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조 제1항
헌법 제37조
①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오늘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입니다. 그런데 그에 앞서서 제37조 제1항의 규정도 간단히 보도록 하겠습니다. 헌법 제37조 제1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않았다고 하여도 경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헌법 제10조 이하에 규정되어 있는 기본권 이외에도 다른 기본권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때때로 이 조항은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새로운 기본권의 적극적인 도출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헌법상 열거되지 않은 권리가 기본권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논증과 합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제37조 제2항의 의의
헌법 제37조 제2항은 기본권 제한의 일반적인 방법으로, 법률에 따른 기본권 제한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 즉 모든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조문의 표현을 보면 우리 헌법상 모든 기본권이 예외 없이 법률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고 한 것입니다. 물론 앞서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에서 본 것처럼 일정한 내면적 자유권은 해석상 제한이 불가능한, 절대적 기본권으로 이해되고 있다는 것 기억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외국의 헌법 특히 독일 기본법의 경우 법률에 따라 제한될 수 있는 기본권과 그렇지 않은 기본권이 구분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러한 구분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방법을 ‘일반적 법률유보’라고 하며, 독일과 같은 방법을 ‘개별적 법률유보’라고 합니다.
<일반적 법률유보와 개별적 법률유보, 어느 쪽이 더 나은가?>
제37조 제2항: 기본권 제한의 수단
헌법 제37조
②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일단 제37조 제2항은 기본권 제한이 ‘법률’에 따라 가능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법률은 국회가 제정한 이른바 ‘형식적 의미의 법률’입니다.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아닌 행정입법⋅관습법 등에 의한 기본권 제한은 금지됩니다.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명확성을 확보한 법률이어야 합니다. 법률이 불명확하면 기본권 제한을 받는 국민은 언제, 어떠한 경우 기본권을 제한받게 될지 알 수 없어 불안할 것입니다. 또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사람의 자의(恣意)가 개입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되면 법률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며, 법률의 해석⋅집행자가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입니다.
조금 전에 법률이 아닌 규범에 의한 기본권 제한은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예외가 있습니다. 법률보다 하위의 규범인 행정명령 등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가능한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본권 제한에 관해 법률로 모두 정하기 어려운 세부적인 사항을, 법률의 위임을 받은 하위 규범이 예외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 경우 법률로부터 구체적인 위임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포괄적 위임이 가능하다면 실질적으로는 법률이 아닌 명령 등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영업자 등의 준수사항을 위임한 식품위생법 사건
식품접객 영업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영업자와 그 종업원은 영업의 위생관리와 질서유지, 국민의 보건위생 증진을 위하여 총리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지켜야 한다(헌재 2016. 11. 24. 2014헌가6).
실제 사례를 하나 보시겠습니다. 지난 2016년에 내려진 헌법재판소 결정인데요. 이전의 식품위생법 제44조 제1항은 “식품접객 영업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영업자와 그 종업원은 영업의 위생관리와 질서유지, 국민의 보건위생 증진을 위하여 총리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지켜야 한다.”라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이 식품위생법 제44조 제1항의 위임에 따라 만들어진 대통령령 식품위생법 시행령에는 여기에서 말하는 식품접객영업자 등이 누구인지 더 자세하게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또 총리령인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은 유통기간이 지난 식품을 판매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함을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A라는 사람이 자재 창고에 유통기한이 지난 구운 소금 등의 식품 또는 원자재를 판매하기 위하여 보관하였습니다. 이 사람은 식품위생법 제44조 제1항 위반 혐의로 기소가 되었습니다. A가 자유로운 영업행위를 할 자유가 제한되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식품위생법이라는 법률을 보면 누가 제한되는 것인지, 어떤 행위가 제한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고, 대통령령이나 총리령을 보아야 알 수 있는 상황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 조항은 수범자와 준수사항을 모두 하위법령에 위임하면서도 위임될 내용에 대해 구체화하고 있지 아니하여 그 내용들을 전혀 예측할 수 없게 하고 있으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라고 결정했습니다.
법률의 효력을 갖는 규범
헌법 제76조
① 대통령은 내우ㆍ외환ㆍ천재ㆍ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ㆍ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ㆍ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
② 대통령은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 있어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때에 한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
헌법 제6조
① 헌법에 의하여 체결ㆍ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한편 국회가 만든 법률은 아니나 헌법에 따라 법률의 효력을 갖는 것으로 인정되는 규범이 있습니다. 자연히 이러한 규범에 의한 기본권 제한도 예외적으로 가능해집니다.
헌법은 일정한 비상사태 아래에서 대통령이 발동하는 긴급명령, 긴급재정경제명령이 국회가 제정한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헌법 제76조 참조). 따라서 이 경우 긴급명령, 긴급재정경제명령에 따른 기본권 제한이 가능합니다. 일정한 조약이나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도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질 수 있으므로(헌법 제6조 제1항 참조) 이를 통한 기본권 제한이 가능한 때가 있습니다.
제37조 제2항: 기본권 제한 목적
헌법 제37조
②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한편 제37조 제2항은 기본권 제한의 목적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기본권 제한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라는 목적을 위해서만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국가안전보장’은 국가의 독립, 영토 보전, 헌법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의 유지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예컨대 「형법」의 외환의 죄 규정, 「국가보안법」, 「군사기밀보호법」 등에 의한 기본권 제한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질서유지’란 주로 경찰법적 의미의 공공질서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경범죄처벌법」에 의한 기본권 제한 등을 생각해 보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공복리란 개인의 복리가 아닌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계되는 복리, 즉 공익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복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를 포괄하는 상위의 개념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사실상 사익이나 특정 세력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서만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기본권 제한의 목적인 공익은 사익과 어떻게 다른가?>
읽기 자료
헌재 2000. 3. 30. 98헌가8, 판례집 12-1,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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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권 제한이 법률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헌법은 권력분립주의에 입각하여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중요한 사항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대표자들로 구성되는 국회에 의하여 법률의 형식으로 결정되도록 하고 있는바, 이러한 의회주의 내지 법치주의의 기본원리는 입법부가 그 입법의 권한을 행정부 내지 사법부에 위임하는 것을 금지함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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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에 일정한 사항을 위임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그러나 현대국가에 있어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것이라 하여 모든 사항을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만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이는 행정 영역이 복잡․다기하여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적절히 대처할 필요성이 요구되는 반면, 국회의 기술적․전문적 능력이나 시간적 적응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헌법은 제75조에서 대통령이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대통령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만 발할 수 있다고 한정함으로써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위임입법의 필연성은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위임은 이를 허용하지 아니함으로써 헌법이 그 바탕으로 하는 권력분립주의, 의회주의 내지 법치주의의 기본원리는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명백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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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요건 하에 위임이 가능한가?
그리고 헌법에 의하여 위임입법이 용인되는 한계인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라 함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임입법의 위와 같은 구체성 내지 예측가능성의 요구정도는 문제된 그 법률이 의도하는 규제대상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달라질 것임은 물론이고, 그 예측가능성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특정 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헌재 1994. 7. 29. 93헌가12, 판례집 6-2, 53, 58-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