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과 차별의 관계
<평등과 차별은 반대말일까?>
국어사전을 보면 평등은 차별 없이 고르고 한결같음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어떠한 경우에나 무조건 차별 없이 똑같이 취급하면 평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컨대 누군가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시험을 잘 보았고, 또 누군가는 시험을 잘 보지 못하였는데도, 모든 학생에게 똑같이 A 학점을 주면 시험을 잘 본 학생은 억울하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똑같이 A 학점을 준다고 해서 평등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헌법이 말하는 평등은 어떠한 차별도 절대적으로 용납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조건 똑같이 대우하는 평등을 절대적 평등이라고 부르는데, 절대적 평등은 진짜 평등이 아니죠. 헌법상 평등은 ‘같은 것은 같게’, 하지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하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평등을 ‘절대적 평등’과 대비하여 ‘상대적 평등’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에 놀라운 반전이 발견됩니다. 같은 것은 같게 대우하지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해야 하므로 평등은 일종의 차별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평등과 차별은 단순히 반대말이 아닙니다.
이 차별이 합리적인 범위 안에 있을 때는 헌법이 말하는 평등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서 차별이 있을 때는 평등하지 않은 것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평등의 문제에 있어서는,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차별이 합리적 차별인지, 아닌지가 핵심이 되는 것입니다.
평등과 정의의 관계
<평등과 정의가 비슷한 개념인 이유는 무엇인가?>
정의의 여신상이라는 것을 사진을 통해 본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보통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있으며, 왼손에는 저울을,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있습니다. 눈을 가린 것은 선입견이나 인정에 끌리지 않겠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저울은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칼은 측정한 결과에 따라 단호하게 대우한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공공기관과 많은 기업이 블라인드 면접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학벌이나 외모 같은 것이 선입견으로 작용할 우려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면접과 채용에서 정의의 요청을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미이겠습니다.
그런데 정의의 여신이 말하고 있는 것은 앞서 설명한 평등, 특히 상대적 평등의 의미와 같음을 느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평등이나 정의나 선입견 없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그리고 공정하게 대우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정의의 여신은 평등의 여신입니다. 실제로 서양 철학은 전통적으로 정의와 평등이 거의 같은 의미라고 이해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처럼 슈퍼 영웅이 악의 무리를 무찌르는 것만 정의는 아닙니다.
서 있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도 바뀐다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 78면
당신은 차별이 보이는가? 구조적 차별은 우리의 감각으로는 자연스러운 일상일 뿐이다. 그래서 인식하기 어렵다. 노예제 시대에는 노예를 자연스럽게 여겼고,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는 시대에는 그것이 당연해 보였다.
우리의 생각이 시야에 갇힌다. 억압받는 사람은 체계적으로 작동하는 사회구조를 보지 못하고 자신의 불행이 일시적이거나 우연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차별과 싸우기보다 “어쩔 수 없다”며 감수한다. 유리한 지위에 있다면 억압을 느낄 기회가 더 적고 시야는 더 제한된다. 차별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예민하다” “불평이 많다” “특권을 누리려고 한다”며 상대에게 그 비난을 돌리곤 한다.
그래서 의심이 필요하다. 세상은 정말 평등한가? 내 삶은 정말 차별과 상관 없는가? 시야를 확장하기 위한 성찰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 내가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지적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우리는 그저 자연스러워 보이는 사회질서를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며 차별에 가담하게 될 것이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평등도 저절로 오지 않는다.
<우리 사회 안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구조적 차별이 있을까?>
읽기 자료
"코로나 격리자의 가구원이 행정기관 근로자 경우 생활비 지원 제외는 합헌"
박수연 기자 2024-09-06 12:07
코로나19 격리자와 한집에 사는 식구(가구원)가 행정기관의 근로자인 경우, 생활지원비 지원을 제한하는 코로나19 입원·격리자를 위한 생활지원사업 지침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첫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달 29일 A 씨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관련 입원·격리자 생활지원비 지원사업 안내 2-5판'('해당 안내') 등이 위헌이라며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2021헌마450)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A 씨는 2021년 3월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격리 통보를 받고 격리 조치를 한 뒤 격리자에 대한 생활지원비 지원을 신청했다. 그러나 A 씨의 아버지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 제2조 제1호 가목의 정부조직법에 따른 각급 행정기관의 근로자라는 이유로 생활지원비 지원 제외 대상이란 안내를 받았다. A 씨는 질병관리청장이 같은 해 3월 발령한 '해당 안내'에 첨부된 안내문 중 격리자의 가구원이 국가, 공공기관, 국가 등으로부터 인건비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기관 등의 근로자인 경우를 지원 제외 대상으로 규정한 부분 등이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생활지원비는 입원·격리 기간에 소득활동을 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이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한시적으로 지원되는 금전으로, 감염병예방법상 생활지원비 지원 주체인 질병관리청장은 생활지원비 지원의 취지, 재정부담 능력, 감염병 확산 상황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지원 대상의 범위 등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관한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이어 "한정된 재원으로 입원·격리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입원·격리로 인해 생계가 곤란하게 될 위험성을 고려해 지원 대상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고, 이 사건 심판청구 무렵은 코로나19가 급속히 늘던 때여서 생활지원비를 지원해야 할 입원·격리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었다"라며 "격리자의 가구원이 행정기관 근로자인 경우 그 행정기관 근로자가 입원하거나 격리자와 함께 격리되더라도 입원·격리기간에 병가, 공가 등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어 격리자를 포함한 해당 가구가 생계 곤란을 겪을 위험이 현저히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외 규정이 생계를 같이하는 경제공동체인 가구 단위로 생활지원비를 지원하면서 격리자의 가구원이 행정기관 근로자인 경우를 지원 제외 대상으로 규정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이 사건 제외 규정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