 하기 위해 서독 관료의 동독 입국 및 국정 보조업무 수행을 승인하였다. 이를 통해 통일 이전인 1990년 6월부터 서독의 행정지원이 동독에 제공되었다. 동독 말기에 통과된 법률·규정들은 대개 서독의 본이나 서베를린에서 온 공직자에 의해 제정되었다. 서독 각 주는 물적 지원, 재교육 실시, 인력 파견, 상담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구 동독지역 행정 체제 구축을 지원하였다. 이러한 지원은 시기별로 다른 모습을 띄었는데, 초반에는 주 사무실 설비, 물품 등의 물적 지원이 주를 이뤘고, 1990년대 중반까지 자문, 회의 개최, 직원파견 등이 전체 지원의 65%를 차지하였다.
한편, 독일은 구체적인 법조문에 따라 통일을 이루었다. 서독 기본법 제23조는 “기본법의 효력범위”를 정하고 있었다. 즉 그들은 서독 기본법의 적용범위로 당시 서독의 12州를 나열하고, “독일의 다른 부분에는 그들의 편입 후에 효력이 발생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독 기본법 제146조 “기본법의 효력정지” 조항에는 “독일민족의 자유로운 결정에 의해 새로운 헌법이 효력을 발생하게 되는 날, 이 기본법은 그 효력을 상실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즉 서독 기본법 제23조와 제146조에 근거한 동독의 서독연방 귀속방식이란 동독의 집권당이 적당한 시기에 개헌 또는 의회의 결의를 통하여 서독연방에 귀속하는 결정을 내리고, 양 독일국민들의 총선에 의해서 새 정부가 구성되고 새로운 헌법이 제정되면 독일은 통일이 된다는 것이었다. 1990년 8월 23일은 동독 의회는 동독이 “서독의 기본법 제23조에 따라 1990년 10월 3일에 서독에 편입된다”는 안을 294대 62로 가결함으로써 독일은 완전히 통일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독일통일은 조약과 협정에 의한 통일이었다.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면 헌법 개정은 어떻게 하게 될까?>

독일 통일의 시사점

박정배, 통일대비 독일과 예멘의 통일 헌법체제에 관한 법적 고찰, 147면.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완성되지 않은 통일’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레나테 겐트 하노버대 교수는 주간으로 발행되는 <의회>지(43/44회 15쪽)에서 이 물음에 대해 “완성되지 않은 통일이란 동독인들의 사고방식이 서독인들의 그것과 비슷해지지 않았음을 의미 한다”며, 냉철한 답변을 제시하였다.
물론 서독은 많은 노력을 들여서 그들의 제도를 동독에 이식하고 전파시키는 데에 성공했으며, 무엇보다 널리 확산된 것은 서독의 경제 혹은 사업과 관련된 요소들이었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에는 통일 이후에 전혀 상이했던 두 사회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나가야 할 것인가에 관한 합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는 경제 활성화라는 과제에 가려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동독출신의 국민들이 현재 내심으로는 그들의 개인적인 운명과 공산주의정권 하에서의 업적에 대한 평가절하로부터 자신들을 지키려고 하는 일종의 저항의식을 갖고 있다. 그들은 서독식 경쟁사회의 기준에 따라 능력을 평가받게 되는데,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러한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40년간 그들이 간직해 온 가치들은 더 이상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서독사람들을 통해서 너무나 잘 알게 되었다. 만일 이러한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면, 통일이 되어도 북한은 여러 세대가 지나도록 융화되지 못한 채 겉돌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 주민들은 동독 사람들과 비슷한 상황에 이를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남한 국민조차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 2 : 1이라는 남북한 간의 인구비례를 감안할 때, 한국은 통일과정에서 서독과 동독간의 인구비례가 4 : 1이었던 독일에 비해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더 막대한 통일비용을 요구할 것이고 이것은 국민정서상 통일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가지게 할 것이다. 요컨대 단순히 정부기구나 정치·경제제도의 이양만 가지고는 진정한 의미의 통일을 달성할 수 없다.

<통일 후에도 남북한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예멘 통일의 시사점

박정배, 통일대비 독일과 예멘의 통일 헌법체제에 관한 법적 고찰, 155면.
예멘통일은 남북정상 간의 합의에 따라 두 정체를 기계적으로 병합시키는 병합과정과 그 후 장기간 이질화된 체제들을 통합시키는, 거의 실패할 뻔했던 과도기 통합과정을 통해 달성된 것이었다. 예멘통일의 문제는 대부분 차질이 통합과정에서 표출되었다. 그중의 하나가 주변 주요국가의 통일반대에 대해 무리수로 대처해서 병합과정을 성사시켰기 때문에 그 다음의 통합과정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는데 있다.
장기간 분단되었던 나라들 간의 통합은 주변국들의 이해관계에 여러 가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통합될 분단국끼리 상호 이해관계를 탐색하고 조율하고 협상하듯이 주변국들과의 충분한 사전 양해가 중요하다. 특히 당초 분단의 과정이 복잡하고 그 기간이 길수록 내적 통일 환경에 못지않게 외적 통일 환경의 관리를 소중히 할 필요가 있다.
예멘사례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엘리트간의 기계적인 권력배분과 성급한 통합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권력안배를 고려한 권력구조는 통일의 촉진제가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아서 산적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행정개편 문제, 권력구조의 제도화문제 등이 제기될 경우 첨예한 이해의 대립이 야기되고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으므로 정치적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물리력에 대한 통일된 지휘체계가 없다면 정치적 이해갈등이 내전으로 발전되는 것을 방지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통일과정에 있어서도 남북 간 권력의 안배를 단순히 기계적인 일대일 대응의 통일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자칫 예멘의 사례처럼 또 다른 갈등의 원인으로 인한 실패한 통일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므로 먼저 한반도 신뢰구축을 통한 다각적인 연구를 통하여 남북 간 권력 안배를 행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통일 후 정부형태는 어떻게 되어야 할까?>

읽기 자료

헌재 2000. 7. 20. 98헌바63, 판례집 12-2, 52
통일을 위해 남북간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헌법에서 지향하는 통일은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바탕을 둔 통일인 것이다. 그러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서는 북한과 적대관계를 지속하면서 접촉․대화를 무조건 피하는 것으로 일관할 수는 없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하여 상호 접촉하고 대화하면서 협력과 교류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평화적 통일을 위한 초석이 되는 것이며, 순수한 동포애의 발휘로서 서로 도와주고 일정한 범위 내에서 경제적, 기술적 지원과 협조를 도모하여 단일민족으로서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헌법 전문의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는 방편으로서 헌법정신에 합치되는 것이다.
남북 교류를 확대하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없는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대안은 무엇이 있는가?
북한주민 등과의 접촉은 대체로 남북한간의 교류를 촉진시키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여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는 데에 기여하겠지만, 때로는 접촉과정에서 불필요한 마찰과 오해를 유발하여 긴장이 조성되거나, 무절제한 경쟁적 접촉으로 남북한간의 원만한 협력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접촉의 시기와 장소, 대상과 목적 등을 정부에서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접촉 당사자의 안위에 관계되는 일이 발생하였을 때 시의적절하게 대처하기 힘들고, 또한 북한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통로로 이용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통일부장관이 북한주민 등과의 접촉을 원하는 자로부터 승인신청을 받아 그 접촉의 시기와 장소, 대상과 목적 등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여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는 현 단계에서는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