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의 이중적 성격
장영수, 헌법학, 434면
콘라드 헤세는 기본권의 이중성 이론을 전개한다. 그의 이론은 기본적으로 스멘트의 기본권 이론에 기초하고 있으나 스멘트가 소홀히 다룬 기본권의 주관적 권리의 측면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즉 기본권은 한편으로는 주관적 권리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동체(즉 국가)의 객관적 질서의 기본적 요소라는 것이다.
주관적 권리로서의 기본권은 인간 및 시민으로서의 개개인이 갖는 헌법상의 권리이다. 인간 및 시민의 권리로서의 기본권은 우선 국가권력에 대한 방어권이다. 자유로운 헌법질서에 있어서 이러한 방어권이 필요한 까닭은 민주주의도 인간에 대한 인간의지배이고 이러한 지배는 권력남용의 유혹을 받기 때문이며, 또한 국가권력은 법치국가에 있어서도 불법을 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헌법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기본권 속에 보장되어 있는 자유의 현실화를 위하여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화를 – 예컨대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 의사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자유로운 사회적 단체의 결성 등을 – 통하여 비로소 헌법에 의하여 구성된 공동체(국가)의 자유로운 질서는 살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국민은 단지 사적 임의의 영역에서 국가에 대하여 자신을 지킬 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그리고 자기의 책임 하에 스스로의 생활을 형성하며 공동체의 사안에 협력해야 한다.
기본권은 다른 한편 공동체(국가)의 객관적 질서의 기본요소이기도 하다. 즉 기본권은 민주주의질서, 법치국가질서 및 사회국가질서의 기본요소가 된다. 예컨대 선거권,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당의 자유와 기회균등, 양심의 자유 등과 같은 기본권은 민주주의 질서의 기본요소이며, 재판청구권 등이 법치주의질서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또한 각종의 사회적 기본권은 사회국가질서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기본권은 혼인과 가족, 재산권과 상속권 등을 보장함으로써 사법질서의 기초를 보장한다. 나아가 기본권은 특정의 생활영역, 예컨대 종교적 및 정신적 생활, 예술과 학문, 가족, 사회적 단체형성의 영역을 비국가적 생활영역으로서 유지하고 보호하며 그 밖의 중요한 생활영역과 정서시키고자 한다.
구분 | 주관적 권리로서의 기본권 | 객관적 질서로서의 기본권 |
기본 성격 | 개인이 헌법에 의해 보장받는 주관적 헌법상 권리 | 공동체(국가)를 구성·유지하는 객관적 헌법질서의 기본 요소 |
핵심 기능 | 국가권력에 대한 방어권 | 민주주의·법치국가·사회국가 질서의 구조 원리 |
국민의 지위 | 단순한 방어적 존재가 아니라자율적·책임적 생활 형성 주체 | 공동체 사안에 능동적으로 협력하는 구성원 |
사례 1 | 평등권 | 평등원칙 |
사례 2 | 재산권 | 사유재산제도 |
<기본권의 객관적 가치질서성을 인정하면 나타나는 효과는 무엇일까?>
기본권의 분류
앞으로 공부할 기본권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작업을 해 보겠습니다.
유의할 것은 기본권의 분류는 다양한 기본권을 조금 더 손쉽게 이해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점입니다. 기본권 분류 방법은 다양하며, 어떤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일단 여기에서는 자유권적 기본권, 정치적 기본권, 사회적 기본권, 절차적 기본권으로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① 자유권적 기본권은 가장 전통적인 기본권입니다. 개인에게 자유로운 보호영역이 있으며 그 영역을 국가 또는 사인이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만약 침해가 있을 때 그것을 방어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권리가 자유권적 기본권이라고 이해합니다. 앞으로 보게 될 신체의 자유, 양심의 자유, 사생활 관련 기본권, 언론의 자유 등 전통적인 기본권들이 대체로 여기에 포함됩니다.
② 정치적 기본권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꼭 필요한 국민의 정치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기본권입니다. 선거권이나 공무담임권과 같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③ 사회적 기본권은 국민, 특히 물질적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국민이 국가에 일정한 지원과 보조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최근 복지 문제와 관련하여 활발한 논의의 대상이 되는 기본권들입니다. 여기에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교육을 받을 권리, 근로의 권리 등이 포함됩니다. 자유권적 기본권은 무엇에게서 벗어나려는 권리라는 점에서 ‘소극적 권리’라고 하는데, 사회적 기본권은 무엇을 요구하는 권리라는 점에서 ‘적극적 권리’라고 부릅니다.
④ 절차적 기본권은 여타의 기본권들을 침해받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을 때 이를 구제받기 위한 절차를 보장하는 기본권입니다. 재판청구권, 청원권, 국가배상청구권과 같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지금까지 네 가지 유형의 기본권 분류를 보셨는데요, 앞서 말한 것처럼 이것은 이해를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실제로 학자들마다 분류법도 다르고 사용하는 용어도 다르다는 점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기본권이라는 말과 헌법에서 사용하는 자유와 권리라는 말은 어떤 관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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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신문 2025.07.17
’신기본권 도입’ 과제… 해외는 정보권·환경권 등 반영
개헌이 필요하단 주장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개헌 논의가 활기를 띄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헌의 기운이 무르익었다”며 개헌 추진 착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제헌절을 앞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개헌’을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헌법 전문가들은 “시대 흐름에 뒤쳐진 헌법이 그 흐름을 적극 포용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4년 연임제’와 같은 논의 뿐만 현행 헌법이 담지 못하는 신(新)기본권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행 헌법은 과거 산업사회 중심의 권리체계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급격한 디지털 발전, 기후위기, 사회 다양성 확대 등 현실이 변화하면서 헌법이 이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로 인해 국민이 헌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논의되는 신기본권은 △자신의 정보에 접근하고 수집·이용을 통제하는 정보기본권 △알고리즘 결정·추천을 거부하거나 설명을 요구할 수 있는 디지털 자기결정권 △건강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인 환경권 △단순 의료 서비스 접근을 넘어 정신·신체적 웰빙을 추구할 권리인 건강권 △재난·범죄·감염병 등에서 보호받을 권리인 안전권 △AI시대의 기초학력을 보장받을 권리인 디지털 교육권 △동물도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생명윤리 기반의 동물권 등이 있다.
해외에서는 현대 사회 흐름에 대응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신기본권을 일찍이 헌법에 명시적으로 반영했다. 스위스는 연방헌법 제13조에서 ‘모든 개인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오용되는 것을 방지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해 개인정보에 대한 헌법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프랑스는 2005년 10개 조항이 담긴 ‘환경헌장’을 헌법에 편입하는 개정을 거쳤다. “모든 국민은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을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국가는 기후·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진다” 등의 조항으로 이뤄졌으며 환경보호의 국가 임무 도출 근거가 되고 있다. 실제 기후소송에서도 해당 조항들이 자주 인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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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첫 기후 소송 일부 인용… 헌재, 탄소중립법 헌법불합치
한수현 기자 2024-08-29
2030년까지 감축할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치를 규정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 소송은 아동과 청소년들이 직접 청구인으로 참여한 아시아 첫 기후 소송이다.
헌재는 29일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제기한 '기후위기 헌법소원' 4건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2020헌마389 등)에서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법 개정 시한인 2026년 2월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다만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2021년 9월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은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감축비율을 40%로 규정한다.
헌재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이 설정한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비율의 수치는 기후위기라는 위험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췄지만, 2031년~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관해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아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과소보호금지 원칙이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있어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은 이번 사건과 같이 권리의 침해가 아닌 보호를 다투는 사건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진다.
헌재는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감축목표가 규율됐다"며 "기후위기라는 위험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정할 때 단기적일 수도 있는 정부의 상황 인식에만 의존하는 구조로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적극성 및 일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2031년~2049년까지의 감축목표를 규정하지 않은 해당 조항에 대해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했다고도 봤다.
헌재는 "중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감축경로를 계획하는 것은 매우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므로 2031년 이후에 대해서도 그 대강의 내용은 법률에 직접 규정돼야 한다"며 "이른바 미래세대는 기후위기의 영향에 더 크게 노출되는 데도, 현재의 민주적 정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제약돼 있다는 점에서 입법자에게는 더욱 구체적인 입법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관해 그 정량적 수준을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해당 규정은 과소보호금지 원칙과 법률유보 원칙에 반해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헌재는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의 구체적 비율에 대해선 과소보호금지 원칙 또는 법률유보원칙 위반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해당 조항의 전부에 대한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그나마 존재하는 정량적인 중간 목표마저 사라진다는 이유에서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하도록 했다.
한편 헌재는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에 대해선 기각 결정했다.
헌재는 "해당 시행령 조항은 같은 법 제8조 제1항의 위임을 받아 2030년 중장기 감축목표의 구체적인 비율의 수치를 정한 것일 뿐이기 때문에 과소보호금지 원칙에 반하여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어 청구인들의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해 4월 수립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중 부분별 및 연도별 감축목표에 대해서는 재판관들의 의견이 5(위헌)대 4(합헌)으로 갈려 가까스로 기각됐다. 위헌 정족수인 6명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형식 헌법재판관은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서 감축비율을 정했음에도 이 체계를 정부가 자의적으로 변경해 실질적으로는 감축 수준을 낮춰 탄소중립기본법에서 정한 중장기 감축목표의 제도적 실효성을 훼손했다고 봤다.
반면 이종석 소장과 이은애·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기본계획의 부문별 및 연도별 감축목표가 기후위기 해소를 지향하면서 기후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 목표를 일응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있는 이상, 과소보호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며 기각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