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추구권
헌법 제10조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 즉 행복추구권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행복추구권은 미국에 기원을 둔 기본권인데, 앞서 설명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독일에서 유래했다는 점과 대비됩니다. 우리 헌법 제10조에는 독일 기본법에서 가장 중요한 조문과 미국의 헌법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조항이 공존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물론 좋은 것이 많이 들어 있다고 항상 더 좋은 것은 아닙니다. 체계적 해석에 어려움이 따르게 되지요.
이미 느끼고 있겠지만 헌법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는 대체로 매우 추상적입니다. 그러나 행복이라는 용어는 추상적인 동시에 주관적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행복으로 느끼는 것이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행복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행복추구권을 해석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부 견해는 행복추구권이라는 기본권의 규범으로서의 성격을 부인하고, 이에 대한 해석을 포기할 것을 제안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헌법에 명시된 이상 행복추구권의 해석을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하겠습니다.
참고로 우리 헌법상 행복추구권의 기원이 된 미국의 버지니아 권리장전(1776)에는 ‘행복추구권’이 아닌 ‘행복의 추구(pursuit of happiness)’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행복의 추구는 개인이 주장할 수 있는 기본권이라기보다는 미국 헌법의 철학적⋅정치적 이념이라고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분명 행복을 추구할 ‘권리’, 즉 기본권으로서 규정하고 있어 해석이 더 어렵습니다. 참고로 일본 헌법 역시 제13조에서 ‘행복 추구에 대한 권리’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행복의 추구가 아닌 행복추구권이라고 규정하여 해석이 더 어려워 졌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헌법재판소의 행복추구권 해석
그렇다면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 의해 구체적으로 어떤 권리가 보장되는 것일까요. 생각하기에 따라 또는 취향에 따라 정말 다양한 권리를 행복추구권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권리를 모두 보장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어떤 절도범이 “나는 도둑질할 때 가장 행복해!”라고 생각하므로 도둑질을 할 권리를 행복추구권의 내용으로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단은 헌법재판소가 행복추구권의 내용으로 무엇을 들고 있는지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고 또 유용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행복추구권의 내용으로 인정한 이상 국가권력과 국민 모두 이를 보장하고 존중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요.
일단 헌법재판소는 행복추구권이 하나의 독자적인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짐을 명백히 인정하고 있습니다. 행복추구권이 포괄적이고 일반 조항적 성격을 가진 기본권이라고 말하기도 했고, 다른 기본권에 대한 보충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앞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설명하면서 말한 인격권과 함께 행복추구권이 ‘자기운명결정권’ 또는 ‘자기결정권’의 근거가 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자기결정권’으로부터 ‘성적 자기결정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같은 기본권이 도출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운명결정권은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이름으로 간통죄 위헌결정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또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낙태죄 헌법불합치결정의 근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되는 자기결정권은 현실에서 커다란 파장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또 행복추구권에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특히 일반적 행동자유권에서 계약체결의 자유, 18세 미만자의 당구장 출입의 자유, 하객들에게 주류대접을 할 자유와 같은 것이 도출됨을 말한 바 있습니다.
<공원에서 비둘기에게 모이를 줄 자유가 헌법상 인정될까? 그 근거는?>
기본권 보장 의무
그런데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0조는 제2문에서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차적으로 이 조항은 국가가 기본권의 제1차적 수규자, 즉 규율을 받는 주체임을, 따라서 국민이 국가에 기본권을 주장하고 요구할 수 있음을 규정하였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근대 초기 절대왕정의 폭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민들이 요구하여 만들어진 것이 기본권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조항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조항은 국민이 국가를 향해 기본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만 하지 않고,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확인하고 보장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국민이 요구할 때 마지못해 그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기본권은 그리고 기본권의 보장은 국가의 과제이며, 선택이 아닌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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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개장죄의 도박은 '재산상 이익'도 포함
정수정 기자 2010-06-03 10:47
형법 제247조의 도박개장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도박은 '재물'뿐만 아니라 '재산상의 이익'을 걸고 하는 경우도 포함된다는 헌재결정이 나왔다.
민씨는 2003년3월부터 같은해 7월까지 인터넷에 도박사이트를 개설, 운영했다. 민씨는 사이트 회원들이 게임코인을 적립해 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코인으로 환전하게 했고 다시 이 코인을 사이버머니로 환전하게 하는 방법으로 도박사이트를 운영해왔다. 이후 민씨는 영리목적으로 도박장을 개설한 혐의로 기소돼 2008년 대법원에서 벌금 1,000만원이 확정되자 유죄의 근거가 된 형법 제247조와 제246조1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도박사이트 개설자 민모씨가 "형법 제246조1항의 '재물'에는 '재산상 이익'이 포함되지 않고, 동법 제247조 도박개장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며 낸 헌법소원(☞2007헌바100)을 지난달 27일 기각했다. 재판관 9명 중 4명이 합헌의견을 냈으며, 4명이 각하, 1명이 한정위헌 의견을 냈다.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46조(도박) ① 재물로써 도박한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② 상습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47조(도박장소 등 개설)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을 하는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재판부는 "도박은 정당한 노동에 의하지 않고 재산을 취득하려는 행위로서 사회경제윤리에 반하고 미풍양속을 해할 뿐만 아니라, 건전한 근로생활을 저해하고 폭행, 협박, 살인, 상해, 절도, 강도 등 다른 범죄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처벌의 대상이 된다"며 "형법상 재산범죄는 '재물'과 '재산상 이익'으로 구별되고 각각 해당되는 구성요건도 다르지만 도박은 이러한 재산범죄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우연한 승부에 의해 그 득실을 다투었는지'가 중요할 뿐 '무엇으로 도박을 했는지'나 '도박행위로 인해 얻은 이익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재산상 이익'으로써 도박을 하는 자는 정당한 노동에 의하지 않고 우연한 승부에 의해 재산의 득실을 다투었다는 점에서 재물로써 도박을 하는 자와 그 가벌성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강국·조대현·김종대·민형기 재판관은 "민씨가 실질적으로 다투는 것은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여부가 아니라 재물이 아닌 게임코인으로써 도박을 하게 한 자신의 행위가 도박개장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는 "법원의 재판결과를 비난하는 것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다"며 각하의견을 냈다.
목영준 재판관은 "형법 제247조와 제246조1항의 '도박'은 동일한 개념으로 형법 제247조의 '도박'에는 '재산상 이익으로써 도박'이 포함되지 않는다"며 한정위헌의견을 냈다.
<도박이나 마약 같은 나쁜 행위를 할 자유는 헌법상 인정될까?>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제37조 ①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②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