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형성의 자유
헌법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정의하기 쉽지는 않지만, 양심은 인간 내면의 윤리적⋅도덕적 판단, 즉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에 관한 판단을 말합니다. 양심의 자유에는 일단 양심 형성의 자유가 포함됩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에 대하여 각자가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양심 형성의 자유는 순수하게 내면적인 정신활동에 관한 사항입니다. 따라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제한할 수 없는 절대적 기본권이며, 선동, 세뇌, 약물, 최면, 마취 등을 통해 양심을 형성하는 것을 침해함은 허용될 수 없습니다. 물론 교육이나 광고 등을 통해 올바른 양심이 형성되도록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개인의 자율적인 양심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넘어서 그것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른다면,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양심 실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는 또한 양심 실현의 자유를 내용으로 합니다. 즉, 각자 옳고 그름에 관한 판단을 한 후 그것을 행동으로 실현하는 것을 보호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양심 표명의 자유, 그러니까 자신의 양심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는 자유가 포함됩니다. 그리고 부작위에 의한 양심 실현의 자유, 그러니까 자신의 양심상 결정에 따라 법적 의무를 거부하는 자유가 포함됩니다. 마지막으로 작위에 의한 양심 실현의 자유, 그러니까 자신의 양심상 결정을 적극적인 행위로 옮길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됩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들 양심 실현의 자유는 상대적 기본권이기 때문에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에 따른 제한이 가능하다는 것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양심적 병역거부
양심의 자유와 관련하여 최근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자신의 양심에 따를 때, 전쟁을 위한 준비를 할 수밖에 없는 군대에 복무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이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앞서 본 바에 따르면 양심 실현의 자유, 그중에서도 부작위에 의한 양심 실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법률에 따른 제한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병역을 거부하는 자를 형사 처벌하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의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사람도 형사 처벌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8년부터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먼저 헌법재판소가 포문을 열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1년에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하여 결정했습니다. 이 결정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제88조가 위헌이 아니라고 선언했습니다. 양심을 핑계로 병역을 회피할 가능성,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실 등이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헌법재판소는 판례를 변경하여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군사 훈련이 아닌 대체복무 수단을 마련해 주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를 허용해야 한다는 판례입니다.
사실 1966년 국제연합에서 채택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조는 사상, 양심 그리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1993년에는 이 조항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도출될 수 있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1990년 위 규약 제18조에 대해 아무런 유보 없이 가입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다수의 국제 인권 규범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거부자에게는 대체복무 수단을 마련할 것을 말해 왔습니다.
그런데 앞선 헌법재판소 판례는 대체복무제가 없는 것이 위헌이지만, 대체복무제를 만들기 전까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병역법 제88조에 의하여 처벌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몇 달 후 대법원이 과감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앞에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병역거부자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에서 처벌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양심적 병역거부도 여기의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고 본 것입니다. 그러니까 무죄가 된다는 것이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전격적이고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판례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진정한 양심적 판단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을 처벌하지 못하게 된 것인데요. 다음에는 검찰이 숙제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이 진정한 양심에 의한 것이냐, 아니면 군대 가기 싫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를 가려야 하는 문제가 생긴 것이지요. 그래서 최근 나온 이야기가 배틀그라운드 같은 총으로 사람을 쏘는 게임을 하는 사람은 진정한 양심이 아닐 것이기 때문에 게임 사용 기록을 보겠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참 수긍이 가면서도 또 씁쓸한 느낌이 듭니다. 양심을 심사한다는 것 자체가 한편으로는 힘든 일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무서운 일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총 쏘는 게임 이용 여부를 통해 양심적 병역 거부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양심의 자유는 소수자에게 의미 있는 권리
사실 양심의 자유는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이해하기 어려운 양심을 가진 사람, 즉 소수자에게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특별히 보호할 필요도 없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 사례를 보면서, 현실에서는 일반인의 생각과는 다른 양심을 가진 사람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보호하는 것이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님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소수자의 양심을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언젠가 바로 내가 그 소수자 중 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읽기 자료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합헌'… 대체복무제 미비 '헌법불합치'
이세현 기자 2018-06-28 15:40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한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 처벌하는 병역법 제88조 1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1항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한 것은 위헌이라고 볼 수 없지만, 정부와 국회는 이들이 대체복무를 통해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시급히 관련 조치를 마련하라는 뜻이다.
헌재는 28일 종교적 이유로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이 낸 헌법소원 사건(2011헌바379 등)에서 병역의 종류를 정한 병역법 제5조 1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6(헌법불합치)대 3(각하)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 조항인 병역법 제88조 1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4(합헌)대 4(일부위헌)대 1(각하)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이날 선고에서 결정이유를 밝히기에 앞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가리키는 것일 뿐 병역거부가 '도덕적이고 정당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하여 병역의무이행은 '비양심적'이 된다거나, 병역을 이행하는 병역의무자들과 병역의무이행이 국민의 숭고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이례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헌재는 우선 병역의 종류를 현역과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으로만 제한하고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1항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병역의 종류를 5가지로 한정적으로 열거한 병역종류조항은 모두 군사훈련을 받는 것을 전제하고 있으므로, 양심적 병역의무자에게 병역종류조항에 규정된 병역을 부과할 경우 그들의 양심과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을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교도소에 수감할 수 있을 뿐 병역자원으로 활용할 수는 없으므로,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병역자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며 "국가가 관리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전심사절차와 엄격한 사후관리절차를 갖추고,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에 복무의 난이도나 기간과 관련하여 형평성을 확보해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한다면 대체복무 심사의 곤란성과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의 증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서도 병역의무의 형평을 유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이유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거나 그 도입을 미루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헌재는 이와 같은 대체복무 입법개정시한을 2019년 12월 31일로 못박았다. 국회가 이때까지 개선 입법을 하지 않으면 2020년 1월 1일부터는 병역법 제5조 1항 자체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에 대해 안창호·조용호 재판관은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를 규정하라고 하는 것은 병역법 및 병역종류조항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조항을 신설하라는 주장"이라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2항에 의한 헌법소원에서 이와 같은 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은 그 자체로 허용되지 않으므로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김창종 재판관은 "청구인들은 입영 또는 소집처분을 받고서도 이에 응하지 않아 기소되었고, 법원 역시 병역법 제88조 1항에 따라 청구인들에 대해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며 "따라서 이 사건에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는 법률조항은 원칙적으로 처벌 조항인 병역법 제88조 1항뿐"이라며 역시 각하 의견을 냈다.
반면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 근거 조항인 병역법 제88조 1항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병역자원의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며 "형벌로써 병역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이같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종류조항의 입법상 불비와 양심적 병역거부는 처벌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해석이 결합되어 발생한 문제일 뿐, 처벌조항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는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그에 따른 입법부의 개선입법 및 법원의 후속 조치를 통하여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은 이번이 네 번째다. 헌재는 2004년 8월과 10월, 2011년 8월 세 차례에 걸쳐 모두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해당 병역법 조항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이진성 소장과 김이수·이선애·유남석 재판관은 "병역종류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는 이상, 처벌조항 중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면서 "국가안보 및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공익은 중요하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한정해 볼 때 형사처벌이 특별예방효과나 일반예방효과를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처벌조항이 공익 달성에 기여하는 정도는 그다지 크다고 하기 어렵다"며 일부위헌 의견을 냈다.
김창종 재판관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처벌조항 자체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당해사건 재판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의 인정이나 평가 또는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의 처벌조항의 단순한 포섭·적용에 관한 법원의 재판결과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므로, 재판소원을 금지하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1항의 취지에 비춰 부적법하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관련 조문>
대한민국헌법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병역법
제5조(병역의 종류) ① 병역은 다음 각 호와 같이 구분한다. <개정 2013. 6. 4., 2016. 5. 29., 2019. 12. 31.>
1.
현역: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징집이나 지원에 의하여 입영한 병(兵)
나. 이 법 또는 「군인사법」에 따라 현역으로 임용 또는 선발된 장교(將校)ㆍ준사관(準士官)ㆍ부사관(副士官) 및 군간부후보생
1.
예비역: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현역을 마친 사람
나.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예비역에 편입된 사람
1.
보충역: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병역판정검사 결과 현역 복무를 할 수 있다고 판정된 사람 중에서 병력수급(兵力需給) 사정에 의하여 현역병입영 대상자로 결정되지 아니한 사람
나.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복무하고 있거나 그 복무를 마친 사람
1) 사회복무요원
2) 삭제 <2016. 1. 19.>
3) 예술ㆍ체육요원
4) 공중보건의사
5) 병역판정검사전담의사
6) 삭제 <2016. 1. 19.>
7) 공익법무관
8) 공중방역수의사
9) 전문연구요원
10) 산업기능요원
다.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충역에 편입된 사람
1.
병역준비역: 병역의무자로서 현역, 예비역, 보충역, 전시근로역 및 대체역이 아닌 사람
2.
전시근로역: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병역판정검사 또는 신체검사 결과 현역 또는 보충역 복무는 할 수 없으나 전시근로소집에 의한 군사지원업무는 감당할 수 있다고 결정된 사람
나.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전시근로역에 편입된 사람
1.
대체역: 병역의무자 중 「대한민국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현역, 보충역 또는 예비역의 복무를 대신하여 병역을 이행하고 있거나 이행할 의무가 있는 사람으로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체역에 편입된 사람
② 예비역에 편입된 사람은 예비역의 장교ㆍ준사관ㆍ부사관 또는 병으로, 보충역에 편입된 사람은 보충역의 장교ㆍ준사관ㆍ부사관 또는 병으로, 전시근로역에 편입된 사람은 전시근로역의 부사관 또는 병으로 구분한다. <개정 2016. 5. 29.>
③ 병역의무자는 각각 그 병역의 병적에 편입되며, 병적 관리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전문개정 2009. 6. 9.]
[2019. 12. 31. 법률 제16852호에 의하여 2018. 6. 28.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된 이 조 제1항을 개정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