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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위헌법률심판

규범통제와 위헌법률심판

보통 재판은 특정한 사건에 법률과 같은 규범을 적용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사건이 아닌 그 사건에 적용될 규범 자체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재판도 있습니다. 즉 일정한 규범이 상위 규범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여 그 규범의 효력을 결정하는 것인데, 이를 규범통제라고 부릅니다. 위헌법률심판은 우리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규범통제 제도입니다.
위헌법률심판은 법률, 즉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상위 규범인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심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헌법률심판은 헌법재판소가 담당합니다. 그리고 위헌법률심판의 제청은 대법원, 고등법원, 지방법원과 같은 법원만이 할 수 있습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의 요건

헌법 제107조 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
그런데 법원이 ‘언제나’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재판을 하면서 해당 사건에 적용할 법률이 위헌이라는 의심이 생길 때에만 제청할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우선 특정한 사건에 대하여 재판이 열려야 하고, 그 재판에 적용될 어떤 법률이 위헌인지 합헌인지 여부에 따라 재판의 결과나 중요한 내용이 달라지는 경우여야만 합니다. 이를 재판의 전제성이라고 부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정리하면 재판의 전제성은 ① 소송사건이 법원에 계속 중일 것, ②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법률일 것, ③ 위헌 여부에 따라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될 것을 내용으로 합니다.
헌법 제107조 제1항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이라는 말로 이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재판의 전제성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한 규범통제를 구체적 규범통제라고 부릅니다. 재판의 전제성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 예컨대 의회 차원에서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를 추상적 규범통제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독일 기본법 제83조 제1항 제2호
연방헌법재판소는 다음 사항을 결정한다
2.
연방정부, 주 정부 또는 연방의회 재적의원 3분의 1의 신청이 있을 때 연방법이나 주법의 기본법에 대한 형식적, 실질적 일치 여부 또는 주법의 연방법과 일치여부에 관한 의견차이나 의심의 경우
프랑스 헌법 제61조 
① 조직법은 공포되기 전에, 제11조에 규정된 의원발의 법안은 국민투표에 회부되기 전에, 의회 의사규정은 시행되기 전에 헌법위원회에 회부되어 그 합헌성에 대한 재결을 받아야 한다.
② 동일한 목적으로 대통령, 총리, 하원의장, 상원의장, 하원의원 60명 또는 상원의원 60명은 공포하기 전에 법률을 헌법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
③ 상기의 두 항에서 정하는 경우에 헌법위원회는 1개월 이내에 재결하여야 한다. 단, 긴급한 경우에는 정부의 요구에 따라 그 기간이 8일로 단축된다.
④ 헌법위원회에서 심의하는 경우 공포기간은 중단된다.

위헌법률심판의 대상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은 무엇보다 국회가 만든 형식적 의미의 법률입니다. 따라서 명령이나 규칙, 조례 등은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법률은 공포⋅발효되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법률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폐지된 법률이라도 현재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이라면 예외적으로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헌법 제76조의 긴급재정⋅경제명령과 긴급명령은 헌법에 따라 법률의 효력이 부여되므로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됩니다. 조약 역시 헌법 제6조에 의하여 법률과 같은 효력이 부여된 때에는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과 진행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위헌법률심판의 제청권자는 법원입니다. 여기에서 법원은 법원조직법이 정하는 일반 법원, 군사법원 등을 포함한 모든 법원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어떤 법률이 위헌이라고 생각하여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려고 해도, 적어도 위헌법률심판을 정식으로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는 것입니다.
다만 일반인도 재판의 당사자가 되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수는 없지만, 대신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할 것을 법원에 제청을 ‘신청’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제청을 촉구하는 의미 이상은 갖지 못하며, 법원은 이를 기각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기각할 때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이 정하는 위헌소원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위헌소원에 대하여는 이후에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이루어지면 법원에 계속 중인 재판은 일시 정지되며,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이 난 후 그 결정된 결과를 보고 재판을 이어 나갑니다. 위헌법률심판 심리는 원칙적으로 서면 심리로 하며, 예외적으로 구두변론을 엽니다.

읽기 자료

헌재 2010. 2. 25. 2008헌가23, 판례집 22-1상, 36
사실관계를 파악해 보자.
피고인인 제청신청인 오○근은 2회에 걸쳐 4명을 살해하고 그 중 3명의 여성을 추행한 범죄사실로 구속기소되어, 1심인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2007고합143)에서 형법 제250조 제1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등이 적용되어 사형을 선고받은 후 광주고등법원에 항소하였다. 제청신청인은 항소심 재판 계속 중(2008노71) 형법 제72조 제1항이 각 위헌이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하였다.
형법 제72조(가석방의 요건) ①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자가 그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때에는 무기에 있어서는 10년, 유기에 있어서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
법원은 왜 형법 제72조를 문제삼았을까?
우리 형법체계상 사형을 제외한 형 중 가장 무거운 무기징역형은 경우에 따라서는 유기징역형과 다를 바 없는 결론에 이르게 됨으로써 책임의 원칙에 반하고, 사형과 무기징역형 사이에 이와 같이 범죄와 형벌의 균형을 상실할 정도의 간극이 존재하는 것은 위헌적인 상황인데, 그렇다면 형법 제41조 제2호, 제42조가 형벌의 종류로서 무기징역형을 ‘형법 제72조 제1항에 의한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징역형’과 ‘형법 제72조 제1항에 의한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징역형’으로 세분하지 않음으로써 사형을 대체할 ‘가석방이 불가능한 무기징역형’에 대하여 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상실한 것으로서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에 반하고,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원칙에 반하며, 이에 따라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려는 국가의 의무 및 형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 위반의 의심이 있다.
법원이 제청한 것이므로 법원이 알아서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판단한 것 아닐까?
헌법재판소는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에 있어서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의 여부는 되도록 제청법원의 이에 관한 법률적 견해를 존중”해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재판의 전제성에 관한 제청법원의 법률적 견해가 명백히 유지될 수 없을 때에는 이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전제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 제청을 부적법하다 하여 각하할 수 있다.
형법 제72조 제1항은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었나?
형법 제72조 제1항은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수형자 가운데 그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자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에 있어서 10년을 경과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관한 구체적 절차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19조부터 제122조까지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가석방제도는 이미 법원으로부터 구체적인 범죄사실의 확정과 함께 제반 양형요소의 참작과정을 거쳐 그의 위법성 및 책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에 대하여 그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경우에 형기만료 전에 행정청의 행정처분으로 석방하는 제도인바, 위와 같은 가석방의 요건에 관한 규정은 사법부에 의하여 형이 선고ㆍ확정된 이후의 집행에 관한 문제일 뿐 이 사건 당해 재판 단계에서 문제될 이유는 없고, 달리 위 규정이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률조항임을 인정할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그렇다면 위 규정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게 되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위헌제청 중 형법 제72조 제1항 중 ‘무기징역’ 부분은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부적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