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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 국정감사, 조사, 해임건의

국정감사와 조사

헌법 제61조 ①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 사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
다음은 국회의 국정통제권한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국정감사와 조사 제도입니다. 특히 국정감사 줄여서 국감은 가을이 되면 아주 자주 듣는 말입니다.
헌법 제61조가 규정하고 있는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하여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매년 실시하는 감사 활동을 말합니다. 정기회 집회 이전에 그러니까 9월 1일 이전에 감사 시작일부터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국정감사를 합니다. 다만 본회의 의결로 정기회 기간 중 국정감사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국정감사가 매년 1회 반드시 열리는 것과 달리 국정조사는 조사가 필요할 때마다 열립니다. 국정감사는 국정 전반에 대하여 이루어지지만, 국정조사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에 집중하여 조사합니다. 국정조사는 국회의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열리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국정감사 제도와 관련하여 문제 제기가 있습니다. 일단 30일 이내 국정 전반을 철저하게 감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요식행위처럼 형식화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국정감사는 폐지하고, 한 가지 사안에 집중하여 효율성 있는 통제를 할 수 있는 국정조사를 활성화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권 내부의 갈등으로 인하여 국정조사의 발동 자체가 무산되거나 실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렇게 보면 국정감사의 효용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하겠습니다.

국정감사 조사의 한계

성낙인, 헌법학, 526
국정감사 조사권은 국회의 입법, 예산심의, 행정감독, 자율권에 관한 사항 및 국회의 기능을 실효적으로 행사하기 위한 사항에 한정되어야 한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서는 “감사 또는 조사를 할 때에는 그 대상기관의 기능과 활동이 현저히 저해되거나 기밀이 누설되지 아니하도록” 주의의무를 규정한다(제14조 제1항). 또한 국회는 해당 기관에 시정요구 등을 할 수 있을 뿐이고(제18조 제2항), 국회 스스로 행정처분을 대신하여 명할 수는 없다.
법관이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을 할 수 있도록 국정감사 조사는 “계속 중인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제8조). 생각건대 계속 중인 사건은 물론, 종국판결이 내려진 사건도 법관의 재판에 관여할 소지가 있는 국정감사 조사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어서는 아니 된다. 예컨대 국회는 특정 개인의 유죄 탐구를 목적으로 하는 조사, 현재 계속 중인 재판사건에 대한 법관의 소송지휘, 재판절차를 대상으로 하는 조사, 오로지 재판내용에 대한 당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행하는 조사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국정감사 조사는 사법권 독립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여야 한다. 하지만 사법권 독립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주권적 대표기관인 국회의 비판과 감시의 대상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따라서 국민적 의혹 해소나 정치적 법적 책임(탄핵소추) 추궁을 위한 국정감사 조사는 가능하다.

해임 건의

헌법 제63조 ①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해임 건의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에 의하여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 건의 제도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해임의결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이 없는 건의에 불과합니다.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의 독선을 간접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장치를 의미할 뿐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의 상호 독립성을 특징으로 하는 대통령제 정부형태에서는 이례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 정책의 수립과 집행 시 중대한 실책을 범한 경우, 하급 직원의 범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경우,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때 등에 해임 건의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무총리⋅국무위원에 대한 해임 건의 사유에는 사실상 제한이 없으며, 이것은 뒤에서 보게 될 탄핵소추와 구별되는 점입니다.
해임 건의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에 대하여 개별적 또는 일괄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발의 후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투표로 표결합니다. 이 기간 내에 표결되지 않은 때 해임건의안은 폐기된 것으로 봅니다.

<우리는 왜 정치인의 사과에 많은 의미를 둘까?>

정치적 책임과 법적 책임

정치적 책임은 법적 책임과 그 성격과 작동 방식에서 뚜렷하게 구별된다. 법적 책임은 위법 행위에 대해 법률상 정해진 기준에 따라 처벌을 받는 것으로, 법원, 검찰 등 사법적 절차를 통해 작동한다. 반면 정치적 책임은 국민의 기대와 정치적 정당성에 기반하여, 비록 위법은 아니더라도 공직자의 판단 미숙, 도의적 부적절성, 국민 신뢰 훼손에 대해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이 책임은 선거, 사퇴, 정무적 해임, 여론에 대한 응답 등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정치적 책임은 법이 미치지 못하는 공적 윤리와 정치적 판단의 영역을 다루며, 민주정치가 단순한 권력행사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핵심 원리로 작용한다.
그러나 오늘날 정치적 책임은 때로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책임이 법적 책임과 달리 강제력이나 일관된 적용 기준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어떤 정무직 인사는 사소한 실언에도 사퇴하는 반면, 다른 인사는 명백한 실책에도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린다. 특히 여야 간 정쟁 속에서 책임 요구가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전락할 경우, 정치적 책임은 본래의 의미를 상실한다. 그 결과, 책임은 실질적 제도나 문화가 아닌 임의적 정치행위로 간주되며, “사과로 끝”, “사퇴 쇼” 등 냉소적 인식만을 남기게 된다.
그럼에도 정치적 책임은 여전히 법적 책임을 보완하는 핵심적인 민주주의 장치다. 정치적 책임을 실효성 있는 방식으로 실현하려면, 그것이 개인의 양심이나 당리당략이 아니라, 제도화된 문화와 국민의 지속적 감시 속에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의 책임 있는 사퇴, 정당 차원의 대응, 정례적 보고와 평가 제도 등은 정치적 책임을 현실의 언어로 되살리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읽을 거리

동아일보 2023-10-30 : [단독]국감자료 16만건 요구한 국회… 피감기관 20%엔 질문도 안해
올해 국회 국정감사를 받은 전체 피감 기관 791곳 중 최소 164곳(20.7%)이 국감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한 차례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상임위원회 17곳 가운데 겸임 상임위를 제외한 상임위 14곳의 국감 일정이 끝난 상태다. 국감 기간(18일) 동안 상임위 1곳이 하루 10개 이상 기관을 동시에 감사한 횟수는 27회에 달했다. 10개 이상 기관이 같은 날 함께 감사를 받은 기관(441곳) 중 한 번도 답변 못 한 기관이 164곳(37.2%)으로 29일 집계됐다.
지난해 국회가 피감기관에 요구한 공식 자료 제출 요청 건수가 16만 건에 육박했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정치권에서는 “자료 제출 요구만 요란하고 정작 알맹이는 없는 맹탕 국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동아일보가 이날 국회사무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국회가 피감기관에 요청한 자료는 15만7836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14만4962건)보다 1만3000건가량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피감기관은 745곳에서 784곳으로 늘었다. 의원 한 사람당 자료 제출 요청 건수는 515.8건으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았다. 종전 최고치였던 2018년(503.6건)보다도 12건가량 늘었다. 이 같은 수치는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의결한 공통 자료 요구만 계산한 것으로 의원실이 개별적으로 피감기관에 요구한 자료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21대 국회 마지막 국감인 올해 국감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A 의원실은 8월 초부터 이달 20일까지 공식 자료 290건에 더해 개별적으로 비공식 자료 431건 등 총 721건의 자료를 피감기관에 요청했다. A 의원실 관계자는 “자료 요구 건수가 700건을 넘어서면 물리적으로 모두 검토할 시간이 없다”며 “잊고 있다가 ‘이런 자료도 요청했었구나’ 하는 자료도 있다”고 했다.
여당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 B 의원실 역시 같은 기간 공통 자료 200건을 포함해 600건 수준의 자료를 요구했다. B 의원실 관계자는 “피감기관이 무성의한 답변을 하거나 자료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 때문에 질의 한 개를 준비하는 데 한 번이면 될 자료 요구를 20번 넘게 하게 된다”고 했다.
피감기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법상 피감기관을 상대로 한 자료 요구 권한은 본회의나 상임위와 같이 회의체에 있다. 개별 의원실의 자료 요구는 강제성이 없는 ‘업무 협조’ 형태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앙 부처 기조실 소속 5급 사무관은 “의원실별로 기선 제압을 하겠다며 말도 안 되는 분량을 요구하거나 아예 엑셀 파일을 던져주고 빈칸을 채워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인 2020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페이스북에 “국감에서 약 2000건의 자료를 요구했다”며 “법적 근거 없는 국정감사는 거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 출석기관 17곳 중 15곳 질문 못 받은 상임위도
자료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작 상임위장에선 입 한번 못 떼본 피감기관장도 수두룩하다. 이날 시민단체인 국정감사NGO모니터단에 따르면 올해 국감 때 상임위 1곳에서 하루 10개 이상 동시에 감사한 피감기관 441곳 중 답변을 한 차례도 하지 못한 기관은 164곳이다.
10월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기상청 국정감사에서는 출석 기관 17곳 중 15곳이 질문을 한 차례도 받지 않은 채 자리를 지키다 돌아갔다. 환노위 의원들은 이날 오후 기상청 현장시찰을 이유로 오전에만 2시간 국감을 진행했다.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오늘 많은 기관장님들이 참석했는데 한 말씀도 못 하신 분들도 있다”며 해당 기관장에게 발언 기회를 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발언하고 싶은 분이 계시느냐”는 이상헌 문체위원장의 질문에 김세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은 손을 들어 단상에 서서 “발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는 “국정감사가 피감기관 감시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공격을 위한 어떤 수단으로 바뀌면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협치를 할 수 있도록 여야 문화나 상임위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