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Duplicate
✔️

01-2 권력분립

기본권과 국가

헌법 1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비롯한, 제10조에서 제37조에 이르는 기본권은 우리 헌법이 추구하고 있는 핵심적 가치입니다. 민주주의 헌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헌법이 기본권이라는 핵심적 가치를 아무리 선언하고 있어도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종이 위의 선언일 뿐이겠지요.
기본권을 실현하는 과정에 국가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중 핵심적인 실현 수단은 국가권력과 국가기관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리고 필연적으로, 민주주의 헌법에서는 기본권과 국가권력은 목적과 수단의 관계를 이루어야 합니다.
본격적인 내용을 살피기 전에 몇 가지 용어를 기억해 보겠습니다. 국가라는 공동체를 실제로 지배하고 운영하는 힘 또는 세력을 국가권력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국가권력에 의하여 작동되는 기관이나 관청을 국가기관이라고 하며, 이러한 국가기관들의 전반적인 구조 또는 짜임새를 국가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조직은 매우 방대하고 복잡합니다. 따라서 국가조직 전반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수월하지 않습니다. 또 국가조직이 작동하는데 각 국가기관 사이의 충돌과 마찰, 비효율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국가조직의 기본적 구성 원리, 일종의 설계도를 살펴보는 것이 유용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표적인 국가조직의 구성 원리는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권력분립 원리입니다.

권력분립

<헌법학을 공부하는데 성선설이 적합할까? 성악설이 적합할까?>

(1) 유래
전통적으로 권력분립이란 국가권력을 나누어 각각 다른 기관에 분담시켜 서로 견제⋅균형의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원리 또는 제도라고 정의됩니다.
권력분립 이론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근대 초의 일입니다. 기존에 권력을 독점하고 있었던 것은 절대 군주였으며, 군주는 폭정을 저질러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심각하게 위협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절대 군주의 폭정을 막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로크나 몽테스키외와 같은 학자들은 당시 존재하던 귀족 세력과 시민 세력에게 일정한 권력을 부여하여, 군주의 권력과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권력분립 이론을 고안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입법, 행정, 사법의 삼권분립은 이러한 권력분립의 한 형태라고 하겠습니다.
참고로 권력분립 이론은 인간에 대한 불신, 즉 회의적 인간관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세상의 모든 권력자가 드라마 속 세종대왕과 같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가 권력을 행사하면 할수록 국민의 기본권은 더 잘 보장될 것입니다. 따라서 권력을 분립시키는 것보다 독점시키는 것이 국민에게 더 유리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적 경험은 권력자를 믿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한 자세임을 보여줍니다. 19세기 영국의 정치인이자 역사가였던 액턴 남작이 말한 것처럼 권력은 부패하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권력을 쪼개어 놓고 서로 견제하도록 한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권력의 폭주를 막기 위해 권력 행사를 비효율적으로 만든 원리가 바로 권력분립입니다.
(2) 헌법상 권력분립
제40조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
제66조 ④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제101조 ①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우리 헌법은 입법, 행정, 사법의 고전적인 삼권분립의 체제를 따르고 있습니다. 먼저 국회가 입법권 또는 입법 기능을 담당합니다(헌법 제40조). 입법 기능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법규범을 제정하는 작용이며, 헌법에 따라 정해진 국가 질서의 기본방향을 구체화하는 기능입니다. 입법 기능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다양한 의사 및 이해관계를 충실히 반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수 사람이 모여 신중한 대화와 토론하는 국회가 입법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적절한 것입니다.
두 번째,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가 행정권 또는 행정기능을 담당합니다(헌법 제66조 제4항). 행정기능에는 신속성과 탄력성이 강조됩니다. 따라서 특정인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기관, 즉 정부에 맡기는 것이 적절합니다.
세 번째, 법관으로 구성되는 법원이 사법권 또는 사법 기능을 담당합니다(헌법 제101조 제1항). 사법 기능은 중립적인 위치에서 법적 분쟁에 대하여, 공정하고 전문적인 판단을 함으로써 당사자의 권리를 구제하고 법적 평화를 확보하는 작용입니다. 따라서 전문적 자격을 갖추고 독립성이 보장된 전문 법관들이 사법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적절하며, 따라서 이들로 구성된 법원이 우선 사법 기능을 맡게 됩니다.

근대적 권력분립 이론의 한계

이같이 우리 헌법이 권력분립을 기본적 구성 원리로 채택하고는 있지만, 꼼꼼하게 살펴보면 근대 초기의 권력분립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무엇보다 오늘날에는 군주나 귀족, 시민 세력과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권력을 가지고 있는 주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기능을 몇 가지로 나누어 서로 다른 국가기관에 배분한 것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정당으로 인해 입법부와 행정부, 심지어 사법부까지 통합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A라는 정당 출신 대통령이 정부의 수반이 되고, 동시에 A라는 정당이 국회의 다수당이 되어 국회의 주도권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와 정부가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기대일지 모릅니다. 이 논리는 종종 사법부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오늘날 권력분립의 필요성 자체가 의문시됩니다. 민주주의의 수용으로 인해 국가권력을 무조건 ‘나쁜 놈들’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복지국가의 도래로 말미암아,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국가권력이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 주기를 기대하기도 합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견제와 균형이 아니라 효율성이 오늘날 국가조직구성에 있어서 관건이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헌법상 입법, 행정, 사법의 권력분립은 껍데기만 같을 뿐, 그 의미와 내용에 있어서 근대 초기의 권력분립과 같지 않으며 같을 수도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근대 초기 권력분립의 정신이 오늘날 완전히 무의미해졌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아무리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어도, 더 많은 권력을 가진 개개인 또는 세력은 존재합니다. 정치적 권력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경제적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들의 힘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많은 힘없는 국민을 억압하고 탄압하게 됩니다. 입법, 행정, 사법의 틀을 뛰어넘는 새로운 권력분립의 틀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마키아벨리가 말한 것처럼 인류의 역사는 “권력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권력뿐”이라는 교훈은 예나 지금이나 유효합니다.

읽기 자료

헌재 2021. 1. 28. 2020헌마264등, 판례집 33-1, 72
청구인의 주장
공수처법에 의하면 수사처는 수사 및 공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기관임에도 입법ㆍ행정ㆍ사법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으로 설치되어 권력분립원칙에 위반된다. 수사처를 독립기관으로 설치하게 되면 행정권이 약화되고, 수사처의 구성과 운영에 국회가 상당 부분 관여하여 입법권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결과가 된다. 다른 한편 공수처법 규정상 수사처의 업무에 대하여 대통령, 국무총리, 법무부장관 등의 지휘ㆍ감독 등 권한의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여 수사처의 권한이 남용될 가능성이 높다.
권력분립은 무엇인가?
권력분립원칙은 국가기능을 입법ㆍ행정ㆍ사법으로 분할하여 이를 각각 독립된 국가기관에 귀속시키고, 국가기관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하여 국가권력을 통제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원리이다. 권력분립원칙은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의 위험을 방지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데에 근본적인 목적이 있는바,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국가권력을 분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분할된 권력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한 권력간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수처는 입법, 행정, 사법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가?
수사처가 직제상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기관 내지 국무총리의 통할을 받는 행정각부에 속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소속된 행정기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공수처법이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에 대하여 수사처의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는 대통령을 비롯하여 행정부의 고위공직자를 수사 등의 대상으로 하는 수사처 직무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위 규정을 들어 수사처가 행정부 소속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
공수처는 통제를 받고 있는가?
수사처의 권한 행사에 대해서는 여러 기관으로부터의 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단순히 수사처가 독립된 형태로 설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권력분립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수사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라는 입법을 통해 도입되었으므로 의회는 법률의 개폐를 통하여 수사처에 대한 시원적인 통제권을 가지고, 수사처 구성에 있어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이 그 권한을 나누어 가지므로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에 의한 통제가 가능할 뿐 아니라 행정부 내부적 통제를 위한 여러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처장의 자격과 임명) ① 처장은 다음 각 호의 직에 15년 이상 있던 사람 중에서 제6조에 따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1.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
2.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공기관 또는 그 밖의 법인에서 법률에 관한 사무에 종사한 사람
3.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하였던 사람
② 제1항 각 호에 규정된 둘 이상의 직에 재직한 사람에 대해서는 그 연수를 합산한다.
③ 처장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중임할 수 없으며, 정년은 65세로 한다.
④ 처장이 궐위된 때에는 제1항에 따른 절차를 거쳐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 이 경우 새로 임명된 처장의 임기는 새로이 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