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헌법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다음으로 사생활 관련 기본권의 일반 조항이라고 했던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제17조의 표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다시 ‘사생활의 비밀의 불가침’과 ‘사생활의 자유의 불가침’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사생활의 비밀의 불가침에 의하여 감시나 도청을 통해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사적 정보를 캐내는 행위가 금지됩니다. 사생활의 자유의 불가침에 의해 사적인 취미생활, 의복이나 두발의 형태 등을 자유롭게 형성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금지된다고 이해됩니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국회의 국정감사⋅조사과정에서 또는 범죄 수사 과정에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행정조사나 행정법상 공표제도에 의하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제한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
한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오늘날 개인정보와 관련된 기본권의 근거 조항 중 하나로 기능합니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가 본인의 의사에 반해 무단으로 공개되거나, 허위로 날조되거나 과장⋅왜곡되는 것, 영리의 목적으로 무단 사용됨을 금지합니다. 특히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 최근에 점점 더 중요해지는 새로운 기본권의 주된 근거 중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 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라고 정의됩니다.
인터넷 없이 또 스마트폰 없이 단 한 시간도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수없이 많은 CCTV, 이동이나 구매할 때 사용하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의료기록 등 우리는 우리의 개인정보를 여기저기 뿌리고 다닙니다.
일단 매우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또 범죄 예방이나 치안 유지를 위해 필요한 때도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견디는 과정에서 우리의 디지털 기술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공익에 도움이 된다면 자질구레한 개인정보가 조금씩 노출된다고 큰 문제가 되겠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얻는 이익에 비하여 개인정보 침해는 작은 피해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조금씩 흘리고 다는 개인정보를 누군가가 집적해서 악용하기 시작한다면, 개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칠 수 있는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당장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하면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그래도 개인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위험한 문제인지 반드시 기억하고 최대한 유의할 필요는 있겠습니다.
<SNS에서 개인 맞춤형 광고가 제공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통신의 비밀의 내용과 제한
헌법 제18조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
형법 제316조(비밀침해)
①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또는 도화를 개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도화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 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여 그 내용을 알아낸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통신이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 사이의 의사나 정보, 나아가 물품 등을 전달 또는 교환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전화, 인터넷, 팩스 등 매개체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통신의 비밀이 침해되지 않는다는 것은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통신이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국가기관 등의 제3자에 의하여 인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 자는 형법 제316조의 비밀침해죄에 의해 처벌될 수 있습니다.
통신의 자유 역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해 제한될 수 있습니다. 특히 범죄 수사를 목적으로 수사기관이 감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현재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감청을 하려면 검사가 신청하고 법원이 허가하는 절차를 거치며, 외국인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전반적으로 영장제도와 유사한 구조입니다.
디지털 파놉티콘 사회
헌법재판소는 2018년에 위치추적 수사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근거가 된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1항이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한 바 있습니다. 이후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하여 기간 등의 제한을 규정하였지만,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파놉티콘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벤담이 제안한 교도소 모델인데요. 원형으로 배열된 죄수들의 방을, 가운데 세워진 탑에서 한눈에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죄수들이 간수를 볼 수 없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간수가 없더라도 간수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죄수에게 내면화되어 스스로 탈옥을 꿈조차 못 꾸게 하려는 의도입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디지털 파놉티콘 사회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하는 도구의 수준을 넘어섰으며, 인류는 인터넷이 만든 세상으로 이주했다는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유행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정보 인권 나아가 인격과 정체성에 미칠지 모르는 위험성이 커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읽기 자료
주민증 발급 때 열손가락 지문날인은 합헌
홍세미 기자 2015-06-04 15:16
<주민등록 발급 때 열손가락 지문을 날인하도록 하는 것은 위헌인가? 합헌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 때 열 손가락의 지문 날인을 하도록 정한 주민등록법 시행령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조모 양 등 청소년 3명이 "주민등록법 시행령 제36조2항은 법률유보원칙에 어긋나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사건(2011헌마731)에서 재판관 6(합헌):3(위헌)의견으로 합헌결정했다. 법률유보원칙이란 시행령 등에 규정된 특정한 행정행위는 반드시 모법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모법의 법령을 토대로 행해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제24조(주민등록증의 발급 등) ①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은 관할 구역에 주민등록이 된 자 중 17세 이상인 자에 대하여 주민등록증을 발급한다. 다만, 「장애인복지법」 제2조제2항에 따른 장애인 중 시각장애인이 신청하는 경우 시각장애인용 점자 주민등록증을 발급할 수 있다.
②주민등록증에는 성명, 사진, 주민등록번호, 주소, 지문(指紋), 발행일, 주민등록기관을 수록한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시행령의 모법이 지문 날인에 대해 '오른손 엄지손가락 지문'으로만 해야 한다고 특정한 바 없고, 시행령은 모법의 위임규정에 근거해 발급신청서 서식을 정하면서 보다 정확한 신원확인을 위해 열손가락 지문을 날인하도록 규정한 것이기 때문에 법률유보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지문정보가 유전자, 홍채, 치아 등 다른 신원확인수단에 비해 간편하고 효율적이어서 신원확인을 효율적이고 좀 더 완벽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시행령이 과도하게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가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면서 개인정보의 수집·보관·이용 등의 주체, 목적, 대상 및 범위 등을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그 법률적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입법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정미·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국가가 수집한 지문정보를 범죄수사 등 치안유지를 위한 신원확인에도 사용하고 있는데도 그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고, 설령 있더라도 모든 17세 이상의 국민에 대해 열 손가락 지문 전부를 날인하도록 하는 것은 수사상 필요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므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조양 등은 2010년부터 2011년 사이 주민등록증 발급통지를 받았지만 발급신청서에 열 손가락의 지문을 찍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후 이번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지난 2005년에도 인권실천시민연대 오모씨 등이 "주민등록 관련법 상의 지문날인 강제규정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서 6(합헌):3(위헌)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관련 조문>
대한민국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제37조 ①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②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