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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 예산

예산의 의의

예산이란 하나의 회계연도, 즉 1년간 국가의 세입⋅세출의 예정 계획을 내용으로 하고, 국회의 의결로써 성립하는 법규범의 일종을 말합니다. 미국이나 독일은 예산을 법률의 형식으로 의결하고 있으며, 이를 예산법률주의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법률과는 다른 형식으로 예산을 의결하고 있으며, 이를 예산특수의결주의라고 합니다.
예산과 법률은 질적으로는 유사합니다. 하지만 예산과 법률이 별도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양자의 내용이 모순되거나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예산이 마련되지 않은 법률’ 또는 ‘집행의 근거가 없는 예산’이 만들어질 수 있겠지요. 이러한 불일치를 막기 위해 예산 편성이나 법률 제정과정부터 정부와 국회가 함께 적절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산법률주의와 비법률주의

이상수, 헌법의 기본원리와 예산법률주의에 관한 연구, 12
우리 헌법상 예산과 법률을 별개의 존재형식으로 규정하는 예산비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음에도, 예산의 법적 성격을 다수의 견해가 법규범으로 본다. 그런데 예산의 법적 성격에 관한 논의와 별개로, 19세기 후반 프로이센헌법 하에서 헌법논쟁이 있었던 독일에서는 예산법률주의에 대한 학문적 논의 자체가 없고, 우리와 같은 예산비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예산의 법적 효력에 관한 이론적 논의가 있었던 일본조차도 예산법률주의 논쟁은 실익이 없는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예산법률주의 논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를 해소하고 국회의 행정부에 대한 재정통제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종래 행정부 우위의 시대에서 국회 우위의 시대로의 전환에 따른 국회의 권한강화 추세에 이유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동안 예산법률주의에 대한 헌법적 논의는 예산의 형식을 법률로 바꾸는 것과,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식 예산법률주의 제도를 모델로 하여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재정통제를 강화하자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또한, 예산비법률주의로 인해 예산은 법률과 다른 형식이어서 법적 효력이 없으므로, 재정민주주의에 근거한 국회의 행정부에 대한 재정통제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간의 예산법률주의에 관한 연구들은 재정에 관한 헌법 규정의 내용이나 예산제도에 대해 주로 다루면서 부분적으로 헌법상 원리를 다루고 있다. 입법권의 주체와 절차규정은 헌법의 핵심적인 규율사항인 헌법적 결단이므로 반드시 헌법에서 규정되어야 한다. 예산법률주의의 도입 여부는 1948년 제헌헌법에서부터 현행 헌법까지 오랜 기간 유지된 예산비법률주의 제도를 정반대로 바꾸는 것으로서 국가 재정정책과 제도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헌법적 결단을 통해 헌법에 반영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헌법상 기본원리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KBB_SCHOLAR_헌법의 기본원리와 예산법률주의에 관한 연구.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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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의 성립과정

헌법 제54조 ①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한다. ② 정부는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하여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하여야 한다.
예산은 편성⋅제출⋅심의⋅확정의 과정을 거쳐 성립합니다. 이 중 예산안의 편성과 제출은 정부의 권한입니다. 정부는 각각의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하여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여야 합니다. 제출기한 한정은 예산심의 기간의 부족으로 인한 심의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예산안이 제출되면 국회가 예산안을 심의⋅확정합니다(헌법 제54조 제1항). 그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국회는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고 예산안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하며, 소관 상임위원회는 예비심사를 하여 그 결과를 의장에게 보고합니다. 의장은 예산안에 위의 보고를 첨부하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회부하고, 그 심사가 끝난 후 본회의에 상정하여 심의합니다. 법제사법위원회 대신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있을 뿐, 법률제정 절차와 유사하다고 하겠습니다.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합니다(헌법 제54조 제2항 후단). 예산안은 국회의 의결을 통해 예산으로 확정됩니다. 국회가 의결한 예산은 정부에 이송되어 대통령이 공고합니다.

특수한 예산

헌법 제54조③ 새로운 회계연도가 개시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한 때에는 정부는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다음의 목적을 위한 경비는 전년도 예산에 준하여 집행할 수 있다. 1.헌법이나 법률에 의하여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 2.법률상 지출의무의 이행 3.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
다음은 예산과 관련된 특수한 제도 몇 개를 살펴보겠습니다. 헌법 제54조 제3항은 준예산 제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어떠한 사유로 말미암아 회계연도가 개시되기까지 국회가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한 경우, 정부는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 법률상 지출 의무의 이행, 이미 전년도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 계속의 목적을 위한 경비는 전년도 예산에 준하여 집행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국정의 기능 마비를 방지함과 동시에, 국회의 예산의결권을 존중하기 위한 제도라고 이해됩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국회의 권한을 완전히 무시하고 정부가 마음대로 하지는 못한다는 이야기니까 말입니다.
헌법 제55조 ① 한 회계연도를 넘어 계속하여 지출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정부는 연한을 정하여 계속비로서 국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 ② 예비비는 총액으로 국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 예비비의 지출은 차기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헌법 제55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계속비란 수년에 걸친 대규모 사업에 지출되는 경비에 관하여 일괄하여 사전에 국회의 의결을 얻고, 이를 변경할 때를 제외하고는 다시 국회의 의결을 얻을 필요가 없는 예산을 말합니다. 한 회계연도를 넘어 계속하여 지출할 필요가 있을 때 정부는 연한을 정하여 계속비로서 국회의 의결을 얻어야 합니다.
헌법 제55조 제2항이 규정하는 예비비란 예측하기 어려운 예산의 부족을 충당하기 위하여 예산에 계상하는, 즉 계산하여 올리는 비용을 말합니다. 예비비는 총액만 계상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지출은 행정부의 재량에 맡겨집니다. 다만 그 지출에 대하여 차기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 할 뿐입니다.
헌법 제56조 정부는 예산에 변경을 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여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
헌법 제56조는 추가경정예산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예산 성립 이후에 발생한 사유로 말미암아 이미 성립된 예산에 변경을 가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국회에 추가경정예산을 제출하고 그 의결을 얻도록 한 것입니다. 추가경정예산 줄여서 추경이라고 하는데, 추경 통과와 관련해서는 자주 커다란 논란과 소동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AI 시대에 정부는 돈을 더 많이 써야 할까? 더 아껴 써야 할까?>

읽기 자료

한겨레 2019-10-21 [사설] 막 오른 예산 심사, 국회 ‘5대 구태’ 버릴 때다
문재인 대통령의 22일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국회가 내년 예산안 심사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9.3% 증가한 513조5천억원 규모의 ‘슈퍼 예산’으로 편성했다. 재정 확대를 통해 갈수록 악화되는 대내외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민간 부문이 크게 위축돼 있는 탓에 재정이 당분간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가피하다. 또 정부 지출 확대가 민간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당위성과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쓰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경기 회복과 민생 안정에 필요한 예산은 충분히 확보해야 하지만 성과가 없는데도 관성적으로 편성된 낭비성 사업은 걸러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국회의 깊이 있는 심사가 요구된다. 국회가 이번만큼은 ‘졸속 심사’ ‘밀실 심사’ ‘쪽지 예산’ ‘정쟁 연계’ ‘지각 처리’ 등 이른바 ‘5대 구태’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부실 심사를 부르는 졸속 심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의 행태를 보면 여야는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다가 막판에 ‘벼락치기 심사’를 했다. 지난해에도 11월6일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가 국회 차원의 예산 심사를 위한 첫 회의였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2일)을 겨우 열흘 앞둔 11월22일에야 가동됐다. 이렇다 보니 야당은 시장에서 물건값 깎듯 ‘몇조원 감액’ 식의 ‘칼질 삭감’을 주장하고 여당은 정부 원안 통과로 맞선다. 그러다 적당히 절충한다. 한푼 한푼이 국민 세금인 예산을 이런 식으로 다뤄서는 곤란하다. 국회의 권능을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둘째, 졸속 심사가 반복되다 보니 예결특위 소위 안의 ‘소소위’가 막판에 중요한 사안들을 결정하는 게 관행이 됐다. 그런데도 소소위는 회의를 공개하지 않고 깜깜이로 진행한다. 밀실 심사다.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이어지는데도 ‘나 몰라라’ 한다. 쇠귀에 경 읽기다. 올해부터는 소소위도 회의를 공개하고 회의록을 남겨야 한다.
셋째,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 지도부와 실세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끼워넣는 쪽지 예산을 없애야 한다. 요즘은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카톡 예산’으로도 불린다. 이렇게 예산을 따낸 뒤 마치 전리품인 양 지역구에 홍보를 한다. 염치없는 짓이다. 올해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더욱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된다.
넷째, 예산안 처리를 다른 쟁점 사안과 연계시키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에도 야당이 공공기관 채용 비리 국정조사 문제를 예산안 처리와 연계시키면서 심사가 지연됐다. 예산은 예산이고 정쟁은 정쟁이다. 예산안을 볼모로 삼는 일이 더는 없길 바란다.
다섯째, 헌법은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으나 지난해에도 법정시한을 6일 넘긴 12월8일 새벽 가까스로 통과됐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에 ‘예산안 자동 부의 제도’가 도입됐는데도, 첫해를 제외하고는 법정시한을 지킨 적이 한번도 없다. ‘늑장 처리’가 일상화됐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집행에 차질을 빚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민도 여야 의원들의 예산안 심사 행태를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내년 총선에서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유권자가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국회는 바뀌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