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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 정치적 공동체의 존립과 고유한 의미의 헌법

물리적 폭력 행사의 독점

막스 베버에 의하면 어떤 목적에 따라서 국가를 정의할 수는 없다. 목적으로 국가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모든 국가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목적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료품 공급에서 예술의 보호에 이르기까지 일찍이 정치단체가 추구하지 않았던 목적은 없으며, 또한 인권 보호에서 판결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치단체가 보편적으로 추구했던 목적이라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국가를 정의해야 하는가? 베버에 의하면 국가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정의해야 한다. 즉 모든 국가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폭력행위라는 수단을 통해 국가를 정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다양한 사회집단 중에서 국가만이 합법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 전쟁, 범죄자의 체포나 처벌에서 그러한 현상이 벌어진다.
회사나 자선단체, 동네 반상회 등의 조직이 추구하는 목적과 국가가 추구하는 목적이 일치하는 경우는 언제나 있을 수 있다. 국가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다면 회사 조직의 목적과 일치하며, 빈민 구제라는 측면에서 보면 국가와 자선단체의 목적이 일치한다, 화재 예방 교육과 훈련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국가와 동네 반상회가 똑같은 목적을 추구하는 때도 있다. 그러나 목적의 추구를 위해 폭력을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관점에서 보면 국가는 이들 조직과 명확하게 구별된다.
그리고 이러한 폭력은 국가가 독점해야 한다. 다시 말해 국가 이외의 개인이나 집단이 사용하는 폭력은 모두 부당한 것이 된다는 말이다. 만약 국가 이외의 개인이나 집단이 합법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국가 안의 질서는 유지되지 못하고, 심한 경우 국가는 그것을 억누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막스 베버는 국가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국가란 어느 일정한 영역 안에서 정당한 물리적 폭력 행사의 독점을 실효적으로 요구하는 인간 공동체이다.”

과제로서의 정치적 통일과 법적 질서

헌법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는 헌법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다시 말해 헌법의 과제에 의하여 파악될 수 있다. 이 헌법의 과제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과제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과제여야 한다. 그렇다면 헌법의 과제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국가의 정치적 통일이다. 국가는 인간 생활의 현실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행동양식을 하나의 공동체의 틀 안에 결합하고, 정치적 통일을 형성하는 만큼만 현실성을 갖는다. 다시 말해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들이 공동체의 해체나 분리를 요구하면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과거에는 이러한 통일이 지배자 개인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리고 비교적 변화가 없는 환경 가운데서, 종교와 같은 보편적이고 역사를 초월하는 질서에 대한 믿음 가운데서 정치적 통일이 형성되었다. 자연히 국가를 정태적으로 이해하는 태도가 일반이었다. 정태적(靜態的) 국가 이해는 국가를 고정된 실체가 있다고 보았고, 그 여건은 문제 삼지 않은 채 그 실체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만을 문제 삼았다.
오늘날의 국가관은 시간이라는 요소를 고려하여 국가를 이해한다. 즉 국가를 본질상 고정된 실체로 볼 수 없으며, 그것을 구성하는 실제 세력의 역학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현대의 산업 발전이 초래하는 갖가지 변화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결국 국가를 그 사회학적 기초로부터 분리하는 일을 허용할 수 없다. 이것이 동태적 국가 이해이다.
결국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인간의 행위를 공동체 안의 협동작용으로 조직화해 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일정한 법적 질서가 필요하다. 이러한 법적 질서 중에서도 기본적인 것이 헌법이다. 헌법은 정치적 통일을 형성하기 위한 구조적 계획이다.

<막스 베버의 국가 이해와 정치적 통일성 중심 헌법 이해를 종합하면?>

고유한 의미의 헌법과 헌법의 분류

고유한 의미의 헌법이란 국가의 조직과 구성에 관한 기본법을 말한다. 국가의 형태를 갖춘 이상 그 국가의 조직과 구성에 관한 기본적 사항은 규범의 형태로 구체화된다. 이러한 국가의 기본법질서는 고전적 의미의 국가조직법이며, 이를 본래적 의미의 헌법이라고도 한다.
근대입헌주의 헌법은 고유한 의미의 헌법에서 정의하는 국가의 조직과 구성에 관한 기본법이면서도, 그 내용도 ① 주권자인 국민이 제정한 국민주권주의 헌법, ② 주권자의 자유와 권리가 확보되어 있는 기본권 보장의 장전으로서의 헌법, ③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주권자를 대신하여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위한 권력분립의 원리를 채택한 권력통제규범으로서의 헌법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실질적 의미의 헌법이란 헌법의 성문·불문 여부를 묻지 않고 법규범의 유형에 관계없이 그 실질적 내용이 헌법적 가치를 가진 규범의 총체를 말한다. 이에 모리스 오류는 헌법학의 개념요소를 “국가의 조직·기본규범·통치형태·정치권력의 부여와 그 제한 및 관계, 기본권 보장에 관한 사항”으로 파악한다. 이에 따라 선거법, 의회법, 정당법 등에 관한 사항도 실질적 의미의 헌법개념에 포함될 수 있다.
형식적 의미의 헌법은 성문헌법전에 명시된 규범만을 지칭하는바, 특별한 기관에 의하여 제정되고 특별한 절차를 통하여 개정될 수 있다. 헌법제정을 할 때 제헌의회 등 특별기관이 필요하다든가, 의회의 3분의 2 이상 등의 특별정족수와 국민투표를 통한 확정 등의 특수한 절차를 마련한다.

<조선시대에도 헌법이 있었을까?>

읽기 자료

헌재 2004. 10. 21. 2004헌마554등, 판례집 16-2하, 1
관습헌법으로 인정될 수 있는 요건은 무엇인가?
관습헌법이 성립하기 위하여서는 관습이 성립하는 사항이 단지 법률로 정할 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헌법에 의하여 규율되어 법률에 대하여 효력상 우위를 가져야 할 만큼 헌법적으로 중요한 기본적 사항이 되어야 한다.
관습헌법이 성립하기 위하여서는 관습법의 성립에서 요구되는 일반적 성립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기본적 헌법사항에 관하여 어떠한 관행 내지 관례가 존재하고, 둘째, 그 관행은 국민이 그 존재를 인식하고 사라지지 않을 관행이라고 인정할 만큼 충분한 기간 동안 반복 내지 계속되어야 하며(반복․계속성), 셋째, 관행은 지속성을 가져야 하는 것으로서 그 중간에 반대되는 관행이 이루어져서는 아니 되고(항상성), 넷째, 관행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정도로 모호한 것이 아닌 명확한 내용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명료성). 또한 다섯째, 이러한 관행이 헌법관습으로서 국민들의 승인 내지 확신 또는 폭넓은 컨센서스를 얻어 국민이 강제력을 가진다고 믿고 있어야 한다(국민적 합의).
서울이 수도인 것은 관습헌법인가?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인 것은 조선시대 이래 600여 년 간 우리나라의 국가 생활에 관한 당연한 규범적 사실이 되어 왔으므로 우리나라의 국가 생활에 있어서 전통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계속적 관행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계속성), 이러한 관행은 변함없이 오랜 기간 실효적으로 지속되어 중간에 깨어진 일이 없으며(항상성),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국민이라면 개인적 견해 차이를 보일 수 없는 명확한 내용을 가진 것이며(명료성), 나아가 이러한 관행은 오랜 세월 간 굳어져 와서 국민들의 승인과 폭넓은 컨센서스를 이미 얻어(국민적 합의) 국민이 실효성과 강제력을 가진다고 믿고 있는 국가 생활의 기본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헌법의 분류에 따르면 관습헌법은 어디에 속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