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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 정부형태: 의원내각제, 이원정부제

의원내각제

(1) 의회중심주의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국민이 직접 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국회의원 총선거이다. 의회는 부여받은 민주적 정당성을 기초로 그 밖의 정부 기관을 직접 구성한다. 따라서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의회는 명실 공히 권력분립 구조의 최상위에 위치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의원내각제 국가는 국회를 양원제로 운영하고 있다. 양원제로 의회가 분리되는 경우 의회의 권력이 반감되고 의회의 운영절차가 복잡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내각제 국가는 양원제를 채택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즉 의원내각제 국가의 경우에는 의회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의회의 다수당 지도부에 의하여 국가의 전체운영이 좌지우지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의회 내에서 일정한 견제 시스템, 일정한 역할분담이 다른 정부형태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요청되는 것이다.
(2)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반의 분리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는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의 역할과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역할이 각각 다른 사람에게 귀속된다. 전자의 역할은 보통 국왕과 같은 국가원수에게 주어지고, 후자의 역할은 수상(또는 총리)이라고 불리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국왕과 같은 국가원수는 국가적 통합의 상징으로서 형식적․의전적 권한만을 행사한다. 만약 국가원수가 실질적 권한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군주국 또는 왕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영국과 일본의 경우에는 세습되는 국왕이 있지만, 독일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독일에서는 국가원수의 역할을 전담하는 형식적 의미의 대통령을 의회를 통해 선출하고 있다.
실질적인 집행권을 통할하는 수상은 국가원수와 독립되어 있다. 수상의 역할은 의회의 다수세력을 장악한 당의 당수가 담당하며, 수상과 함께 내각을 구성하는 각료 역할도 다수세력의 국회의원이 담당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들은 선거를 통해 심판을 받는, 즉 정치적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의원내각제가 책임정치 구현에 적합한 제도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3) 의회와 행정부의 관계
의원내각제의 의회와 정부는 성립과 운영, 해체 전 과정에 있어서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먼저 의회의 다수파가 정부를 구성한다. 하지만 의회는 내각 불신임권도 갖는다. 행정부의 구성과 존립이 의회의 의사에 절대적으로 종속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정부도 의회 해산권을 갖고 있어서 정부와 의회의 세력이 균형을 이루게 된다.
보통 의회가 내각을 불신임할 경우 동시에 정부는 의회 해산권으로 대응하여 결국 총선거를 치르게 된다. 총선에서 나타나는 의회의 세력분포를 통해 내각은 다시 구성된다. 국민이 기존 내각 편의 정치세력에게 손을 다시 들어준 다면 내각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내각을 불신임한 새로운 정치세력의 손을 들어준다면 의회의 다수세력은 수상과 내각을 새롭게 선출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의원내각제는 정부와 의회 간 극한의 권력투쟁을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특히 의회 군소정당의 이합집산과 무분별하고 신중하지 못한 내각불신임 등은 의원내각제의 안정적 운영을 위협하는 요소로 남아 있다. 이에 대하여 독일 기본법은 이른바 건설적 불신임제도를 마련하여, 내각불신임권이나 의회해산권이 남용되는 것을 막고 신중한 결정을 요구함으로써 정국의 불안정을 예방하고 있다. 즉 의회의 다수로써 후임자를 선출하지 않은 상태로는 현 수상에 대한 불신임을 의결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독일기본법 제67조).
(4) 정당정치의 안정화 장치
이상의 내용을 볼 때 의원내각제가 의회의 민주적이고 안정적인 활동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의회 내 정당 간 권력투쟁이 극단화될 경우 내각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하기는커녕 제대로 구성될 수도 없다. 의회는 정권을 잡기 위한 음모와 결탁이 난무하게 될 것이다. 여러 정당이 집권을 위한 결탁을 하여 연립내각을 구성하는 경우에는 내각은 일관되고 소신 있는 활동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의회 내 정당정치의 안정 없이는 성공적인 의원내각제는 존재할 수 없다. 의원내각제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나라들은 안정적인 정당정치 전통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영국과 같은 경우 안정적인 양당제가 정립되어 있다. 특히 이념정당의 전통이 있어서 양당 간의 정략적인 결탁이나 의원들의 임의적인 당적변경은 이루어질 수 없다.
독일은 영국과 같은 양당제의 전통이 있지는 않다. 게다가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독일은 다수당의 난립과 무분별한 연립정권의 탄생으로 인해 엄청난 혼란을 겪은 경험이 있다. 따라서 독일에서는 복수정당제의 원칙을 존중하면서 극단적인 군소정당의 난립을 막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비례대표제에 있어서의 저지조항과 같은 제도이다.

이원정부제

이원정부제는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의 장점을 절충한 정부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즉 평상시에는 의원내각제에 따라 국가를 운영함으로써 민주적 정치과정을 보장하되, 비상시에는 대통령의 강력한 지도력을 통하여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1919년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이 이원정부제의 기원이다. 이후 이원정부제는 프랑스에 수용되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프랑스의 이원정부제는 1958년 제5공화국 헌법, 일명 드골 헌법에 의하여 채택되었다. 프랑스 이원정부제는 본래 강력한 대통령제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래서 드골이나 퐁피두 대통령 시대에는 강력한 대통령제가 현실화되었다. 하지만 미테랑 대통령과 시라크 대통령 하에서는 의원내각제에 가까운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현실에 따라 정부형태가 다양하게 변용되고 있는 것은 이원정부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프랑스의 정부형태를 기초로 이원정부제의 구조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 대통령의 선출과 권한
프랑스 대통령선거의 특징으로는 먼저 절대다수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1차 투표에서 유효투표의 절대과반수를 획득한 후보자가 없는 경우에는 다음 두 번째 일요일에 2차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결선투표를 통하여 국민의 과반수이상의 지지를 확보한 자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절대다수대표제는 한편으로는 대통령에게 최대의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의 강력한 권한행사를 가능하게 한다.
프랑스 헌법상 대통령은 임기 7년에 중임제한이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강력한 권력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래서 2000년 헌법개정으로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단축되었으며, 2002년 선출된 대통령부터 적용되고 있다.
프랑스의 대통령은 전통적 의원내각제 하에서처럼 형식적 권한만을 소유하는 이른바 명목상의 국가원수가 아니며, 여러 가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한다. 즉 수상임명권(프랑스 헌법 제8조 제1항), 국민투표 회부권(동법 제11조), 국회 해산권(동법 제12조), 비상대권(동법 제16조), 교서권(droit de message) 등의 권한을 갖는다.
(2) 대통령과 의회 사이의 정부
정부는 대통령과 함께 집행권의 제2의 요소이며, 프랑스 헌법 제21조는 “수상은 정부의 행위를 이끌어간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수반인 수상은 대통령의 사람으로서 대통령 개인의 독자적 결정에 의하여 선택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위와 권한은 대통령과 국회와의 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프랑스 권력구조의 특징이다. 프랑스 헌법 제49조는 불신임동의권을 두어, 의회 다수파의 지지 없이 정부가 존속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즉 대통령과 의회의 다수파가 정파를 달리하는, 여소야대 정국 하에서 정부는 대통령의 정부가 아니라 의회의 지지에 기초한 정부가 된다. 이 경우 대통령과 정부는 다른 정파에 속하게 된다.
(3) 프랑스식 이원정부제의 현실
대통령 진영이 다수 의석일 때 대통령은 정부 각료의 실질적 임면권을 비롯하여 외교․국방 뿐 아니라 행정전반에 대한 폭넓은 권한을 행사한다. 결국 이 경우는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가 나타난다. 물론 대통령과 수상이 충돌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지만, 수상이 사임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반대로 대통령 진영이 다수 의석 확보에 실패했을 때, 대통령은 헌법에 보장된 권한을 행사하는데 커다란 제한을 받게 된다. 의회 다수파 지도자를 수상으로 임명할 의무는 없지만, 그 방법 외에는 원활한 정부 활동을 위해 도리가 없다. 이른바 코아비타시옹(동거정부)의 시작이다. 이때 수상은 정부활동지휘, 정부법안의 국회 제출, 행정명령제정 등 헌법상 권한을 모두 행사하며 명실상부한 정부수반으로서 독자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반면 대통령은 중재 및 견제 기능만 담당할 뿐이다. 결국 이 때에는 의원내각제와 유사한 정부형태가 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아비타시옹은 권력의 상호견제 효과보다. 대통령과 총리 사이의 잦은 충돌로 국력을 낭비하는 역효과도 크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프랑스가 7년이던 대통령 임기를 줄인 것도 대통령과 의원 임기를 같게 해 비효율적인 동거정부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극한적인 대통령과 정부의 대립은 모두에게 손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동거정부 하에서도 프랑스는 비교적 무난하게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의원내각제나 이원정부제를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읽을 거리

○ 영국의 상원과 하원
영국의 상원의원은 선거에 의하여 선출되는 의원이 아니라 귀족의 신분을 가진 사람이면 원칙적으로 모두 상원의원이 될 수 있어서 임기도 없고 정원도 없으며 보수도 없는 명예직이다. 영국의 전통적인 귀족은 성직귀족(26명), 법률귀족(20명), 세속귀족(약 1,150여명) 등이 있으나, 1960년대 노동당집권 당시 많은 노조지도자들을 상원의원으로 임명하여, 현재는 상원도 단순히 귀족원으로만 머물러 있지 않다. 특이한 것은 상원의장은 상원에서 의원들이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각구성원 중에서 수상이 임명하는 사람이 겸직하게 되어 있고, 상원이 대법원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하고 있으므로 의장은 동시에 대법원장도 겸임하게 되어 있다. 현재 상원의원의 수는 약 1,200여명이나 정상적으로 상원회의에 참석하는 의원은 약 280여명 정도이다. 상원에는 하원통과법률안에 대한 수정권이나 폐지권은 인정되지 아니하고, 심의 연기권만 부여함으로써 하원이 우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형식적으로는 양원이 각각 독자적인 법률안제출권과 법률안심의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상원은 초당파적인 입장에서 하원통과법안을 지연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음에 불과하다.
하원의 임기는 5년이며 650명의 의원이 소선거구에서 선출된다. 의장은 새로운 의회구성 후에 여․야 합의로 선출되는데, 당적을 이탈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토론과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고 가부동수의 경우에만 캐스팅보트를 행사한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의회가 통법부화하는 경향이 있어 행정부의 행위에 대한 통제기능이 상대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의회 커미셔너제도(의원이 아닌 자로 임명되어 스웨덴의 옴부즈만과 같은 역할을 한다)가 활발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하원은 내각 불신임권을 갖고 있으나 정당제도의 발달과 수상의 하원에 대한 주도권강화로 인하여 그 실효성이 점차 감소되고 있다.
○ 영국의 국왕
영국의 국왕은 형식적으로는 행정부의 수반이며 입법부의 불가분의 구성부분이고, 사법부의 총수이며, 군 통수권자이고, 영국국교회의 수장의 지위를 가지고 있으나 모두 명목상의 의례적인 권한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통치행위는 수상을 수반으로 하는 국왕전하의 정부(His Majesty`s Government)가 국왕의 이름으로 수행한다. 다만 하원에 다수당이 없는 경우 국왕은 조각위촉문제나 의회해산 등 중대한 국사에 관하여 정당지도자들에게 조정의 장을 마련해 주고 직접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 국왕의 재가사항으로는 비록 형식적․의례적이기는 하지만 수상 및 각료임명권과 의회통과법률 승인권, 의회의 소집․해산권, 외교․전쟁에 관한 권한, 문무관․법관․총독 및 작위․훈장 수여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