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범죄인의 권리
다음에는 헌법 신체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2조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신체의 자유는 신체의 완전성 보장과 신체의 임의성 보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헌법 제12조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이 조항이 신체의 완전성 보장보다 임의성 보장에 더 많은 내용을 할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중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또는 피고인으로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큰 사람들의 신체의 자유 보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므로 함부로 대우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헌법은 정반대입니다. 죄 없이 억울하게 수사를 받고 처벌받는 사람이 없도록 하며, 죄가 있더라도 지나치게 가혹한 대우나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국가권력은 국민에게 지나칠 정도로 가혹하고 잔인했다는, 심지어 범죄인보다 가혹한 것이 국가였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신체의 자유, 그리고 범죄인의 권리
헌법상 신체의 자유는 다시 신체의 완전성 보장과 신체의 임의성 보장이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헌법 제12조 그리고 제13조의 구체적인 내용은 주로 신체의 임의성 보장과 관련이 되어 있으며, 특히나 범죄 혐의를 받고는 형사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피의자, 피고인, 피해자 등 얼핏 보아 비슷한 개념들이 사용되어 혼란스러울지 모르겠습니다. 피의자는 용의자라고도 부르며 범죄의 혐의를 받아 수사기관에 의하여 수사의 대상이 되어 있으나, 아직 법원에 공소제기를 당하지 않은 자를 말합니다. 그러나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여 형사재판이 시작되면 피의자는 피고인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피해자는 그야말로 범죄의 피해를 받은 사람입니다. 피의자・피고인과 정반대 처지에 있는 사람이 되겠지요.
신체의 자유 규정은 현실에서 자주 언급될 뿐만 아니라, 살면서 부딪히게 되는 여러 일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헌법 제12와 제13조 조문을 하나하나 살피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지난 시간에 이어 헌법 제12조 제3항부터 공부해 보겠습니다.
<헌법과 형법이 범죄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강제수사법정주의
헌법 제12조
①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
우선 헌법 제12조 제1항 제2문은 우선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라고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체포⋅구속과 같은 수사 방법들은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처분이 수반되는 수사, 즉 강제수사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강제수사는 함부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고,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따라야 함을 규정한 것이며, 이를 강제수사 법정주의라고 부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강제수사의 방법에 대하여 조금 자세하게 보겠습니다. 우선 체포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큼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를 단시간 내(최고 48시간) 수사 관서 등 일정한 장소에 가두어 두는 것입니다. 구속은 형사절차의 진행과 형의 집행을 확보하기 위해 피의자나 피고인을 비교적 긴 기간(최대 30일) 동안 가두어 두는 것입니다.
압수는 증거물 등의 점유를 강제로 취득하는 것이며, 수색은 압수해야 할 물건이나 체포⋅구인할 사람의 발견을 위해 사람의 신체⋅물건⋅가옥 또는 기타의 장소를 뒤지는 것입니다. 심문은 당사자 기타 이해관계인에게 개별적으로 서면 또는 구술로 진술하게 하는 것입니다.
죄형법정주의
헌법 제12조
① …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제12조 제1항 제2문 후단은 “누구든지 …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처벌은 형사처벌을 비롯하여 국민에게 불이익 또는 고통을 가하는 모든 제재를 의미하며, 보안처분은 죄를 범한 자 또는 사회적으로 위험한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자들의 위험성을 교정하는 예방적 처분을 말합니다. 강제노역은 공권력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노동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처벌⋅보안처분⋅강제노역이 국가권력에 의해 함부로 이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입니다.
조금 전에 말한 처벌 중에서도 형사처벌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 것을 죄형법정주의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헌법 제12조 제1항 제2문은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한 것으로도 이해합니다. 죄형법정주의에는 다시 관습형법 금지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 절대적 부정기형의 금지,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 소급효 금지의 원칙 등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합니다. 죄형법정주의에 대한 자세한 내용에 대하여 궁금하시면 형법과 관련된 책을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강제수사나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읽을 거리
헌재 2016. 11. 24. 2016헌가3, 판례집 28-2하,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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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를 파악해 보자.
○○경찰서장은 2015. 8. 16. 당해 사건 피고인 김○태(이하 ‘피고인’이라 한다)에게 ‘피고인은 2015. 8. 16. 17:17경 양산시 ○○읍에 있는 아파트 앞 공원에서 일광욕을 하기 위해 상의를 탈의하는 방법으로 과다노출행위를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33호를 적용하여 통고처분을 하였다.
피고인은 위 통고처분에 따른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았고, 이에 양산경찰서장은 울산지방법원에 피고인의 위 범죄사실에 대한 즉결심판을 청구하였다(2015조123). 위 법원은 2015. 9. 14. 피고인에게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33호를 적용하여 벌금 50,000원을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인이 2015. 9. 18. 위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현재 재판 계속 중이다(2015고정1560). 제청법원은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33호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2016. 1. 26. 직권으로 위 조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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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원칙의 의미를 파악해 보자.
헌법 제12조 및 제13조를 통하여 보장되는 죄형법정주의원칙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법률에서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는 그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 및 그 법규범이 법을 해석⋅집행하는 기관에게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을 배제할 수 있는지 여부, 다시 말하면 예측가능성 및 자의적 법집행 배제가 확보되는지 여부에 따라 이를 판단할 수 있는데,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되므로, 결국 법규범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헌재 2015. 5. 28. 2013헌바38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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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노출행위 가운데 ‘여러 사람의 눈에 뜨이는 곳에서 공공연하게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게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경범죄처벌법 조항은 위헌인가?
대법원은 ‘신체의 노출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일시와 장소, 노출 부위, 노출 방법⋅정도, 노출 동기⋅경위 등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그것이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와 같은 행위는 심판대상조항에 해당할지언정 형법 제245조의 음란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도6514 판결 참조).
형법 제245조(공연음란)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그러나 이는 심판대상조항 가운데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이 형법상 공연음란죄에서의 ‘음란’에 이르지 않는 정도라는 점을 밝힌 것일 뿐이다. 이러한 해석에 의하더라도 어느 부분을 노출해야 ‘가려야 할 곳’을 내놓는 것인지, 어느 정도의 노출행위가 ‘지나친’ 노출행위인지 등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