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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 국회의원의 의무와 특권

<국회의원이 정부의 국무총리나 장관을 겸직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회의원의 의무

헌법 제43조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
국회의원도 넓은 의미의 공무원에 해당하므로 헌법 제7조에 따라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지위를 갖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여타의 공무원과 비교하여 큰 권한을 갖고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국회의원의 몇몇 의무에 대하여는 헌법이 특별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7조 
①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②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헌법 제43조는 국회의원이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는 이른바 겸직금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다른 직업을 겸하는 경우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에 전념하기 어렵고, 때때로 직업 간의 이해가 충돌하여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우므로 이러한 규정을 둔 것입니다.
다만 국회법을 보면 국회의원이 국무총리나 국무위원과 같은 행정부의 주요 직책은 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이 타당한지에 대하여는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국회법 제29조(겸직 금지) 
①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직 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공익 목적의 명예직
2. 다른 법률에서 의원이 임명ㆍ위촉되도록 정한 직
3. 「정당법」에 따른 정당의 직
② 의원이 당선 전부터 제1항 각 호의 직 외의 직을 가진 경우에는 임기개시일 전까지(재선거ㆍ보궐선거 등의 경우에는 당선이 결정된 날의 다음 날까지를 말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 그 직을 휴직하거나 사직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직을 가진 경우에는 임기개시일 전까지 그 직을 사직하여야 한다.
1.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공기관(한국은행을 포함한다)의 임직원
2. 「농업협동조합법」, 「수산업협동조합법」에 따른 조합, 중앙회와 그 자회사(손자회사를 포함한다)의 임직원
3. 「정당법」 제22조제1항에 따라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는 교원
제46조 ①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 ②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③ 국회의원은 그 지위를 남용하여 국가·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할 수 없다.
헌법 제43조와 함께 제46조도 국회의원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1항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청렴의무를 지며, 제2항에 따라 국가이익 우선 의무를, 제3항에 따라 이권 개입 금지 의무를 부담합니다. 이 밖에도 국회법을 보면 출석 의무, 품위유지의무, 질서 준수 의무 등 다양한 국회의원의 의무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헌법과 국회법에 이처럼 다양한 국회의원의 의무가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너무나 많은 범죄와 비리를 저지르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국회의원입니다. 엄격하게 법을 집행해서 처벌함이 중요하지만, 그 보다 근본적인 것은 이런 사람들이 애초에 국회의원으로 선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 아닐까요?

불체포특권

헌법 제44조 ①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②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
국민의 대표자로서 비리를 폭로하고 쓴소리를 하는 국회의원은 종종 정부에 의한 탄압의 대상이 됩니다. 이러한 탄압을 막기 위하여 헌법은 국회의원에게 의정활동에 있어서 불체포특권(제44조)과 면책특권(제45조)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44조 제1항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회의가 열리는 기간, 즉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국회의원이라도 현행범인인 때, 국회의 회의가 없는 때, 국회가 동의한 때에는 체포 또는 구금이 가능한 것입니다. 또 체포 또는 구금이 아닌 불구속수사는 가능합니다.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석방되는데, 이 경우에도 현행범인인 경우는 제외됩니다.
최근에는 정부에 의한 탄압을 방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회의원 개인의 비리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불체포특권이 사용되는 사례가 있어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면책특권

헌법 제45조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국회의원의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 면책특권입니다. 사실 국회의원이 정부나 권력자, 대기업 등을 비판하고 비리를 폭로한 때에는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같은 범죄를 범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국회의원을 수사하여 처벌한다면 국회의원은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면책특권은 그 누구의, 특히 정부의 눈치를 보지 말고 국민을 위해서 소신껏 발언하고 표결하라는 의미의 제도입니다. 다만 ‘직무상’의 발언과 표결이어야 하지, 사적인 대화와 같은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또한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으므로 국회 내에서의 책임, 예컨대 국회 징계와 같은 것은 가능합니다.
불체포특권과 유사하게 최근에는 국회의원들이 면책특권을 악용하여, 마구잡이식 폭로를 하거나 모욕적인 말을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읽을 거리

한겨레 2016-07-08: 면책특권은 민주주의의 역사다
면책 및 불체포 특권을 규정한 조항은 간단하지만, 내력은 민주주의 역사 그 자체다. 1215년 영국 귀족과 런던 시민들이 힘을 합해 투쟁한 결과 왕의 전제권력을 견제하는 ‘대헌장’이 승인됐지만, 이후에도 왕들은 의회를 무시하는 등 전제정치를 계속했다. 툭하면 의회를 해산하거나 비판적인 의원들을 옥에 가두었다.
의원의 신분 보장을 위한 첫 투쟁은 1397년에 있었던 토머스 핵시 사건이었다. 하원의원이었던 핵시는 국왕 리처드 2세의 방탕한 생활과 재정 낭비를 정면으로 비난하는 청원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에 격분한 왕은 그를 반역죄로 몰아 재판에 부친 뒤 의원직과 재산을 박탈하고, 사형까지 선고받게 했다. 그러자 동료 의원들이 탄원서를 내는 등 들고일어나 사형 집행을 저지했다. 1399년 리처드 2세를 몰아낸 헨리 4세는 리처드 2세의 조처가 “의회의 법과 관례에 어긋났다”며 핵시를 사면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 의회는 의회에서의 토론과 발언이 위협받지 않을 권리를 요구했지만, 왕들은 지키지 않았다.
16세기 이후 토지 귀족인 젠트리와 상공인 중심의 시민계급이 성장하면서 의회는 왕권과 정면충돌하게 된다. 1629년에 있었던 존 엘리엇 사건이 대표적이다. 1624년에 의원으로 선출된 엘리엇 경은 첫 의회 연설에서부터 ‘의회의 특권과 자유’를 요구하는 등 왕권신수설을 신봉하는 찰스 1세와 맞섰다. 1626년 왕의 오른팔이었던 버밍엄 공작이 이끄는 내각의 실정 등을 비판했다가 왕에 의해 런던탑에 투옥됐다. 하원은 이에 맞서 업무 거부 운동을 벌였다. 며칠 뒤 찰스 1세는 엘리엇을 마지못해 석방했다. 엘리엇은 석방된 뒤에도 왕의 과세권과 시민에 대한 인신구속을 제한하는 내용의 권리청원(1628년)을 주도했다.
의회의 각종 제동에 화가 난 찰스 1세는 1629년 의회의 휴회를 명했지만, 엘리엇 등 의회 투사들은 의장을 강제로 의장석에 앉힌 뒤 왕의 불법적인 과세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찰스 1세는 이에 의회를 해산하고, 엘리엇 등 주동자들을 런던탑에 가뒀다. 엘리엇은 감옥에서 숨졌으나, 절대왕권에 맞선 의회의 투쟁은 청교도혁명(1642년)과 명예혁명(1688년)으로 결실을 맺었다.
1689년 영국은 마침내 ‘권리장전’(Bill of Rights)을 채택했다. 왕이 통치하는 시대를 끝내고 의회가 중심이 되는 근대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의회 안에서 말하고 토론하고 의논한 내용으로 의회 아닌 어떤 곳에서도 고발당하거나 심문당하지 않는다”(권리장전 제9조)는 의원의 면책특권은 새로운 의회제도를 떠받치는 핵심 중 하나였다.
이후 면책특권은 다른 나라에도 전파됐다. 미국은 1771년에 채택한 연방헌법에서 “양원의 의원은 원내에서 행한 발언 또는 토의에 관하여 원외의 어떠한 장소에서도 신문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문화했다. 영국의 권리장전 내용과 거의 같다. 프랑스 역시 1789년 혁명 때 국민의회가 선포한 칙령에서 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