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과 각급 법원
헌법 제101조
②법원은 최고 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
헌법 제101조 제2항은 법원이 최고 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대법원이 법원조직에 있어서 정점에 있는 최고기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대법원 아래에는 고등법원, 특허법원, 지방법원, 가정법원, 행정법원과 같은 법원이 있습니다.
법원 조직도
심급제
헌법 제101조 제2항의 각‘급’ 법원이라는 말은 재판의 심급제가 인정됨을 간접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권리보호에 신중하게 임하고, 공정하고 정확한 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같은 사건에 대해서 서로 다른 법원에 의해 여러 차례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원칙적으로 우리 사법제도는 3심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소송이 3심은 아닙니다. 먼저 2심제로 되어 있는 것이 있습니다. 예컨대 지방의회선거와 시⋅군⋅자치구의 자치단체장 선거 관련 소송은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심리하는 2심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또 특허 관련 소송은 특허법원과 대법원에서 심리하는 2심제로 되어 있습니다.
일정한 경우에는 단심제로 하기도 합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비례대표 시⋅도의원 선거 및 시⋅도지사 선거와 관련된 소송은 대법원에서 전속적으로 관할하며, 결과적으로 단심제가 됩니다. 헌법 제110조 제4항은 비상계엄 아래 군사재판이 일정한 경우 단심제가 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알고 계시겠지만 혹시라도 몰라서 몇 가지 용어를 기억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3심제가 원칙이라면 1심 판결에 불복할 수 있겠죠. 이 1심에 대한 불복을 항소심이라고 합니다. 항소심은 고등법원에서 심리함이 원칙이지만, 1심에서 지방법원 단독판사가 심리하는 사건은 지방법원에 설치된 항소부에서 심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항소심을 고등법원에서 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항소심에 불복하는 것, 그러니까 3심을 구하는 것을 상고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최종심인 대법원에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법률심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모든 사안을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민사소송법 및 형사소송법 등에서 정한, 주로 법률의 해석과 관련된 상고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상고 제기가 가능합니다. 흔히 삼세판이라고 하는 것처럼 누구나 언제나 대법원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님을 기억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렇게 재판에 불복하는 모든 절차를 상소라고 부르지요. 어떨 때는 소자가 들어가고 어떨 때는 고자가 들어가니까 혼동하기 쉬운데, 되도록 기본적인 용어는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선례구속의 원칙이 있는 나라인가?>
외국의 대법원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우리와 같이 대법원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의 위계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연방법원은 연방지방법원과 연방순회상소법원을 거쳐 연방대법원에 이르는 심급구조입니다. 여기에서 순회법원이라는 용어는 미국 건국초기에 연방대법관들이 두 명씩 한 조를 이루어 3개 지역으로 나눈 미국을 순회하면서 지방법원의 판사와 함께 항소법원을 구성하여 항소심을 처리했던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일년에 수천 마일씩 관할지역을 순회하면서 참기 힘든 역경을 견뎌내야 했던 순회항소법원 제도는 1891년의 법원조직법에 의해 폐지되었습니다. 지금은 연방대법관들이 순회하지는 않지만, 순회라는 이름은 여전히 살아남아 있고 미국의 50개 주는 현재 12개의 순회항소 지역으로 나뉘어 연방항소법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미국 헌법 제3조 제1절은 “연방대법원및 하급법원의 판사는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한 그 직을 보유”한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법관은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종신직입니다. 종식진이라는 이유 때문에 법관들은 귀족과 다름없다는 비난을 듣곤 합니다. 19세기 초 미국을 방문한 알렉스 드 토크빌은 “미국에서 귀족들이 어디에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법원의 판사석에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독일의 경우 우리나라나 미국과 달리 사법집중주의가 아닌 사법분권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독일에는 연방최고재판소는 없지만 연방민형사재판소, 연방행정재판소, 연방재정재판소, 연방노동재판소, 연방사회재판소를 최상급 연방재판소로 두고 있습니다.
읽기 자료
조선일보 2025.03.20. 美 법원이 신뢰받는 이유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한국 법원을 보며 미국 법원도 못지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 연방 대법원은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9명을 대통령이 지명한다.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하지만 지명 단계에서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한국처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나뉘어 있지 않다. 연방 대법원이 두 가지 기능을 모두 한다.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한국보다 클 수 있다는 의미다. 법관 임기를 보면 명확해진다. 한국 대법관은 임기가 6년이지만 미국은 종신직이다. 한번 설정된 연방 대법원의 성향은 쉽게 바뀔 수 없는 구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연히 이를 고려했다. 첫 임기 때 그는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을 임명했다. 대법관 9명 중 보수 성향이 6명이 돼 연방 대법원은 한쪽으로 기울었다. 이들은 2022년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1973년 연방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의 정치적 성향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이때 뼈저리게 느꼈다는 미국인이 많다. 이 판결로 낙태권은 2024년 대선에서 진보·보수를 편 가르는 최대 사안이 됐다.
그렇다고 미 대법원이 마냥 정치적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달 5일 대법원은 20억달러 규모의 대외 원조 동결을 지속할 수 있게 해달라는 트럼프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트럼프는 취임 당일인 1월 20일 행정명령으로 대외 원조 프로그램 일시 중단을 명령했는데, 대법관 9명 중 5명이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5명 중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보수로 분류된다. 두 명의 결단이 파죽지세의 트럼프를 일단 멈춰 세웠다.
평생 지녀온 신념을 뒤집는 일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반대 입장에 서 있는 사람뿐 아니라 스스로를 설득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정치권과 일반 시민의 공격도 견뎌내야 한다. 이번 판결이 나오자 격앙한 일부 트럼프 지지자가 배럿 대법관을 향해 ‘하버드나 예일대 로스쿨 출신이 아닌 여자 대법관’이라며 인신공격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다수 미국 시민이 사법부를 ‘정의 실현의 최후 보루’로 신뢰하는 것은 최고 법관들이 신념보다 법과 원칙을 앞에 둔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 법원이 정치 편향 그늘에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과 다른 점이라면 여전히 적지 않은 수가 살아온 대로 ‘자기 신념’에 비중을 두고 판결을 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국민 신뢰도와 재판의 신속성·공정성 등을 계량화해 ‘세계 법원 순위’를 매긴다면 한국 법원은 어디쯤 있을까. 로버츠 대법원장은 “법원이 오류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중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공정하게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법원도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