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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혼인과 가족생활, 보건의 권리

혼인과 가족생활의

헌법 제36조
①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헌법 제36조 제1항은 “… 자유가 있다.” “… 권리가 있다.”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헌법학에서는 이 조항이 국민의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규정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조문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혼인과 가족에 관한 기본권은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혼인과 가족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내용으로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평등, 특히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내용으로 합니다.
이 조항에 근거하여 국민은 국가기관 등이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유지되는 혼인과 가족생활을 침해하는 것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즉 자유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갖습니다. 또 혼인과 가족생활이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제도적⋅물질적 조건을 갖추어 줄 것을 국가에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즉,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의 기본권이 여러 가지 성격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하길 바랍니다.

가족 내 양성평등

민법 제810조(중혼의 금지)
배우자 있는 자는 다시 혼인하지 못한다.
헌법 제36조 제1항에 따라 국가는 혼인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지나친 조혼이나 인신매매혼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금지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혼인에 관한 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부모님 마음대로 결혼 상대를 정하고 어린 나이에 결혼을 시키는 사례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는 우리 헌법에 비추어 보면 위헌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나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서 양성평등을 침해할 수 있는, 예컨대 일부다처와 같은 관행이 금지되도록 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축첩을 묵인하는 등 사실상 일부다처가 용인되던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민법 제810조는 중혼의 금지라고 하여, 배우자가 있는 자는 다시 혼인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일부다처제가 인정될 수 없음을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족생활에서 양성 평등을 규정하였으므로, 우리나라는 동성간 혼인을 금지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

모성의 보호

헌법 제36조
②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헌법 제36조 제2항도 어떤 자유나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역시 모성에 관한 기본권을 규정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앞의 제1항과 같은 맥락입니다. 여기서 모성이란 여성이 어머니로서 가지는 정신적⋅육체적 성질을 의미합니다.
이 조항을 근거로 국민은 국가나 여타 국민이 모성을 침해하는 것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또 국가에 모성의 건강과 자녀의 출산 및 양육에 관련된 사회적⋅경제적 조건을 갖추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즉, 자유권적 기본권과 사회적 기본권의 성격을 모두 갖는 것이며, 앞서 제1항과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인구 감소의 위협과 대안

모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차에 최근 우리에게 벌어지고 있는 출산율 저하 현상에 대하여 언급하겠습니다. 근대 법제의 모태가 되었으며, 지금 우리 법체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동로마제국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의 명령으로 트리보니아누스가 6세기경 편찬한 로마법 대전입니다. 그런데 이 법전의 핵심은 아이를 출산하고 그 아이가 태어나 성장하고 죽는 인간의 삶에 대한 규율입니다.
피에르 르장드르는 국가의 본질은 폭력이나 경제적 이익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아 기르는 물질적・제도적・상징적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는 국가는 자신의 본질을 지키지 못하는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여기에 빨간불이 심각하게 들어와 있는 상태입니다. 출산율이 급감하고 2021년에는 끝내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출산율이 급감하고 인구가 줄어드는 위기에 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아이를 낳고 살기에는 너무나 힘든 세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청년에게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택 마련과 같은, 결혼 준비에 너무나 많은 돈이 듭니다.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양육하고 교육하는데 비용이 너무나 많이 듭니다. 특히 사교육비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돈이 부족해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전쟁이 지나간 폐허에서 아이를 많이 낳는 베이비 붐이라는 현상을 알 것입니다. 그 폐허 속에서도 아이를 낳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지금 단순히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핵심은 희망입니다.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희망이 있고 행복할 것이라고 꿈꿀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에게 그것이 부족합니다. 그렇다면 해결의 실마리는 무엇일까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삐끗하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리의 불안을 조금씩이라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구감소에 대한 대안이 있는가?>

보건의 권리

헌법 제36조
③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헌법 제36조 제3항은 보건에 관한 기본권을 규정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보건에 관한 기본권은 국민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에 대하여 보건 행정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앞에서 헌법 제12조 신체의 자유와 관련하여 신체의 완전성 보장을 공부했는데요. 신체의 완전성에 따라 외부로부터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도 도출된다고 이해됩니다. 이것을 신체의 불가훼손성(不可毁損性)에 관한 권리라고도 부릅니다. 하지만 지금 본 헌법 제36조 제3항은 신체 훼손을 방어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할 것을 요청하는 권리라고 이해되는 것입니다.

읽기 자료

헌재, "친족 간 재산범죄 형 면제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
한수현 기자 2024-06-27 17:04
친족 간 발생한 절도, 사기죄 등 재산범죄에 대한 처벌을 면제하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7일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이 조항의 적용은 즉시 중지됐으며 2025년 12월 31일까지 국회에서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상실한다.
형법 제328조 제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 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 벌어진 절도·사기·횡령·배임 등 재산범죄(제323조)의 형을 면제한다고 규정한다. 지적장애 3급의 장애를 가진 A 씨는 삼촌 등을 준사기, 횡령 혐의로 고소했으나 A 씨의 동거 친족으로서 형면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이 이뤄졌다(2020헌마468등).
B 씨는 계부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으나 A 씨와 같은 이유로 공소권 없음의 불기소 처분이 이뤄졌고, 재정신청을 통해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이에 A 씨 등은 각각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2020헌바341).
친족상도례는 과거 가까운 친족 사이에는 재산을 공동으로 관리·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친족 간 벌어진 재산범죄에 대해서는 가족 내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하지만 사회가 변화하면서 친족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친족 사이에서 벌어진 재산범죄가 증가하면서 친족상도례에 대한 조항이 폐지돼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먼저 헌재는 해당 조항이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피해자가 독립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무 처리능력이 결여된 경우, 해당 조항을 적용 내지 준용하는 것은 가족과 친족 사회 내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며 "해당 조항으로 인해 대부분 사안에서 기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형사 피해자는 재판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기소되더라도 '형의 면제'라는 결론이 정해져 있어 피해자의 법원에 대한 적절한 형벌권 행사 요구는 실질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조항은 피해자가 법관에게 적절한 형벌권을 행사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며 "이는 입법재량을 명백히 일탈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것으로서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헌법 제27조 
①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②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은 대한민국의 영역 안에서는 중대한 군사상 기밀ㆍ초병ㆍ초소ㆍ유독음식물공급ㆍ포로ㆍ군용물에 관한 죄중 법률이 정한 경우와 비상계엄이 선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
③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④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⑤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
헌재는 이 조항의 위헌성이 '일률적인 형 면제'로 구체적 사안에서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형해화할 수 있는 것에 있다고 보고, 국회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는 데엔 여러 가지 선택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며 "내년까지 개선 입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헌재는 형법 제328조 제2항에 대해선 합헌 결정했다(2023헌바449).
이 조항에서는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 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이외의 친족 간 권리행사방해죄를 범한 때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사건에서 헌재는 제2항에 대해 "고소를 소추조건으로 규정해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국가형벌권 행사가 가능하게 한 조항에 대한 것으로서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 침해 여부가 문제되지 않는다"며 형벌조각사유를 정한 제1항과는 구분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