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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사법권 의의, 사법권 독립

사법권의 의의와 특징

헌법 제101조 ①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헌법 제101조 제1항은 사법권, 즉 사법기능이 법원에 속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앞서 공부한 헌법 제40조, 헌법 제66조 제4항에 대응하는 규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입법 기능, 행정기능이 그러했듯 사법기능도 법원만 담당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사법기능과 유사한, 이른바 준(準)사법기능을 행정부나 입법부가 담당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헌법 제101조 제1항은 법원이 법관으로 구성된다는 것 또한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법기능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법원이라는 국가기관과 함께, 그 안에서 실제 재판을 담당하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법관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이러한 규정을 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법기능은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을 갖습니다. 첫째, 사법기능은 소극적입니다. 현재의 상태를 개선하거나 발전시키는 적극적 역할도 하는 입법이나 행정과는 달리, 사법은 대체로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소극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둘째, 사법기능은 수동적입니다. 입법이나 행정은 국민이 요청하지 않은 경우라도 능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지만, 사법기능은 분쟁의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한 후에야 작동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셋째, 사법기능은 독립적입니다. 독립적이지 않은, 즉 권력자나 정치 경제적 세력 등에 종속된 국가기관은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독립성과 공정성을 갖추지 못한 국가작용은 그 형식이 어떠하건 사법기능이라고 할 수 없겠습니다.

사법부의 독립: 법원의 독립성

법원은 행정부, 입법부 등 다른 국가기관들과 조직, 운영 등에서 상호 독립적이어야 합니다.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여 다른 국가기관들로부터 간섭을 받는다면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가피하게 다른 국가기관과 관련을 맺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라도 되도록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예컨대 행정부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임명권, 사면권 등을 갖지만, 법원은 행정부의 명령⋅규칙⋅처분의 심사권, 행정재판권 등을 갖습니다. 국회는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권, 국정감사⋅조사권. 대법원장⋅대법관에 대한 임명 동의권 등을 갖지만, 법원은 위헌법률심판제청권, 국회규칙 심사권 등을 가지게 됩니다.
참고로 대법관 중 법원행정처장의 역할을 맡은 대법관이 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법원의 인사⋅예산⋅회계⋅시설⋅통계⋅송무⋅등기⋅가족관계 등록⋅공탁⋅집행관⋅법무사⋅법령조사⋅사법제도 연구에 관한 다양한 사무를 관장하는 기관입니다. 법원행정처장인 대법관은 재판에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사법 농단 사건으로 나라가 온통 시끄러웠습니다. 법원행정처는 법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행정을 담당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정부 및 정치권에 아쉬운 게 많았던 입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청와대 등이 관심 있는 재판과 관련하여 의논도 하고, 또 청와대가 관심이 있는 재판에 대해서는 사정을 봐주기도 했다는 의혹이 이 사건의 핵심입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국민이 억울한 일이 있을 때 마지막으로 호소할 수 있는 곳이 법원인데, 법원마저 정의와 진실이 아닌 어떤 다른 것을 고려하며 재판을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국민에게 너무나 큰 죄를 저지른 것이지요.

사법부의 독립: 법관의 독립성

헌법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실제로 재판하는 것은 법관이기 때문에, 결국 개개인의 법관이 독립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예컨대 특정 정치 세력이나 권력자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법관을 쫓아내고, 마음에 드는 법관만을 임명할 수 있다면 법관은 도저히 독립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법관의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관의 인사가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임명된 법관이 함부로 해임되어서도 안 됩니다.
법원과 법관의 독립성을 강조한 이유는 결국 법관이 실제 재판에서 독립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 취지를 담고 있는 조항이 헌법 제103조입니다. 즉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법관의 직무상 독립성이라고 부릅니다.
제103조에서 말하는 헌법과 법률은 성문법⋅불문법을 막론한 모든 헌법과 법률입니다. 물론 형사재판에서는 죄형법정주의의 요청 때문에 성문의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따라야 합니다. 양심은 개인적인 양심이 아니라 법관의 직업적 양심을 의미한다고 해석됩니다. 개인적 양심과 직업적 양심이 충돌할 때는 직업적 양심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검찰을 준사법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또 행정심판위원회는 준사법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읽을 거리

참여연대 2020-07-24 :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실현은커녕 또다시 반복된 ‘서오남’ 후보
오는 9월 8일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 후보자 3명이 어제(7/23) 발표되었습니다. 모두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으로 대법관 구성이 이른바 ‘서오남(서울대 · 오십대 · 남성)’에 치중되어있다는 오랜 지적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유감스러운 결과입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구성과 운영 방식의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라면 이러한 결과는 예견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최종적인 사법 판단을 내림으로서 우리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기관입니다. 따라서 대법관은 법률가로서의 경력과 학력뿐만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는 예민함과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를 보호하는 책임감이 있어야 합니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이 요구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대법관 후보추천 과정은 다양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최초 천거된 후보자 30명부터 평균 나이 55.5세에 서울대 · 연세대 · 고려대 출신으로만 구성되어 있었고 30명 중 여성은 고작 3명 뿐이었습니다. 후보추천위 구성과 운영 방식도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실현할 후보를 선정하고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후보추천위는 현직 법관을 비롯해 법조계 이해관계들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법조계가 과잉대표될 뿐만 아니라 대법원장의 영향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입니다. 기성 법조계 시각만이 반영되는 구성인 만큼 ‘서오남’ 중심의 대법관 구성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후보추천위 구성만큼이나 후보자를 평가하여 추천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후보자를 평가할 근거가 되는 판결을 4~5건 정도 공개했을 뿐입니다. 시민들은 후보추천위가 판결 내용에 대해 어떤 검증을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대법관 후보추천위 회의는 반나절도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단 한차례 밖에 진행되지 않았고 회의 내용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시민들은 구경꾼일 뿐입니다. 대법원은 대법관 후보가 공개된 후 고작 일주일 간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면서도 시민들에게 충분한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이 20년이 넘는 경력을 지닌 후보자에 대해 공개한 정보는 몇 페이지 분량입니다. 동시에 대법원은 시민들이 어떤 의견을 제출했는지 공개할 수 없게 합니다. 대법관 후보추천위 회의를 비롯해 법원 내·외의 시민들이 제출한 의견들이 전부 밀실에서 다뤄지는 것입니다.
법조계 등 사회 기득권층으로만 구성된, 대법원장의 영향 아래의 대법관 후보추천위와 밀실에서 진행되는 추천 과정은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이 개선되지 않는 근본 원인입니다. 이번 대법관 후보 추천도 ‘역시나 서오남’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담보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는 구조로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개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