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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 대통령의 권한, 인사권

행정부 수반으로서 인사권

헌법 제78조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원을 임면한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기 때문에, 행정부와 관련된 포괄적인 권한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중 공무원 인사권, 다시 말해서 공무원 임면권은 명시적인 규정이 있습니다. 헌법 제78조는 공무원을 임면할 수 있는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권력의 핵심 중 핵심은 사람에게 먹고살 거리, 즉 일자리를 주거나 뺏는 힘입니다.
여기에서 공무원은 주로 행정부 소속 공무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임면은 임명⋅면직을 비롯한 보직⋅전직⋅휴직⋅징계처분 등을 포괄하는 의미입니다. 물론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공무원을 임면하는 것은 아니며,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야 합니다.
참고로 정부조직법을 보면 대통령은 법령에 따라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도록 합니다. 또 국무총리와 중앙행정기관, 그러니까 부, 처, 청이라는 이름이 붙은 기관의 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중지 또는 취소할 수 있습니다.
정부조직법 제11조(대통령의 행정감독권)
①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법령에 따라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한다.
②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중지 또는 취소할 수 있다.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

대통령의 공식 직무는 ‘인사’와 함께 시작된다. 취임식 직후 청와대에 들어가 총리 후보자 인준 동의안을 결재한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을 임명한 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공식 직무를 인사 결재로 시작했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쓰는 것은 ‘권력기관’으로서 정권을 교체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행위와도 같다. 그리고 그 행동의 의미는 상징적인 데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새 정부 들어 바뀌는 새 사람들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는 대략 7000여개로 추산된다. 여기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까지 더하면 정치권 관계자들과 학자들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지만 많게는 2만개를 훌쩍 넘긴다고 보기도 한다. 대선을 통해 뽑은 대통령이 단지 개인이 아니라 기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18대 대통령 취임 직후를 살펴보면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정부조직을 개편한 결과 국무총리와 부총리, 대통령 비서실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각 부처 장·차관 등을 포함해 모두 117명(장관급 27명, 차관급 90명)의 고위직 공무원을 임명했다. 여기에는 감사원장,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이른바 ‘5대 권력기관장’을 비롯해 금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방송통신위원장 등의 자리가 포함된다.
그밖에도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인사권은 각 부처 실·국장, 1~3급 등 1500여명에 이르는 고위공무원들에게도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고위공무원단에 대한 임면권은 각 부처 장관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그동안 대통령이 이들에 대한 간접적인 인사권을 가진 것과도 같았다. 이밖에도 대통령 직속 위원회와 정부위원회 1000여명에 대한 임면권, 검찰(검사 이상)·경찰(경정 이상)·외무공무원(참사관 이상)·소방직 등 특정직 공무원과 국립대 총장을 임면하는 권한도 대통령에게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 부처와 위원회 등 정부조직의 개편을 거치면 정확한 숫자는 늘거나 줄 수 있지만 대통령 이름으로 된 임명장을 받는 공직자의 수만 해도 7000명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권 범위는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통령이 임기 동안 실질적으로 국가 전반을 장악하는 것은 행정부를 넘어 사법부 등 각종 헌법기관, 그리고 공공기관 등의 주요직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헌법기관 고위직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14명,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 9명, 중앙선거관리위원 3명 등 26명이다.
대통령 인사권이 새 정부의 변화와 개혁을 위한 활력의 바탕이 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대통령과 청와대에 집중될 과도한 권력이 갖는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와 함께 개헌과정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정치권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도 과거 정부에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이 과도하게 행사되는 점을 고치는 방안을 개헌안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대통령의 인사권: 현대 권력의 정점

막스 베버는 “국가는 합법적 폭력의 독점자”라고 했다. 이 폭력은 총칼의 형태로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을 직접 해치지 않아도, 삶의 조건을 통제함으로써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폭력이다. 누구를 배제할 것인가, 누구를 참여시킬 것인가를 결정하는 권한은 곧 생존과 소멸을 가르는 힘이 된다. 권력이란 바로 그런 물리적 또는 비물리적 폭력을 통해 지배와 복종을 유지하는 힘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대통령 권력의 핵심은 인사권에 있다. 인사권은 단순히 직책을 배정하는 행정 기술이 아니라, 누구에게 삶의 기회를 열어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택의 힘이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의 생존은 일자리와 지위에 달려 있고, 일자리를 얻는다는 것은 곧 사회적 승인을 의미한다. 반면, 기회를 잃는 것은 생존 기반 자체의 붕괴를 뜻한다. 이 구조 안에서 인사권을 통해 이루어지는 임명과 배제는 사람을 물리적으로 죽이지는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권력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인사권은 사람들을 억압하는 방식으로가 아니라, 스스로 복종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대통령의 선택을 받고자 하는 이들은 스스로 입을 다물고, 말을 고르고, 행동을 조심한다. 말로 지시하지 않아도 눈치를 보며 충성의 형식을 갖춘다. 복종은 법의 명령이 아니라, 기회를 얻고 싶다는 희망과 배제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폭력이다. 물리적 강제가 아니라, 기대와 불안이라는 정서적 장치로 작동하는 제도화된 폭력. 그리고 그 중심에 인사권이 있다.
이 모든 이유로 인해 인사권은 대통령 권력의 정점에 위치한다. 가장 많은 사람을 지명하고, 가장 넓은 범위의 생존을 결정할 수 있는 자가 가장 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법률 하나 바꾸지 않아도, 사람 하나만 바꿔도 조직이 달라지고 제도가 달라진다. 충성을 보장받는 이는 살아남고, 반대자는 점점 주변부로 밀려난다. 제도는 살아 있지만, 그 제도를 움직이는 사람은 대통령이 정한다. 그래서 우리는 말할 수 있다. 인사권은 오늘날 가장 정교한 폭력이며, 대통령 권력의 실질적 핵심이다.

<대통령이 좋은 인재를 중용하도록 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읽기 자료

SBS 2016.09.11 : [취재파일] 청와대 인사검증은 어떻게 하는 걸까? ● 청와대 검증 어떻게 이뤄지길래?   그렇다면 청와대의 공직 후보자 검증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요? 먼저 대통령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가 전체적인 공직자 추천을 주관합니다. 공직 후보자의 인사 자료 관리는 인사지원팀이, 인사위원회가 추천한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민정수석실이 각각 담당하게 됩니다.   인사위원회는 자체적으로 후보자를 선정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제19조의3에 근거해 안전행정부 국가인재DB 등을 참고하기도 합니다. 이런 절차를 거쳐 예비후보 리스트가 작성됩니다. 물론 정치권 등 각 분야로부터 공직 후보자를 추천 받기도 합니다.   이렇게 만든 예비 후보자 리스트를 바탕으로 인사지원팀이 공직 후보자를 3~5배수로 압축합니다. 민정수석실 내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압축된 예비 후보자들을 상대로 검증에 착수하게 됩니다. 먼저 예비 후보자들에게 200여 개 항목으로 된 사전 질문서를 작성하도록 요청합니다. 또 관계기관의 서류검토와 주변탐문, 정황증거 수집 등을 통해 부적격자를 걸러낸 뒤 유력 후보자를 3배수 이내로 압축합니다.   ●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만 200개   사전 질문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까요? 먼저 가족관계로는 본인과 배우자, 자녀의 거주지와 직업, 국적을 적습니다. 자녀가 취업을 했다면 입사 경위도 적게 됩니다. 재산 형성과 관련해서는 농지 부당 취득 여부와 거주 목적 이외 부동산 소유현황, 부동산 취득이나 자녀 전학을 위한 위장 전입, 미성년 자녀 명의의 부동산이나 주식, 직무상 취득정보로 부동산·주식 구입 여부, 부동산 미등기 전매 경험이 대상 항목입니다. 또 채권·채무관계, 공직자 재산등록 시 누락한 등록 대상, 사인 간 채권·채무관계, 카드사용 총액이 소득을 초과하거나 소득의 10% 미만인 사례, 경제적 미독립 자녀의 카드 사용 등도 포함됩니다.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의견으로 보고서가 채택된 조윤선, 김재수 장관도 같은 질문서를 받았을 겁니다. 본인들이 성실하게 작성하고 또 민정수석실에서 제대로 검토됐더라면 청문회에서와 같은 논란은 없지 않았을까 합니다. 적어도 어떤 부분에 대해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지 알았을 테고 그런 의혹 제기에 대해 명확히 답은 할 수 있었을 테니 말입니다. ● 최종 낙점은 대통령의 몫   마지막 인선 작업은 역시나 인사위원회가 맡습니다. 민정수석실의 검증을 거친 최종 후보자 리스트를 토대로 검증 결과를 심사하고 공직 후보자들을 직접 면접하게 됩니다. 면접을 통해 자질과 능력을 심층적으로 검토해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게 되는데 역시나 최종 결정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몫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역대 정권마다 인사 검증 '시스템'을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논란은 벌어졌고 일부 인사들은 공직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시스템이 아무리 좋더라도 결국 시스템을 운용하는 건 사람이다 보니 생긴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을 작동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가 얼마나 고려됐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