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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 기본권의 경합과 충돌

기본권의 충돌

<쉬는 시간에 한 친구는 쪽잠을 자고 싶어하고, 다른 친구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그래서 다툼이 일어 났다. 이 상황을 헌법적 용어로 재구성해 본다면?>

언론⋅출판의 자유를 행사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인격권이나 명예권을 훼손하거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기본권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기본권 충돌은 다른 기본권 사이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것이지만, 언론・출판의 자유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므로 이 자리에서 검토하기로 합니다.
기본권이 충돌할 때는 충돌하는 기본권이 조금씩 양보하여 모두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함이 최선입니다. 이것을 ‘실제적 조화’라고 부릅니다. 실제적 조화가 불가능하다면 더 가치 있는 기본권이 무엇인가를 판단하여 가치가 덜한 기본권의 보장은 포기할 수밖에 없겠지요. 이것을 ‘이익형량’이라 부릅니다.

헌법 제21조 제4항

헌법 제21조 ④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관련하여 헌법 제21조 제4항을 검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조항은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되고,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명예권과 같은 ‘기본권’ 또는 여타의 ‘공익’이 충돌할 때, 충돌하는 다른 ‘기본권’과 ‘공익’이 더 가치 있는 상황을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조항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의 사례의 해결책을 실제적 조화의 원칙, 이익형량의 원칙에 따라 제시해 본다면?>

기본권의 대(對私人)적 효력

관련하여 기본권의 대사인적효력이라는 개념을 기억해 두었으면 합니다. 일반적으로 그리고 전통적으로 기본권은 국민이 국가권력을 향해 주장합니다. 반대로 국가권력이 국민에게 기본권을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국민이 다른 국민, 그러니까 사인(私人)을 향해 기본권을 주장하는 것도 인정되는 추세입니다. 특히 대기업과 같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사인에게 기본권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기본권의 제3자적 효력 또는 대사인적효력이라고 부릅니다.

<앞의 사례를 사법절차를 통해서 관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본권 충돌의 사례

2007년에 공개된 ‘그놈 목소리’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아동 유괴사건을 다룬 영화였는데요. 여기에서 유괴당한 아이의 어머니의 실제 목소리가 사용되어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의 사생활과 인격권이 침해되었다고, 국가가 아닌 영화사를 대상으로 주장을 한 것이지요. 여기에서 기본권의 대사인적효력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어머니는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받기 위해 영화를 내리거나 아니면 자신의 목소리를 삭제하거나 변조하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사도 표현의 자유나 예술의 자유를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지요. 여기에서 기본권 충돌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법원은 어떻게 결정했을까요? 법원은 어머니의 의견을 전부 받아들이지는 않았습니다. 영화의 극장 상영이 곧 끝난다는 점을 고려해서 영화에 대한 삭제나 변조 명령은 내리지 않았습니다. 단지 '문제가 된 음성을 삭제 또는 변조하지 않으면 DVD나 비디오테이프를 만들어 팔 수 없다.'라고 결정했습니다. 결국 두 기본권 주체가 최대한 만족하는 방안을 생각해 낸 것이지요. 여기에서 실제적 조화의 원리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읽기 자료

헌재, "광장 벤치에서 담배 못 피우게 하는 국민건강증진법은 합헌"
박수연 기자 2024-05-06 13:44
광장 벤치에서 담배를 못 피우도록 규정한 국민건강증진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연면적 1,000㎡ 이상의 사무용건축물, 공장 및 복합용도의 건축물로서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공간은 여러 사람이 오갈 가능성이 높아 간접흡연으로부터의 보호를 관철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A 씨가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제8항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청구한 헌법소원사건(2022헌바163)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제8항은 '누구든지 제4항부터 제7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금연구역에서 흡연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같은 조 제4항은 연면적 1,000㎡ 이상의 사무용건축물, 공장 및 복합용도의 건축물의 소유자나 관리자 등은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재는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제4항은 2011년 6월 국민건강증진법이 개정되기 전 국민건강증진법령이 규정하고 있었던 금연·흡연구역의 분리운영만으로는 담배연기를 물리적으로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도입됐다"며 "실외 또는 실외와 유사한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간접흡연의 위험이 완전히 배제된다고 볼 수 없고, 특히 심판 대상 조항이 규율하는 공간과 같이 공중 또는 다수인이 왕래할 가능성이 높은 공공장소의 경우 그 위험이 더욱 커 연면적 1000㎡ 이상의 사무용건축물 등에 대해 예외 없이 금연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심판 대상 조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이어 "심판 대상 조항으로 인해 흡연자는 일정한 공간에서 흡연을 할 수 없게 되는 불이익을 입지만, 일반적으로 타인의 흡연으로 인한 간접흡연을 원치 않는 사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흡연자의 자유로운 흡연을 보장할 필요성보다 더 커 이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흡연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A 씨는 2019년 10월 금연구역인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광장 벤치에서 흡연을 했다는 이유로 부산 해운대구 보건소로부터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았다. A 씨는 이의를 제기했지만 부산지법이 이듬해 과태료 5만 원을 부과한다는 약식재판 결정을 했다. A 씨는 다시 이의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2021년 11월 과태료 5만 원을 부과한다는 정식재판 결정을 했다. A 씨는 정식재판 결정에 불복해 즉시항고를 했으나 기각됐고, 재항고했지만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됐다. 한편 A 씨가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도 기각되자 그는 2022년 7월 헌법소원을 냈다.
형사소송법 제455조(기각의 결정) ①정식재판의 청구가 법령상의 방식에 위반하거나 청구권의 소멸 후인 것이 명백한 때에는 결정으로 기각하여야 한다.
②전항의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③정식재판의 청구가 적법한 때에는 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405조(즉시항고의 제기기간) 즉시항고의 제기기간은 7일로 한다.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심리의 불속행) ① 대법원은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사유를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인정하면 더 나아가 심리(審理)를 하지 아니하고 판결로 상고를 기각(棄却)한다.
1.
원심판결(原審判決)이 헌법에 위반되거나, 헌법을 부당하게 해석한 경우
2.
원심판결이 명령ㆍ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 여부에 대하여 부당하게 판단한 경우
3.
원심판결이 법률ㆍ명령ㆍ규칙 또는 처분에 대하여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게 해석한 경우
4.
법률ㆍ명령ㆍ규칙 또는 처분에 대한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가 없거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5.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규정 외에 중대한 법령위반에 관한 사항이 있는 경우
6.
「민사소송법」 제424조제1항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규정된 사유(절대적 상고이유)가 있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