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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재판을 받을 권리

재판을 받을 권리

(1) 의의
재판을 받을 권리는 절차적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완비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국민은 독립되고 강제적인 사법절차에 의하여 자신의 기본권을 구제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서 재판청구권은 뒤에서 공부하는 청원권과는 구별됩니다. 청원권은 기본권의 구제를 국가기관의 호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근대 헌법의 토대를 놓은 대표적인 사람이라면 단연 존 로크를 들 수 있습니다. 로크는 ‘시민 정부론’이라는 책을 통해 근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적 구조를 그렸다고 평가되는데요. 로크는 홉스와는 달리 자연 상태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가 아닌 비교적 질서 잡혀 있는 상태라고 전제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법을 위반하면 각각의 사람들이 이를 처벌할 권리를 갖는다고 했습니다. 다만 그러한 처벌이 자신의 이기심이나 복수심에 사로잡혀 도를 넘어설 우려가 있고, 따라서 그 처벌 권한을 정부 즉 국가에 위임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재판권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이라고 파악한 것입니다.
(2) 내용
헌법 제27조
①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헌법 제27조 제1항이 규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아무에게나 받는 재판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입니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이란 법원조직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임명되고 신분이 보장되는 법관을 의미합니다.
또 헌법 제27조가 규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여기에서 법률은 헌법에 부합하는 실체법과 절차법을 의미합니다. 앞서 공부한 것처럼 형사재판의 경우 죄형법정주의 때문에 국회가 제정한 법률, 즉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민사재판은 명령, 규칙 나아가 관습법과 같은 불문법을 따를 수 있습니다.

약식재판, 국민참여재판

<국민참여재판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 아닌가?>

일정한 사건은 정식의 재판이 아닌 즉결심판, 통고처분, 약식명령과 같은 약식의 사법절차에 따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결심판은 경미한 범죄의 경우 관할 경찰서장의 청구에 따라 지방법원 판사가 판결하는 제도입니다. 통고처분은 행정상 의무 위반 시 행정공무원이 범칙금 등의 납부를 명하는 처분입니다. 약식명령은 공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서면 심리만으로 지방법원에서 벌금⋅과료 또는 몰수형을 과하는 명령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에 의한 재판에 불만이 있을 때 다시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됩니다. 따라서 헌법 제27조 제1항에 위반되는 제도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에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옵니다. 미국의 배심원 재판 제도를 우리식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대상 사건은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1년 이상 징역으로 규정된 모든 형사사건입니다. 배심원의 수는 사형 무기가 규정된 중죄의 경우 9명이고, 기타는 7명, 공판준비절차에서 죄를 인정한 때에는 5명이 됩니다. 배심원은 주민등록을 근거로 60명을 무작위로 선정하여 출석 통보하고, 단계적으로 이 중에서 필요한 수만큼을 선정해 나갑니다. 만약 선정되었는데 출석에 불응하면 2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국민이라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은 일반 시민들이 재판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 제27조 제1항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가능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이 유・무죄 평결을 내리지만, 법적 구속력 없고, 최종적으로는 법관이 재판하게 됩니다. 따라서 재판을 받을 권리 위반은 아니라고 해석됩니다.

군사재판

헌법 제27조 ②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은 대한민국의 영역 안에서는 중대한 군사상 기밀·초병·초소·유독 음식물 공급·포로·군용물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와 비상계엄이 선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
재판청구권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이 아닌 사람에 의한 재판을 국민이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헌법은 한 가지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데 그것이 군사재판입니다. 과거 「군사법원법」은 군사법원에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 외에 국방부 장관이나 부대와 지역의 사령관⋅장 또는 책임지휘관 등의 관할관이 임명하는 장교, 즉 심판관이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1년 개정된 「군사법원법」은 심판관의 재판 참여를 폐지하고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한 군판사 3명이 군사법원 재판관이 되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헌법 제27조 제2항에 의해 군인과 군무원은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습니다. 일반 국민이더라도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중대한 군사상 기밀⋅초병⋅초소⋅유독 음식물 공급⋅포로⋅군용물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와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예외적으로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인인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군사재판을 받을 수 있는 때가 있다는 것은 기억하길 바랍니다.

신속한 재판, 무죄추정의 원칙, 형사피해자 재판절차 진술권

<검사가 피의자를 자의적으로 불기소처분한 경우, 피해자는 헌법상 어떤 기본권을 주장하며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헌법 제27조 ③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재판을 받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합니다. 자신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 어떻게 결정될지 모른다는 중압감이 상당합니다. 게다가 매우 오래 걸리기 때문에 피를 마르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래서 되도록 국민이 신속한 재판을 받아야 함을 헌법 제27조 제3항 전단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속하지 못한 재판은 재판의 거부와 다름없으며, 재판을 받을 권리를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조 후단은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합니다. 구속되어있거나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 있는 형사피고인에게 재판의 장기화는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기에 ‘지체없이’ 재판을 하도록 한 것입니다. 또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밀실 재판을 금지하고 공개재판이 이루어져야 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27조 ④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⑤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
헌법 제27조 제4항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앞서 신체의 자유 공부할 때 보았습니다.
헌법 제27조 제5항에는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 또는 공판정 진술권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형사재판은 형사피고인과 검사가 대립하여 공방하고 법관이 그것을 지켜본 후 판결을 내리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형사사건에 있어 중요한 이해관계인이라고 할 수 있는 형사 피해자는 형사고소를 할 수 있을 뿐, 정작 형사재판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시할 기회를 원칙적으로 갖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헌법은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을 규정한 것입니다.

읽기 자료

“돈 없는 의뢰인에게 기회 제공” vs “소송 남발 우려”
홍수정 기자 2024-02-23 05:07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소송금융 분야가 한국 법조계에서도 태동하기 시작하자 일단 새 시장이 열린다는 점에서 법조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가뜩이나 소송이 넘쳐나는 한국 사회에 소송 남발을 부추기는 또다른 원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송금융을 긍정하는 쪽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등하게 만들 기회’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진 엘박스 대표는 “국선변호인 제도가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법률보험도 사실상 전무한 한국 법조계에서 소송금융은 정의에 대한 실질적 접근을 보장해 주는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앤굿을 통해 소송금융 지원을 받은 사건을 진행한 황수호(47·변호사시험 9회) 변호사는 “가정주부가 이혼을 원해 사무실에 찾아온 사례가 있었다. 승소 가능성이 높은데도 착수금이 없어 고민하다, 소송금융을 받아 소송을 진행했다”며 “이길 가능성이 크지만 당장 돈이 없는 의뢰인에게 선택지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소송금융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소송금융을 시행중인 크리스토퍼 보가트 버포트 CEO는 지난해 7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경기장을 평등하게 만든다”며 “그것이 소송 당사자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로펌의 사건 수임 기회를 늘리고 자산운용사 등 투자자에게도 새로운 투자 상품을 제공한다는 것도 긍정적인 점으로 꼽힌다. 소송금융은 특히 △대규모 징벌적 손해배상 △국제중재 △회생·파산 등 분야에서 자주 활용된다.
반면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자금력을 앞세워 소송에 관여하며 소송 절차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당사자의 권리를 돈으로 매매하고, 소송을 투자금 회수를 위한 게임으로 변질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로펌 소속 외국변호사는 “외국에서는 소송금융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소송을 남발하거나, 승소 후 투자자가 지나치게 많은 돈을 가져가 소송의 의미가 희석되는 것 등이 단점으로 지적된다”고 분석했다.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행중인 로앤굿은 소송금융을 여러 절차를 거쳐 진행한다. 먼저 소송을 고민하는 의뢰인이 찾아오면, 소송금융을 시작할지 여부를 검토한다. 의뢰인이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을 제출하면, 내부 변호사들이 이를 검토해 지원 가능·반려 여부를 결정한다. 검토 과정에서 △의뢰인의 승소가능성 △예상재판기간 △사건 규모 △소송 상대방에 대한 집행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지원을 결정하면 의뢰인에게 변호사 비용 전액을 입금해 준다. 변호사 선임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추후 의뢰인이 사건에서 승소하고 집행까지 완료되면 처음 지원금과 승소금의 일부를 받는다. 이때 규모는 지원금의 50~100% 수준이다. 패소 시에는 지원금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 회사 입장에서는 지원금을 전부 날리는 위험을 감수한다는 점에서 투자금과 성격이 비슷하다.