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상대 정당 지지자와 결혼?···한국 50% 이상 “불편”, 미국 38% “속상”[중도, 그들은 누구인가] ⑥ 상대 목소리를 들어라
심진용 기자 2024. 1. 26. 21:00
정치적 이념, 지지 정당 혹은 정치인에 따라 갈라진 시민들이 다른 집단에 속한 이들을 미워하고 불신하는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여러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주 관찰된다. 이런 현상은 ‘정치적 양극화’로 불리지만 경쟁하는 정당이나 유권자들의 이념적 성향을 분석해보면 그다지 양극단으로 갈리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정서적 양극화’에 가깝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 정치학자 제임스 드럭먼과 매슈 레벤더스키는 2017년 여론조사업체 보비츠에 의뢰해 미국 유권자들이 상대 정당 지지자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조사한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아닌 상대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과 친구, 이웃으로 지내는 것이 어떤지를 물었다. 자녀가 상대 정당 지지자와 결혼을 한다면 어떤 감정이 들 것 같은지도 함께 물었다. 응답자의 16%는 상대 정당 지지자와 이웃으로 지내는 것이 불편하다고 답했다. 친구로 지내는 것은 19%가 불편하다고 했다. 자녀가 상대 정당 지지자와 결혼하는 것에 대해선 19%가 ‘속상할 것 같다’고 답했다.
2020년에도 미국에서 비슷한 조사가 있었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유고브에 의뢰해 진행한 조사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각각 38%가 자녀가 상대 정당 지지자와 결혼한다면 속상할 것 같다고 응답했다. 드럭먼·레벤더스키 조사와 이코노미스트 조사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3년 사이 자녀가 상대 정당 지지자와 결혼한다면 속상할 것 같다고 답한 미국인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런 현상이 관측되면서 미국 양대 정당 지지자 사이 정서적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자녀의 배우자와 관련한 1960년 조사에서 속상할 것 같다고 답한 미국인은 민주당 지지자 4%, 공화당 지지자 5%에 불과했다. 특히 극우적인 발언과 자신의 지지층만을 겨냥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양당 지지자 사이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2021년 1월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연방의회 의사당 습격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에 비해서도 한국 유권자들의 정서적 양극화가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12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8세 이상 성인 남녀 1533명을 대상으로 벌인 웹 설문조사에 드럭먼·레벤더스키 조사와 유사한 문항을 포함시켰다. 이념 성향별로 각 정당 지지자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대체로 보수 응답자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에 대해, 진보 응답자는 국민의힘 지지자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보수 응답자 38%는 ‘민주당 지지자와 직장 동료로 지내기 불편하다’고 답했다. 41%는 ‘절친한 친구로 지내기 불편하다’고 했고, ‘나 또는 자녀의 배우자가 되는 것이 불편하다’는 답변은 52%로 절반이 넘었다.
진보는 반감 수위가 더 높았다. 진보 응답자 48%가 ‘국민의힘 지지자와 직장 동료로 지내기 불편하다’고 했다. ‘절친한 친구로 지내기 불편하다’는 응답은 56%였다. ‘나 또는 자녀의 배우자가 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응답은 67%였다. 진보·보수에 상관없이 한국인 절반 이상이 자신의 이념에서 거리가 먼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나의 배우자 혹은 자녀의 배우자가 되는 게 불편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허석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한국 전반의 정당 불신과 유독 높은 ‘내집단’ 편향 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정당 지지 의사를 밝히는 데 익숙한 나라다. 선거 기간이면 거대 기업이나 유명 연예인, 대형 언론사 등이 거리낌 없이 특정 정당과 후보를 공개 지지한다.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밝히기 꺼리고, 심지어는 정치인들조차 ‘탈정당’을 말한다. 좌우를 떠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크다.
한국이 세계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내집단 편향이 강한 사회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허 조사관은 “국제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이 자기가 속한 집단에 대한 신뢰는 굉장히 강한 편인 데 반해 다른 집단, 즉 외집단에 대한 신뢰는 상당히 약한 것으로 나온다”면서 “그런 내집단 편향이 다른 정당 지지자에 대한 낮은 수용성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정치권의 극한 대립과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지지자 간 감정의 골이 더 깊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 정치 체제가 공유하는 특징인 공고한 양당 구조가 이념 집단 간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양당 구조만으로 모든 문제를 설명할 순 없다는 반박이 이어진다. 다당제에 기반한 의원내각제가 다수인 유럽에서도 각 정당 지지자 사이 정서적 양극화 현상이 적지 않다는 증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학자 토머스 티셸배커 등은 2021년 여론조사업체 라타나를 통해 미국과 유럽 9개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상대 정당 지지자들에게 느끼는 감정을 조사한 논문을 발표했다. ‘가까운 가족’ ‘이웃’ ‘친구’ ‘직장 동료’ 등 선택지를 주고 상대 정당 지지자와 어디까지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는 물음을 던졌다. 미국 응답자 25%는 상대 정당 지지자를 가까운 가족으로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폴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에서 이런 답변 비율은 10%가 되지 않았다. 상대 정당 지지자와 아무런 사회적 관계도 맺고 싶지 않다는 응답 비율은 미국에선 20% 미만이었지만, 프랑스와 스페인은 25%가 넘었다.
"한국은 유사내전 상태, 대통령 몰락해도 안 풀릴 것"
고정애입력 2025. 1. 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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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교수가 보는 탄핵정국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13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의 인터뷰에서 “국내외적 위기가 완전히 중첩된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기웅 기자
한국 민주주의가 기로에 섰을 때 청하게 되는 석학 중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있다. 오랫동안 한국 민주주의를 비판적으로 탐구해왔다. 민주주의의 민주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민중에서 시민으로’ 등은 그의 저서명이면서 당대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관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과 체포, 더불어민주당에 의한 연쇄탄핵으로 인한 혼돈의 와중인 13일 최 교수를 만났다. 그는 “민주화 이론을 다시 보고 있다”며 기예르모 오도넬과 필립 슈미터가 1970·80년대 민주화를 반추하며 공저한 『권위주의 통치로부터의 이행(Transition from Authoritarian Rule)』(1988년)부터 꺼냈다. “이행이라면 다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이해하는데, 권위주의 다음에 나타난 정치체제가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는 거다. 민주주의일 수도 있고 포퓰리즘일 수도 있고 권위주의와 민주주의가 섞인 것일 수도 있다. 상당히 의미 있는 얘기”라고 했다. ‘그럼 우린 어떤 민주주의인가’라고 물었더니 “민주주의는 됐는데 정치가 소멸됐다고 할까, 보이지 않는 민주주의인데 굉장히 정말 위험천만한 민주주의”라고 답했다. ‘정치 없는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를 위해선 정치가 필요한데, 정치가 없다는 의미다. 그가 ‘위험천만하다’는 표현을 쓴 이유일 것이다. 현안부터 물었다.
Q :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어떻게 보나.
A : “대통령이 정치의 방법이 아니라 군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점에서, 선거의 정당성을 부정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원리에 대한 도전이자 위반이다. 정치학적으로 말하면 ‘자체쿠데타(autogolpes·스페인어)’다. 즉 ‘현직 정부가 권한을 위헌적으로 찬탈해 입법·사법 및 기타 정부 기관을 폐쇄하거나 억압하려 한 것’이다.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다.”
Q : 실패했다.
A : “군부를 정치에 동원해선 안 된다는 건 한국 민주주의의 근본적 합의 사항이다. 이를 위반했기 때문에 지지받을 수 없었다. 군을 동원해 행정부와 입법부의 교착상황을 일거에 해소하겠다고 발상했다는 것부터가 현실과 유리된 일이었다. 자해적인 일이고 비합리적인 일이다.”
87체제, 팬덤 정치 등 거치며 악화
Q :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을 만난 적 있다.
A : “훗날 대통령이 된 사람들을 후보 시절 만난 적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균형감이 인상적이다. 더 개혁적이어야 한다는 요구를 많이 받았지만, 자신은 정치인이고 두루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중시했다. 때로 조금 보수적이라는 인상도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반대였다. 주한미군 철수가 신념인데 이를 공약할 수 없다는 것을 미안해했을 정도다. 속은 운동권인데 겉은 정치인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그래선 안 되고 자신이 정치인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주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는 자유주의란 서로 간의 가치와 사고, 열정을 달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용을 그 핵심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유주의자가 되는 것이 중요한데, 윤 대통령은 자유주의를 이념화해서 이해하는 것 같았다. 일종의 원리주의자로서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건 자칫 독단적인 통치자를 만들 위험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그런 면모가 더 극대화돼 표출된 게 아닌가 한다.”
Q : 민주당의 권력 남용도 문제다.
A : “여야 간 협의주의 전통이 완전히 붕괴됐다. 과거 여소야대 국회가 다양한 형태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큰 개혁을 해낼 수 있었다면 지금의 여소야대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전면 대립을 통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는 국회를 낳았다. 균형 없는 무한 견제만 있는 일종의 ‘불모의 흥분상태’가 됐다. 거부권을 남발한 윤 대통령도 문제지만 행정부를 마비 상태로 몰아가려는 민주당도 잘한 것은 없다.”
Q : 국가기관들이 논쟁적 선택을 하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A : “검찰·방송·감사원·사법부를 포함해 권력기관의 정치적 독립성은 한국 민주주의의 그저 중요한 과제가 아니라 결정적으로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에도 이들이 정치적으로 휘둘리도록 방치된다면, 나중에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여야 어디든 집권해서도 권력기관을 정치에 동원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Q : 87체제의 한계란 주장도 많다.
A : “87년 체제는 정치학자들이 ‘협약에 의한 민주화’라고 부르는 것의 산물이다. 여야가 공존하도록 만든 정치체제로 잘 작동하던 때가 있었다. 연합정치가 지배적이었고 정당 내부도 신진 개혁 세력부터 온건 중도, 합리적 보수까지 다양한 계파가 있었다. 대통령도 다양한 여론에 개방적 비서실을 운영했다. 캠프 정치, 청와대 정부, 팬덤 정치를 거치며 87체제가 나빠진 것이지 애초부터 문제였던 건 아니다. 물론 나빠진 87년 체제를 개선하는 길이 87년 체제로 돌아가는 건 아닐 것이다. 새로운 정부 형태나 권력 구조를 만드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필요하면 개헌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양당 독과점 구조에다 위성 정당을 덧붙인 정당정치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정계 개편 없이는 개헌도, 정치 행태의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뒤로 돌아갈 수도, 앞으로 나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처한 것이 지금의 한국 정치다.”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의회중심제(내각제)와 다당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당제와 독단적 대통령제, 팬덤 포퓰리즘이 결합해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기대난망”이란 말도 했다.
Q : 국가지도자다운 사람이 나오지 않고 있다.
A : “정치가 나빠져도 너무 나빠졌기 때문이다. ‘정치 없는 민주주의’의 상황이 오래 지속되니 좋은 정치가가 나올 수 없다. 나올 수 있는 건 권력 장악에만 모든 걸 거는 악성 야심가들뿐이다. 그들은 다양한 시민들을 협력하게 하는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조사하고 기소하고 처벌하라는 유사검찰 같은 배제와 적대의 정치를 한다. 정치를 극단적으로 양극화시키는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고 야당 대표가 되고 서로 번갈아 감옥 보내는 게임만 반복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Q : 혼란이 오래갈 듯하다.
A : “대통령직의 파면이든 반헌법적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이든 지금 대통령은 몰락이 결정된 상황이다. 이를 마무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이 사라진다고 공존의 정치나 평화의 시민사회가 오는 건 아니다. 지금 같아선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나 유사내전 같은 상황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특단의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선의의 해결자를 기대할 수도 없다. 한번에 즉각 달라지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차근차근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이견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긴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한 목소리만 있는 정당은 전체주의로의 퇴행을 피할 수 없다. 언론과 시민사회, 학계도 토론의 장을 열고 확대해줘야지, 정당 기관지처럼 해서는 안 된다. 지적·정신적인 기반을 튼튼히 하지 않으면 어느 사회든 멀리 볼 수도, 길게 갈 수도 없다.”
더 넓게 대표되는 다원민주주의 필요
그는 이날 ‘상당한 위기’란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국내 정치만을 의미한 건 아니었다. 국제정치 질서의 대전환점에서 한국이 한·미는 물론 한·일, 한·중, 남북 관계까지 주체적 변화를 이뤄내야 하는데, 비전 마련은 못한 채 정치 혼란까지 겹친 걸 우려했다. 그는 “국내외적 위기가 완전히 중첩된, 굉장한 위기감을 느끼고 불안하다”고 했다.
Q : 8년 전 탄핵 이후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이 통합적 질서를 만들어내지 못한 게 아쉽다.
A : “8년 전의 촛불집회는 희귀한 기회를 제공했다. 여야는 물론 진보와 보수 시민이 넓게 협력했고 거의 사회적 합의에 가깝게 탄핵과 파면, 조기 대선에 이르는 과정을 마무리했다. 이 과정을 같이한 네 정당이 온건다당제를 잘 운영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양극화 정치는 없었을 것이다. 검찰을 앞세운 적폐청산 같은 무리한 일을 안 했더라면 검찰 대통령 시대는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청와대 국민청원 대신 의회정치와 정당정치를 존중했더라면, 방송위원회 문제를 파당적으로 처리하지 않았더라면, 친문과 문빠 중심의 팬덤 정치 대신 다양한 당내 세력이 균형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취임사에서 약속한대로만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는 누가 되든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권력은 나눠야 하고, 대통령 비서실의 규모는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며, 비서나 참모보다 국무위원과 내각을 통해 일해야 한다. 캠프 정치, 팬덤 정치처럼 오로지 최고 권력자를 위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지지자들만의 크고 강렬한 요구만 증폭시켜 동원하는 직접민주주의를 앞세워 국회도 정당도 지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에게는 더 넓게 대표되고 참여할 수 있는 다원민주주의가 필요하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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